외국성지순례기

순룬 명상수행센터, 미얀마 성지순례기13

담마다사 이병욱 2019. 3. 10. 10:47

 

 

 

순룬 명상수행센터, 미얀마 성지순례기13

 

 

 

 

 

2019 1 12일 오후

 

 

 

성지순례 간다고 한다. 성지순례는 종교적 용어이다. 주로 교주의 행적지를 찾아 가는 것이다. 이슬람의 경우 메카, 기독교의 경우 예루살렘이 가장 먼저 떠 오른다. 불교에도 성지가 있다. 부처님이 태어난 곳, 정각을 이룬 곳, 처음으로 법을 편 곳, 그리고 열반에 든 곳을 사대성지라 하여 매년 수 많은 불자들이 찾아 간다. 이러한 사대성지는 초기경전에도 언급되어 있다. 디가니까야 마하빠리닙바나경에 따르면 사대성지 순례하는 것에 대하여 경외의 마음을 품어야 하는 장소”(D16.111)라 했다. 여기서 경외의 염을 일으킨다는 것은 복주석에 따르면 부끄러움을 수반하는 앎을 지닌다.”(Smv.582)라는 뜻이라 한다.

 

 

 

성지순례를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경전에서 말하는 것처럼 부처님에 대하여 경외의 마음을 품고, 동시에 자신을 되돌아 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가르침을 실천하며 사는지에 대하여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갖는 것이다. 또한 경전에서는 누구든지 성지순례를 한다면, 그들 모두는 몸이 파괴되고 죽은 뒤에 좋은 곳, 천상에 태어날 것이다.”(D16.111)라 했다. 성지순례한 공덕으로 천상에 태어날 수 있음을 말한다. 이는 타당한 것이다. 성지순례를 하면 마음이 지극히 경건해지고 기쁨과 환희에 찰 것이다. 임종순간에 성지순례 추억을 떠 올린다면 청정한 마음이 되어, 그 인상을 대상으로 하여 재생연결식이 일어났을 때 선처에 나게 될 것이다.

 

 

 

순룬수행센터 가는 길에

 

 

 

오늘날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성지에 해당된다. 반드시 태어난 곳 등의 사대성지나 팔대성지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성지 중에도 수행처가 있다.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곳이다. 단순히 불상만 모셔놓고 기도만 하는 곳이 아니라 부처님 가르침 그대로 살고자 하는 곳이야말로 진정한 성지라 볼 수 있다. 미얀마에는 그런 수행처 성지가 많이 있다. 그 중의 한 곳이 순룬(Sunlun) 명상수행센터이다.

 

 

 

가바에파고다 순례를 하고 난 다음 순룬수행센터로 향했다. 양곤 시내에 있다. 순룬으로 가는 길에 미얀마 사람들의 삶을 모습을 보았다. 삼사십년전의 한국을 연상케 하는 거리풍경이다. 낡은 아파트를 보니 물질적으로 그다지 풍요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다를 것이다. 미얀마에서는 국민의 대다수가 불교를 신봉하고 있다. 그것도 부처님 가르침 그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불교를 말한다. 그래서 미얀마불교에 대하여 불교의 마지막 보루와 같다고 한다. 미얀마불교가 무너지면 불교도 무너지는 것이라 한다.

 

 

 

 

 

 

 

 

 

순룬센터는 양곤 어디쯤 있을까? 구글 위성지도를 찾아 보았다. 가바에파고다에서 남동쪽으로 5키로 가량 떨어져 있다. 차로는 10여분 걸린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수행센터

 

 

 

2019 1 12일 오후 술룬센터에 도착했다. 도심에 있는 수행센터이지만 나무가 우거져 있어서 공원같다. 정문에는 미얀마어로 이곳이 순룬센터임을 알리는 문구가 보인다. 그러나 영어가 없어서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없을 것 같다. 정문 크기가 작아 마하시 계열의 큰 수행센터와 비교된다.

 

 

 

 

 

 

 

 

 

 

 

 

 

 

미얀마에서 1월은 가장 좋은 날씨라 한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한국의 오뉴월 날씨와 같다. 따사롭게 햇볕이 내려 쪼여서일까 청명한 날씨에 나무 잎파리가 빛이 나는 것 같다. 공원처럼 녹음이 우거진 수행센터는 한가롭고 평화롭다.

 

 

 

 

 

 

 

 

 

정문 바로 옆에는 커다란 명상홀이 있었다. 이층 구조의 건물 이층에 있다. 일층은 아마도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듯 하다. 이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너른 명상홀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불단 쪽에는 불상이 있고 양옆으로 순룬사야도의 커다란 사진이 걸려 있다.

 

 

 

 

 

 

 



 

 

한국스님을 만났는데

 

 

 

한국스님을 만났다. 회색승복을 보고 한눈에 알아 본 것이다. 몇 마디 주고 받는 동안 또 한분의 한국스님을 만났다. 역시 회색승복을 입고 있었다. 안내자 툰툰님과 함께 네 명이서 대화를 했다. 그 중에 원우스님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원우스님에 따르면 이곳 순룬센터에는 약 40 가량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출가자가 20명 가량 되고 재가의 요기가 20명 가량이라 했다. 외국인은 중국과 한국인 뿐이라 했다. 현재 한국인은 스님은 두 명뿐이라고 했다. 서양인은 없다고 한다.

 

 

 

원우스님은 순룬 수행방법에 대하여 대강 알려 주었다. 아나빠나사띠에서 2단계 거친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라 한다. 그렇게 하면 2주 안에 선정에 든다고 한다. 그리고 순룬은 가장 힘든 수행처 중의 하나라고 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오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곳이라 했다. 요즘 말로 빡센것이 매력으로 작용하여 오게 되었다고 한다. 2015년에 처음 왔다고 한다. 작년 4월 달에 와서 지금까지 계속 머물고 있다고 했다.

 

 

 

원우스님은 수행자다운 기품이 보인다. 나이는 지긋하고 학구적으로 보인다. 사회에서라면 한자리 할 인물처럼 보였다. 현재 번역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땡구사야도에 대한 것이라 한다. 영역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것이다. 뗑니구사야도는 어떤 분일까? 인터넷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는다. 스님에게 명함을 주었다. 떼인구야도에 대한 번역이 완성되면 알려 주기로 했다. 스님은 또 순룬사야도에 대한 것도 앞으로 번역 예정이라 했다.

 

 

 

힘들지만 활기찬 수행

 

 

 

순룬센터에 대하여 알아 보았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한국명상원 이종숙님의 글이 실려 있었다. 염처수행에 대한 석사학위 논문 중의 일부에 해당되는 것이다.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순룬수행센터의 집중방법

 

 

 

순룬수행 방법의 특징은 빠른 호흡이다. 수행자가 빠른 호흡에 마음을 집중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몸의 감각을 관찰하는 위빠사나 수행을 한다. 경행이 없고 좌선만 한다. 자세는 등을 똑바로 세우고 반듯하게 앉는다. 좌선 중에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끝날 때까지 같은 자세를 유지한다.

 


호흡수행으로 코끝이나 윗입술에 바람이 스치는 곳을 예리하게 집중한다. 오직 숨이 닿는 곳의 감각을 알아차린다. 호흡은 강하고 단호하게 빠르게 한다. 강하고 격렬하고 신속한 호흡은 바깥 소음을 차단하고 마음을 조절하는데 도움을 준다.

 


호흡은 세 단계로 한다. 매우 강하고 매우 힘차고 매우 신속한 호흡인 강한단계, 강하고, 힘차고 신속한 호흡인 중간단계, 그리고 미세하고 부드럽고 완만한 보통의 호흡인 낮은 단계로 3단계가 있다.

 


이런 강렬한 호흡은 전신에 불쾌한 느낌인 고통, 경련, 아픔, 저림, 열감, 차가움 등의 감각들을 일으킨다. 그러면 감각에 대한 관찰로 들어간다. 현재 가장 뚜렷한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며, 자연스럽게 감각이 약해지면 약해지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때 이것을 단지 알아차릴 뿐, 감각에 대하여 몸과 마음이며, 무상이라고 개념적으로 분석하지 않는다. 명칭을 붙이지 않음으로써 실재를 개념화하지 않고, 오직 현재의 감각을 즉각 감지하도록 노력한다. 즉 감각을 붙잡거나 따라가지 않고 감각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당처에 마음을 집중한다.

 


순룬수행센터의 그룹좌선은 하루 3회 진행되는데, 한 회기에 호흡관찰 45-50분과 감각관찰 45-50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행 시간에는 사원 내의 모든 수행자들이 참여한다. 한 회기의 좌선에 입출식념과 위빠사나를 같이 하기 때문에, 레디사야도 수행전통으로 분류되지만, 사실 순룬사야도는 레디사야도로부터 직접 수행을 지도받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 수행법은 순룬사야도가 개발해낸 독창적인 수행방법이다.

 


순룬방법은 단순하지만 수행하기가 어렵다. 그 수행법이 느슨하거나 편안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한 호흡의 어려움과 불쾌한 감각에 맞부딪칠 용기와 그것을 극복할 용맹심과 불굴의 집중을 요구하는 수행법이다. 이것을 잘 할 수 있으면 결과는 신속하게 나타난다. 순룬은 강열하고 불퇴전의 용맹스런 방법으로 사띠를 확립하여 고통과 비탄을 극복하고 열반을 이루도록 한다.

 

 

 

(순룬수행센터의 집중방법, 2014-02-22)

 

 

 

 

 

 

 

 

순룬방식이 잘 설명되어 있다. 마하시방법과 다른 것은 경행이 없다는 것이다. 마하시전통에서는 한시간 좌선과 한시간 경행을 번갈아 한다. 그런데 순룬에서는 경행이 없이 여러 시간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행이 없는 곳은 모곡센터도 마찬가지이다. 공통적으로 레디사야도 계통의 수행처에서는 경행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또 하나 다른 것은 관찰대상이다. 마하시계열에서는 배의 움직임을 대상으로 하여 관찰한다. 그러나 순룬에서는 코끝이나 윗입술이라 한다. 이는 아나빠나사띠 방식에 따른 것이다.

 

 

 

원우스님에 따르면 순룬의 경우 아나빠나사띠에서 2단계 거친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라 했다. 이는 맛지마니까야 호흡새김의 경에서 짧게 숨을 들이 쉴 때는 나는 짧게 숨을 들이쉰다고 분명히 알고 짧게 숨을 내쉴 때는 나는 짧게 숨을 내쉰다고 분명히 안다.”(M118.27)라는 경전적 근거에 따른 것이다. 이와 같은 호흡법에 대하여 이종숙님은 논문에서 호흡수행으로 코끝이나 윗입술에 바람이 스치는 곳을 예리하게 집중한다.”라고 표현 해 놓았다.

 

 

 

순룬방식은 한번 수행에 들어가면 두 시간 이상 집중한다. 처음 45분간은 코와 윗입술에 포커스를 두고 강하고, 빠르고, 왕성하게 호흡한다. 초보자는 1분에 60회 가량 호흡관찰하고, 숙달자는 100회 내지 200회 호흡관찰한다. 이와 같은 45분 동안 호흡관찰이 끝나면 그 다음에는 감각을 알아차리는 수행을 한다. 특히 몸의 통증 같은 느낌을 관찰하는 것이다. 이와 호흡과 감각을 쉬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두시간 내지 세시간 관찰하는 것이다. 그래서 순룬방식이 힘이 들고 속된 말로 빡세다라고 말하는지 모른다. 이처럼 힘든 수행이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대단히 활기찬 수행이라 한다. 호흡수행을 할 때 거친 숨소리가 이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순룬 수행방법은 순룬사야도의 수행방법에 따른 것이다. 순룬사야도(1878-1952)의 법명은 우 카우(U Kyaw)’이다. 중부미얀마 순룬 마을출신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he was barely literate”라 되어 있는데 거의 일자무식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인기있는 명상센터의 스승으로 불리워지고 있는 것은 수행방법이 검증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순룬사야도는 아라한이었다고 말해지고 있다.

 

 

 

야성(野性)있는 도시의 들개

 

 

 

한가로운 오후에 두 분의 한국스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불쑥 들어가서 이곳저곳 둘러 보다가 만난 스님들이다. 초면임에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을 보니 자애로운 분들 같다. 아마도 외국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외국에 나가서 동포들을 보면 친근감이 들기 때문이다.

 

 

 

순룬센터 마당에는 두 마리의 개가 어슬렁거렸다. 들개처럼 보인다. 한국에서 애완견만 보다가 들개처럼 생긴 개를 보니 야성(野性)이 있어 보인다. 사원의 들개는 누가 돌보지 않는다. 스스로 먹이를 찾아 해매이고 때가 되면 번식한다. 먹는 것과 번식하는 것이 축생이 가장 잘 하는 것이다.

 

 

 

 

 

 

 

 

 

선원에는 인간과 축생이 공존한다. 육도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두 세계이다. 축생의 눈에는 축생의 세계만 인식할 수 있다. 인간과 같은 공간에 살고 있지만 축생의 세계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축생에게는 축생의 세계가 있고 인간에게는 인간의 세계가 있는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축복이다. 인간이 축생처럼 먹고 번식하는 삶을 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다운 삶을 살기도 한다. 그것은 인간이 축생과 달리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은 수행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는 것이다.

 

 

 

미얀마는 전세계 불교의 중앙지역

 

 

 

인간으로 태어났어도 수행자로 살아 간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수행에 대하여 모르고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아비담마논장에 따르면 수행자로 살려면 세 가지 조건을 갖추고 태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세 가지 조건은 무탐, 무진, 무치를 말한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전생부터 수행을 했던 자들이 이 생에서도 수행할 수 있음을 말한다. 특히 지혜를 갖추고 태어나야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흔히 미얀마를 수행의 나라라고 한다. 미얀마에 수행자가 많은 것은 전생에서부터 수행한 사람이 많아서 일 것이다. 오늘날 미얀마가 물질적으로 못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선진국이라 볼 수 있다. 수행자가 많은 나라라면 정신적 선진국이라 말할 수 있다. 오늘날 미얀마는 전세계 불교의 중심지이자 중앙지역에 해당된다. 경전에서 말하는 것처럼 미얀마불교는 청정한 삶을 사는데 단 하나의 올바른 시간, 올바른 시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청정한 삶을 사는데 단 하나의 올바른 시간, 올바른 시기가 있다. 하나란 무엇인가? 수행승들이여, 여기 이렇게 오신 님, 거룩한 님,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님, 명지와 덕행을 갖춘 님, 올바른 길로 잘 가신 님, 세상을 아는 님, 위없이 높으신 님, 사람을 길들이시는 님, 하늘사람과 인간의 스승이신 님, 깨달은 님이신 세존이 세상에 출현한다. 그리고 고요로 이끌고 평화로 이끌고 깨달음으로 이끌고 바른 길로 잘 가신 님에 의해 선포된 가르침이 설해진다. 그리고 이 사람이 중앙지역에 태어나 지혜를 갖추어 둔하지 않고 어리석지 않아 잘 설해진 것과 잘못 설해진 것을 구분할 줄 안다. 수행승들이여, 이것이 청정한 삶을 사는데 단 하나의 올바른 시간, 올바른 시기이다.”(A9.29)

 

 

 

 

 

2019-03-1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