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성지순례기

가바에파고다, 미얀마 성지순례기12

담마다사 이병욱 2019. 3. 6. 14:44

 

가바에파고다, 미얀마 성지순례기12

 

 

2019 1 12일 오후

 

마하빠사나동굴을 본 다음에 까바에파고다로 향했다. 그런데 이 파고다에 대한 명칭이 중구난방인 듯하다. 안내자 툰툰님으로부터 들은 것은 가바에이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에 따르면 까바에가 가장 많다. 영어로는 ‘Kaba Aye’이다. ‘까빠 아예라고 발음 해야 할 것이다. 구글 위성지도로 검색해 보면 ‘Thiri Mingala Gaba Aye Pagoda’라 되어 있다. 미얀마 현지인 안내자의 발음대로 가바에로 한다.

  




가바에파고다는 국가적 프로젝트

 

가바에파고다는 마하빠사나 동굴 바로 아래에 있다. 동굴이 북쪽에 있고 파고다가 남쪽에 있는 것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1952년 미얀마 우 누 수상이 건립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1954년부터 1956년까지 만 2년동안 미얀마에서 제6차 결집대회를 앞두고 건설된 것이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가바에파고다는 국가적 프로젝트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파고다 가는 길에 사람 사는 모습을 보았다. 노점에서 과일 등 먹거리를 파는 것이다. 이런 광경은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와 다른 것은 평온하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상행위를 하지 않는다. 돈을 구걸하는 걸인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도처에서 보았다.

 



  

가바에파고다 입구에 이르렀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첨탑형 문이 눈길을 끈다. 아마도 천상의 궁전을 표현한 것이리라 본다. 파고다에 들어 가는 것이 천상의 문을 들어 가는 것 같다. 마치 한국의 사찰에서 보는 일주문 같기도 하고 금강문이나 사천왕문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사찰에서 보는 사천왕상과 같은 무서운 형상은 보이지 않는다. 순례자들이 한가롭게 출입문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파고다는 너른 원형 부지의 중앙에 솟아 있다. 파고다 입구까지는 천정이 있는 통로가 있다. 비가 오거나 햇볕이 내리 쪼일 때 대단히 유용하리라 본다. 미얀마 선원에 가면 이처럼 천정이 있는 통로가 길마다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파고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신심이 절로 날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하다. 더구나 청명한 하늘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첨탑을 보면 이곳이 성지임을 실감케 한다. 또 한편으로 불교의 파고다는 이런 것이다.’라고 말해 주는 것 같다. 신심 있는 미얀마 불자들은 성지에 들어가기에 앞서 예경 올린다.

 








행운의 겁(bhadda kappa) 시대

 

파고다 안에 들어가자 마자 불상과 마주쳤다. 온통 황금색이다. 상호를 보니 황금색 마스크를 쓴 것처럼 보인다. 원형 회랑에 모두 네 분의 불상이 있는데 위키백과에 따르면 과거불이라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출현하기 전의 부처님을 말한다. 현겁 부처님을 말한다.

 

 







과거불과 관련하여 디가니까야 비유의 큰 경’(D16)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특히 현겁에 출현한 네 분의 부처님에 대한 설명이다. 현겁에 가장 먼저 출현한 부처님에 대해서는 수행승들이여, 현겁에 세상에 존귀하신 님,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님이신 까꾸싼다가 세상에 출현했다.”라고 말씀했다. 까꾸싼다 부처님의 출현을 시작으로 꼬나가마나, 깟싸빠, 그리고 석가모니 이렇게 네 분의 부처님 출현한 것이다.

 

현겁에만 네 분의 부처님이 출현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겁에는 멧떼이야 부처님(彌勒佛)의 출현도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현겁에서만 네 분의 부처님이 출현했고, 미래에 또 한분의 부처님이 출현할 것이기 때문에 현겁에 대하여 행운의 겁(bhadda kappa)’이라 한다.

 








파고다에는 사리가 있다

 

가바에파고다의 핵심은 중앙에 있다. 원형의 복도 중앙에 홀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부처님 사리가 모셔져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여행기를 보면 부처님 치아사리라고 한다. 세계평화를 기원하기 위하여 진신사리 3과가 보관 되어 있다는 것이다. 1952년 파고다가 조성될 때 미얀마 우 누 수상이 인도 네루 수상에게서 기증 받은 것이라 한다.

 






 


오늘날 사리신앙은 전세계적 현상이라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부처님 진신사리라하여 종종 친견법회가 열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특히 80년대 이후 급증하는 추세에 있다. 대부분 스리랑카나 미얀마에서 가져 온 것이라 한다. 신심 있는 불자들은 사리탑을 돌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

 

불교국가에 사리탑이 많은 것은 어쩌면 일리가 있는지 모른다. 그것은 아소까대왕이 8 4천개의 불사리탑을 세웠다는 기록이 스리랑카의 역사서 디빠왐사에 실려 있기 때문이다.

 

아소까대왕은 제3차 결집이 끝나자 전세계에 담마사절단을 파견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 세상과 저세상의 행복을 가져 오는 것이라 믿고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담마에 의한 정복(Dhammavijaya)’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 아소까대왕은 인도 전역에 승원을 세웠다. 이는 디빠왐사에서 부처님께서 온전한 84,000가지의 가장 소중한 가르침을 주셨기 때문에 나는 매 가르침을 존중하여 한 가지의 가르침에 하나의 승원을 즉, 84,000개의 승원을 전국에 세우겠다.”라고 발원을 했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각 고을마다 승원이 세워졌다.

 

승원이 세워졌다는 것은 사리탑이 세워졌다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그 많은 사리는 어디서 났을까? 이는 부처님 입멸후 여덟 개로 나누어진 대사리탑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아소까대왕은 여덟 개의 대사리탑에서 나온 사리를 기본으로 하여 전국방방 곡곡에 사리탑을 세웠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사리탑이 생겨나는 것은 어쩌면 일리가 있는지 모른다.

 



 

가바에파고다에서 사리가 있는 홀은 가장 성스런 곳이다. 미얀마 관리자가 지키고 있는데 가까이 가서 보려고 하면 돋보기를 대 준다. 사리를 친견하기 위한 순례자들도 끊이지 않는다. 사리가 있는 중앙홀 위쪽에는 한글인들이 기증한 불상도 있다. 한글로 기증자의 이름이 써 있고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그 옆칸 역시 한국인의 기증함이 있는데 영어로 이름을 써 놓았다. 미얀마에 가면 반드시 들러야 할 필수관광코스이자 성지순례지처럼 보인다.

 



 

왜 기념비적 파고다를 건립하는가

 

가바에파고다는 역사가 67년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쉐다곤파고다의 2,500년 역사와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성지로 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하여 위키백과에서는 정치적 의미를 들고 있다. 우 누 수상이 국민들을 통합하기 위해 기념비적인 파고다를 세웠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미얀마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 한다.

 

쉐다곤파고다는 미얀마의 상징과도 같다. 미얀마 사람들은 물론 전세계불교도들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전설적인 역사를 가진 쉐다곤파고다의 설립에 대한 이야기는 2500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쉐다곤파고다의 역사는 짧게 잡아도 천년이다. 이는 아나와라따(Anawrahta)’왕이 11세기에 파고다를 건립했기 때문이다. 건립이유를 보면 전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왕이 몬왕국을 침략하여 그 승리의 기념으로 파고다를 건립한 것이다.

 

미얀마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왕들이 파고다를 건립해 온 전통이 있다. 이런 전통은 영국에서 독립한 후에도 이어졌다. 가바에 파고다는 우 누 수상에 의해서 1952년에 건립되었다. 식민통치에서 막 벗어난 미얀마에서 국민통합을 이룰 필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상 관주도형 국가프로젝트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통은 우 누의 뒤를 이은 네 윈장군에 의해서도 추진 되었다는 것이다.

 

네 윈은 독립운동가이기도 했지만 미얀마의 독재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11년부터 2002년까지 살았다. 네 윈은 1962년 쿠데타로 집권했다. 그는 사회주의를 채택하여 1974년까지 12년 동안 집권했다. 네 윈의 추종자들은 1980년에 하나의 파고다를 만들었다. 파고다 이름은 마하위자야파고다(Maha Wizaya Pagoda)’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위대한 승리의 탑이다. 쉐다곤파고다 남쪽 담마라키타언덕(Dhammarakhita Hill)에 있는데 네팔국왕이 선물한 사리가 모셔져 있다고 한다.

 


마하위자야파고다(Maha Wizaya Pagoda)

 

 

미얀마에서는 왕들이 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파고다를 세웠다. 독재정권시절에도 국민들을 통합하기 위해 파고다를 건립했다. 가장 최근에 건립된 것은 우빳따산띠파고다(Uppatasanti Pagoda)이다. 이 파고다는 미얀마 수도가 중부에 위치한네피도로 이전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쉐다곤 파고다를 그대로 본 뜬 것으로 높이가 99미터에 달한다. 2006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2009년에 완공한 국가적 프로젝트라 볼 수 있다.

 


우빳따산띠파고다(Uppatasanti Pagoda)

 


우빳따산띠파고다는 국가 평화와 발전위원회의 통치 기간 중에 미얀마의 독재자 탄 쉐(Than Shwe)’ 장군의 주도로 건립되었다. 탄 쉐 장군은 1992년부터 2011년까지 의장으로 있었다. 현재 미얀마는 민주화의 길을 가고 있다. 2016  아웅산 수지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의 대통령 후보로 나온 틴 초대통령이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이든지 거대한 기념비적 건축물을 볼 수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국 진시황능 등이 이에 해당된다. 중세의 경우에는 거대한 성당이 기념비적 건축물이라 볼 수 있다. 근세의 경우 파리의 에펠탑이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기념비적 건축물이 있었다. 역사서에 나오는 황룡사구층탑이 대표적이라 볼 수 있다. 백제의 경우 미륵사지에서 대탑을 볼 수 있다. 요즘의 경우에는 대불 만들기가 크게 유행이다.

 

기념비적 건축물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국민통합을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때로는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건립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왕이나 통치자들이 주체가 되어 국가적 프로젝트로하여 만든다. 미얀마에서 보는 기념비적인 파고다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부처님의 일대기

 

파고다 원형 복도에는 부처님의 일대기에 대한 벽화가 있다. 마치 한국의 절에 가면 법당 바깥 벽에 그려진 탱화를 연상케 한다. 그런데 경전에 근거하여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얼굴을 보면 미얀마사람들이다. 부처님상호도 미얀마사람이고 벽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미얀마사람들의 얼굴이다. 벽화에서 보는 건축물 역시 미얀마식이다.

 







가장 인상적인 벽화를 보았다. 그것은 부처님이 어린 시절 처음으로 농경제에 참석했을 때에 대한 것이다. 벽화를 보면 네 가지 사람이 나온다. 이는 사문유관을 하나의 그림에 넣은 것이다. 노인과 죽은자, 수행자가 보인다.

 




부처님의 일생 박물관(MUSEUM OF LIFE OF BUDDHA)

 

 

가바에파고다 건너편에는 부처님의 일생 박물관(MUSEUM OF LIFE OF BUDDHA)’이라는 박물관이 있다. 부처님 일대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놓은 너른 홀이다. 조형물과 벽화로 되어 있는데 출발점은 연등불에게 공양올리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박물관에서는 동아시아 불교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 많이 있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난도빠난다용왕길들인 이야기일 것이다. 청정도론에도 상세히 설명되어 있는 이 장면은 목갈라나존자가 신통으로 용왕 난도빠난다를 제압한다는 이야기로 되어 있다. 자야망갈라가타에서도 게송으로 표현 되어 있다.

 






 

붓다일생박물관에는 기억할 만한 벽화가 있다. 인터넷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벽화를 말한다. 출처가 바로 이곳 가바에파고다임을 알 수 있었다.

 

 













평온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가바에파고다는 청명한 하늘에 황금빛으로 빛이 났다. 동그란 모양의 야자수와 더불어 이국적 분위기의 극치를 이룬다. 미얀마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어느 미얀마불자는 부처님 발 아래 앉아 명상에 잠겨 있다. 저 불자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다시 문 밖으로 나왔다. 문 밖에는 여전히 사람 사는 세상이다.

 




 




 

문밖 입구에는 장이 서 있다. 노점이 길 양옆으로 길게 형성되어 있다. 아열대지방에서 나는 과일과 채소 등 먹거리가 대부분이다. 호객행위도 없다. 표정도 어둡지 않다. 억척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평온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이곳이 불교나라이어서 그런 것일까?

 

 








2019-03-0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