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와나선원

사대생활필수품을 보시하고, 2022 담마와나 까티나 가사공양 법요식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1. 7. 06:00

사대생활필수품을 보시하고, 2022 담마와나 까티나 가사공양 법요식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선원에 갔다. 일년만이다. 기록일 보니 작년 오늘이다. 작년 11 6일 담마와나선원 까티나법요식에 참석한 것이다. 코로나가 엄중하던 시기에 비공식적으로 열린 것이다.

까티나행사 참석을 앞두고 선물을 준비했다. 당초 돈으로 하려고 했다. 밴드 공지사항을 보니 가사 한벌에 십만원이다. 수십명이 가사보시금을 계좌이체 했다. 나도 따라가고자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을 바꾸었다. 물품으로 보시하고자 한 것이다.

이번 2022년 가사공양법요식에 참석하는 스님은 열 분이다. 빤냐와로 스님을 비롯하여, 빤냐완따, 담마위하리, 빤냐왐사, 케마짜라, 웃따마시리, 악카삿도, 냐눗따라, 냐나시리, 떼자사미 스님이다. 열 분의 스님에게 물품을 보시하고자 했다.

 


어떤 물품을 보시해야 할까? 갑자기 생각든 것은 생활에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것들이다. 하루도 없어서는 안되는 것들이다. 면도기, 치약, 치솔, 비누를 말한다.

남자들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면도기이다. 하루라도 면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루 일과 시작을 세수로 하듯이 동시에 하루일과를 면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면도기는 남자들에게 최상의 선물이다. 생활 필수품 중에서도 필수품이다. 남자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안다. 여자들은 실감나지 않을 수 있다. 혹시 여자가 남자에게 선물하고자 한다면 면도기가 좋다. 면도기를 선물하면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잘 알기에 스님들에게 면도기를 선물하고자 한 것이다.

어제 저녁 늦게 이마트에 갔다. 열 분의 스님들에게 선물 하기 위해서 간 것이다. 그런데 선물을 사다 보니 양이 꽤 많다. 한두명도 아니고 열 명이다.

면도기는 네 개들이 한세트이다. 면도기와 함께 치약 한개, 치솔 한개, 비누 한개를 한묶음으로 했다. 열 명분을 사다 보니 모두 14 5천원 들었다. 가사보시금보다 훨씬 더 많이 든 것이다.

 


탁발수행승에 대한 보시는 필수품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먹을 것, 입을 것, 잘 것, 그리고 필수약품이다. 까티나 철에는 가사를 보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 계좌이체로 상가에 보시한다. 개별 스님에게 보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가에 보시하는 것이다. 상가에 보시하면 스님에게 보시하는 것이나 똑같은 것이 된다.

면도기, 치약, 치솔, 비누는 생활필수품에 해당된다. 재가자뿐만 아니라 출가자에게도 필수품이다. 이와 같은 세면도구도 사대필수품이라 해야 할 것이다. 현대판 필수품에 해당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의 몸을 깨끗하게 한다는 것이다. 청정한 삶을 지향하는 수행승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 있을까?

필수품은 준비 되었다. 다음은 담을 것이 필요했다. 작은 쇼핑백을 사야 했다. 종류 별로 샀다. 사놓고 보니 컬러풀하다. 획일적인 것 보다 낫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쇼핑백에 네 가지 필수품을 나누어 담았다. 그리고 이름을 썼다. 포스트잇에 써서 붙인 것이다. 이런 행위는 비난 받을 수 있다.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선물 하는 자의 이름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다. 이름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갈애도 작용한 것이다.

쇼핑백 열 개는 사이즈가 크다. 자동차 뒷좌석을 상당부분 차지할 정도이다. 청파2동 주민센터 지하 공용주차장에 주차했다. 양 손에 선물꾸러미를 가득 들고 선원으로 향했다.

 

법요식은 이미 진행중이었다. 십분 늦은 것이다. 가사공양시간이 되었다. 재가불자들은 선원에서 준비한 가사를 스님들께 올렸다. 본래 존경하는 스님에게 올리게끔 되어 있다. 그렇다고 한 스님에게 몰려서는 안된다. 그래서일까 불자들은 골고루 보시했다.

 


오늘 까티나 법요식에 참석한 스님은 아홉 분이다. 한 분이 참석을 하지 않았다. 쇼핑백은 열 개이다. 하나를 제하고 아홉 분 스님에게 보시했다. 한분 한분에게 보시했다. 스님들은 받았다는 표시로 터치 했다. 그러나 터치 하지 않은 스님도 있었다. 나머지 하나는 경주 마하보디 선원장 사사나 스님에게 보시했다.

 

보시를 하고 나니 상쾌했다. 사실 어제 밤부터 기분이 고양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보시공덕에 대한 막연한 과보를 기대한 것일지 모른다. 계좌이체 하는 것으로 끝냈다면 이런 기분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쇼핑을 해서 물품을 구입하고 이를 하나 하나 포장하는 과정에서 기쁨이 생겨난 것이다.

담마와나 까티나 법요식은 화려하지 않다. 2주전 의정부에 있는 담마까야 까티나 법요식에 갔었다. 태국 이주민공동체의 축제이었다. 이국적이고 화려 했다. 작년 아산에 있는 마라위하라 까티나 축제에 갔었다. 스리랑카 이주민공동체의 축제로 역시 이국적이고 화려 했다. 이에 반하여 담마와나 까티나 법요식은 매우 소박하다. 가사를 펼치는 행사와 가사공양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없다.

 


담마와나선원은 토착화된 테라와다불교라고 말할 수 있다. 테라와다불교 전통에서 출가한 한국스님들의 상가공동체가 한국테라와다불교이다. 2009년에 출범 했으므로 이제 13년 되었다. 자생적 테라와다불교이다 보니 이제 전통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가장 강점을 꼽으라면 법문을 들 수 있다.

태국의 담마까야와 스리랑카의 마하위하라는 외국 스님들이 한국에 와서 전법활동하고 있다. 자국의 불교전통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국의 수많은 이주민들이 한국에 살고 있는 이유가 크다. 직수입된 불교라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한국테라와다불교는 토착화된 테라와다불교이다. 그러다보니 아직 이렇다할 전통이 없다. 전통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여러 테라와다불교 전통의 까티나 법요식에 참석해 보았다. 겉으로는 화려하다. 그러나 법문이 없다. 설령 법문을 해도 언어가 달라 알아 들을 수 없다. 이에 반하여 자생적 한국테라와다불교에서는 법문이 있다. 삼장법사 빤냐와로 스님의 법문을 말한다.

 


빤냐와로 스님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법문했다. 모두 부처님 가르침에 근거한 것이다. 어느 것 하나 흘려 버릴 수 없다. 작은 노트를 준비하여 받아 적었다. 사소한 얘기도 기록했다. 나중에 글을 쓰기 위한 것이다.

노트한 것을 주욱 읽어 보았다. 이번 까티나행사에서는 주로 공덕에 대해서 얘기 했다. 특히 수행공덕에 대한 것이다.

 


빤냐와로 스님은 물품을 보시할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물어 보았다. 대부분 보시공덕을 생각했을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해서 서원을 세우라고 했다

보시할 때 공덕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서원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생활필수품 보시하면서 공덕만을 생각했다. 다음 생에 태어날 때 좋은 과보 받을 것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서원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렇다면 어떤 서원을 세워야 할까?

서원이라 하여 부처가 되는 서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수행공덕에 대한 서원을 말한다. 이에 대해서 빤냐와로 스님은 다섯 가지를 말했다. 매일 반복적으로 수행 할 것, 사띠가 연속되도록 할 것, 교학을 공부할 것, 법문 듣는 것에 게으르지 않을 것, 마지막으로 수행문답 할 것을 말한다.

다섯 가지 수행공덕에 대한 서원은 테라와다불교의 불자라면 누구나 하는 것들이다. 다만 게으르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다. 보시하는 것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수행공덕을 쌓아야 함을 말한다.

빤냐와로 스님은 수많은 명언을 남겼다. 기록해 놓은 것을 보면 다음과 같다.

"
보시는 마음으로 베푸는 것이 진정한 보시입니다."

"
사리뿟따와 목갈라나 존자는 부처가 출현할 때 태어나고자 1아승지 10만겁동안 서원을 세웠습니다."

"
대상에 대해서 심념처로 할지 수념처로 할지 수승에게 물어 보아야 합니다."

"
대상은 어떤 경우에서든지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
유투브에서 자기 얘기 하는 사람의 법문은 들을 필요 없습니다."

"
조그만 거라도 질문하고 답을 받아야 합니다."

"
내방식대로 하는 것을 탈피해야 합니다."

"
수행에서 무상, , 무아가 드러나지 않으면 중단해야 합니다."

"
까티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과거전생부터 공덕을 갖추었을 것입니다."

"
사띠를 둘 곳은 육근입니다. 그 외에 사띠 두면 안됩니다."

"
음식에 절제를 모르는 것과 잠을 많이 자는 것은 게으른 것입니다."

"
한계를 넘을 때는 강한 정진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하루 6시간 자면 잠을 2시간만 자고 4시간은 정진에 쏟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
지금 해야 할 일은 선한 일만 하는 겁니다. 악한 일이 생각나면 스톱해야 합니다."

"
수행 중에 어떤 경우에서든지 삼특상(무상, , 무아) 중의 하나는 드러나야 합니다."

"
마음에서 환희심과 선한 마음이 일어나는 스님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 스님입니다."

"
평범한 사람이 되십시오. 평범하게 사는 사람이 잘 사는 것입니다."

"
전생의 무수한 업은 언제 작용할지 모릅니다."

"
도는 한번 이루어지면 끝이지만 과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집니다."

"
출가하고 난 다음 사띠가 없으면 견디기 힘듭니다. 홀로 꾸띠에서 자살하기도 하는데 홀로 지내는 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
사띠는 자동적으로 되야 합니다. 죽을 때도 자동적으로 되야 합니다. 하기 싫어도 자동적으로 되야 합니다."

"
나마-루빠 단계(위빠사나 1단계)나 원인과 결과 단계(위빠사나 2단계)에서도 사띠는 용을 쓰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됩니다."

"75
세 이상되면 도와 과를 이루기 힘듭니다. 1-25세에 수행하면 불환자(아나함)가 될 수 있고, 26-50세 수행하면 일래자(사다함)이 될 수 있고, 51-75세에 수행하면 예류자(수다원)이 될 수 있습니다. 75세 이상은 힘듭니다."

"
위빠사나하다가 피곤하면 사마타하면 됩니다."

 


점심은 선원에서 제공한 김밥을 먹었다. 일년만에 와보는 선원이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안면 있는 도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가면 반겨 주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고향에 온 것 같다.

 


오늘 상가 스님 중에 한분이 말을 건냈다. 스님은 글을 잘 보고 있다고 했다. 케마짜라 스님이다. 인터넷에 올린 글을 누군가 보고 있는데 스님도 본 것이다. 글을 보고 있다는 말에 크게 고무되었다.

그날 보고 듣고 느낀 것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글로 남긴다. 글은 생명력이 있어서 누군가에게 읽힌다. 또한 글은 시공간을 초월한다. 네트워크만 깔려 있으면 십년전에 쓴 글도 볼 수 있다. 새삼 글쓰기의 위력을 실감한다. 동시에 책임감도 느낀다. 신중하게 쓰지 않을 수 없다.

담마와나 선원은 가난한 절이다. 용산구 청파동 숙대입구 작은 상가주택 건물에 세들어 있다. 그러다 보니 몹시 비좁다. 마치 가난한 젊은 부부가 원룸에 세들어 사는 것처럼 옹색하다. 언젠가 넓고 여법한 가람이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

 


선원은 신도들의 보시로 운영된다. 선원장 떼자사미 스님은 하루 한끼만 먹는다. 오후불식하는 것이다. 한끼 먹는 것도 신도가 식사보시해 주어서 먹는다. 탁발이 가능하지 않아 청식형식으로 먹는 것이다.

한국테라와다불교는 가능하면 부처님의 가르침과 계율대로 살고자 노력한다. 오늘 까티나 법요식 행사에 아홉 분의 상가스님들이 모였다. 코로나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서 3년만에 가장 큰 행사를 가졌다. 과연 한국테라와다불교는 한국불교 1,700년 역사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
그대에게 모든 축복 있기를!
모든 천신들이 그대를 잘 보호하기를!"(수망갈라가타)


2022-11-0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