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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권 외국성지순례기 II 2012, 나는 일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1. 26. 10:26

78권 외국성지순례기 II 2012, 나는 일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십년전 나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그때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그때 나는 어느 시기를 살았을까? MB때인가 GH때인가? 지금으로부터 십년전이면 MB때가 맞을 것 같다. 아이들은 몇 살 때이고 몇 학년 때인지도 떠올려 본다.

인생의 시기를 구분하는 기준이 있다. 나이가 어릴 때는 학년별로 구분한다. 나이가 들어 직장생활을 하면 직장별로 구분한다. 그러나 한 직장에 오래도록 있다면 구분이 의미가 없다.

나의 경우 직장생활을 20년 했다. 열 군데 가량 된다. 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다. 나의 인생에 있어서 20년은 어느 해에 어느 직장에 있었는지로 인생의 시기가 구분된다. 그러나 2005년 이후에는 구별할 것이 없다. 이후 주욱 일인사업자로 살았기 때문이다.

지나간 시절을 되돌아 본다. 쓰리고 아픈 시절도 추억이 되는 것 같다. 다시 그 시절로 되돌아가라고 하면 가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아름답고 즐겁고 행복한 시절이라면 돌아가고 싶다. 여행이 그렇다.

해외 성지순례와 관련된 책을 만들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십년전 일본성지순례한 것에 대한 순례기이다. 목차를 보니 19개이다. 이를 ‘78권 외국성지순례기 II 2012’라고 제목을 붙였다.

일본성지순례는 2012년 6월 5일부터 6월 8일까지 3박 4일동안 순례한 것에 대한 기록이다. 글과 사진과 동영상을 곁들였다. 모두 401페이지에 달한다.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일본성지순례를 떠나며
2. 일본은 성숙한 사회, 일본성지순례를 다녀와서
3. 1300년전에도 한류열풍이, 아스카시대와 호류지(法隆寺)
4. 왜 그들은 거대함을 추구하였을까, 도다이지(東大寺)와 노사나대불
5. 의왕(醫王)으로서의 부처님, 야쿠시지(藥師寺)
6. 이혼당하지 않으려면, ‘욘사마’열풍과 일본베이비붐세대
7. 무대를 만든 이유는, 관음성지 기요미즈데라(淸水寺)
8. 노래하는 마루, 대정봉환의 무대 니조성
9. 왜 불질렀을까 ,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킨카쿠지(金閣寺)
10. 젠(ZEN, 禪) 붐의 발원지 료안지(龍安寺)
11. 토후쿠지(東福寺)에서 발견한 한국 흔적 두 가지
12. 출세는 이렇게 하는 것, 오사카성과 도요토미 히데요시
13. 일본속의 지중해 세토내해(瀬戸内海)에서
14. 외계가 이런 모습일까, 에메랄드 빛깔의 천지 아소활화산
15. 가장 일본적인 것을 보았을 때, 유후인(由布院) 민예촌거리
16. 땅이 터지고 갈라지는 몹쓸땅에서 핀 온천의 꽃 ‘유노하나’
17. 온천의 수도 벳푸에서 체험한 가마도지옥
18. 남장원(南院)에서 본 일본수국 아지사이(紫陽花)
19. 일본의 현관에 설치된 다자이후천만궁

78권 외국성지순례기 II 2012_221116.pdf
17.08MB


나는 일본에 대해서 얼마나 알까? 보통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적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은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었고 동시에 일본에 대한 열등감이었다. 왜 그런가?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잘 살았고, 우리보다 훨씬 앞섰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시절이었을 것이다.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나라가 일본과 합쳐진다면 우리나라도 잘 사는 나라일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아마 그때 당시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잘산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태극기부대 사람들 중의 일부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일부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일까 어떤 이들은 성조기를 들고 다닌다. 그들은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 미국이 우리나라 은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일부가 되면 미국사람이 되어서 일등국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제 유튜브에서 옛날 영화를 하나 보았다. 한국고전영화를 말한다. 놀랍게도 일제시대 영화를 디지털로 복원 시켜 놓았다. 영화제목은 ‘수업료’이다. 영화는 1940년 4월 30일에 개봉된 것이다.


유튜브에서 종종 한국고전영화를 본다. 유튜브에는 60년대 것이 많다. 50년대 것도 볼 수 있다. 배우들은 거의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은희는 빠지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1940년대 영화를 접했다.


영화 수업료는 일본어와 한국어가 동시에 나온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수업할 때는 일본인 선생 아래에서 일본어로 말한다. 학교가 파하여 집에 갈 때는 한국말로 한다. 아마 그 때 그 시절에 초등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그렇게 했을 것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 말이고, 영화의 장소적 배경은 수원이다. 수원의 화성이 나오는데 지금으로부터 80여년 전의 영상이다. 세월은 흘러 사람들은 생겨나고 사라졌지만 문화유산은 그대로인 것을 보면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한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이다. 아이는 집에서 국어책을 읽는다. 그런데 그때 당시 국어는 일본어이다. 일본어로 된 책을 읽는 것이다. 놀랍게도 아이는 “우리나라는 아시아의 중심 일본열도 조선반도를 지나 만주국에서 관동까지 아우르는 일본열도..”라고 책을 읽었다.


일본에 있어서 1930년대는 팽창하던 시기였다. 조선을 병합하고 만주까지 지배권을 확립하던 시기였다. 이렇게 팽창의 시기에 침략을 정당화는 내용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었던 것이다.

영화는 한국인들이 만들었지만 일본의 검열을 받아야 했을 것이다. 일본인을 미화시키는 장면이 많다. 일본인 선생은 매우 자애롭게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일제치하의 상황 하에서 민중들은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그들의 일상적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은 일본에게 국권을 넘겼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대부분 민중들은 나라가 일본에 넘어간 줄도 모르고 살았다. 어느 날 일본인들이 몰려 왔을 때 세상이 바뀐 것을 알았을 것이다.

민중들은 삶의 터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민중들에게 지배층의 의미는 어떤 것이었을까? 지배층이 바뀐 것으로밖에 인식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날 일본인들이 들어와 학교를 짓고 일본식으로 교육을 했을 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니 박완서 작가의 글이 생각난다.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라고 볼 수 있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대한 것이다. 소설에서 작가는 1930대 말에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영화속에서와 같이 학교에서는 일본어로 말하고 집에서는 한국어로 말했다.

작가는 초등학교 6학년때 방학이 되어서 집이 있는 개성으로 가고자 했다. 서울역에서 개성으로 가려면 경의선 봉천행 표 파는 데 바로 옆에서 줄을 선다고 했다. 그때 느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써 놓았다.


봉천은 우리나라 지도에는 없는 땅이었다. 하룻밤 하루 낮도 더 걸리는 먼 만주땅이라고 했다. 봉천은 내가 아는 외국 땅 이름 중 유일하게 내가 한 발자국만 비켜서면 도달할 수 있는 고장이었다. “호텐, 호텐 유키”하고 봉천행 개찰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고 그 줄이 웅성거리면 나는 가슴이 마구 뛰었다.”(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145쪽)


작가는 “호텐 유키”라는 말에 가슴이 뛰었다고 했다. 호텐유키는 우리말로 “봉천행”이라는 말이다. 먼 미지의 나라에 동경일 것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와가 쿠니(わが)”라고 하여 ‘우리나라’라고 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나라는 일본을 말한다.


일본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알게 된 것은 인터넷시대가 열리고 나서부터이다. 그리고 일인사업자로서 삶을 살기 시작했을 때 이다. 2005년 이후를 말한다. 일감은 없고 시간은 많아서 시간부자였던 시기에 일드, 즉 일본드라마를 많이 봤다. NHK에서 제작한 대하드라마를 말한다. 막말유신초에 대한 것과 전국시대에 대한 것이 많다.

드라마 몇 편 보았다고 일본을 알 수 있을까? 일본에서 살아 보지 않으면 그들을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다만 여행을 통해서 겉보기라도 알 수 있다. 일본 성지순례 여행기는 이런 측면에서 작성된 것이다.

일본여행은 2012년 6월초에 3박 4일동안 짧은 일정이었다. 그럼에도 관서지방과 후쿠오카지방을 오가면서 볼 것은 다 보았다. 이에 19편의 이야기를 남겼다. 일본의 역사와 일본사람들 이야기를 곁들이고, 또한 부처님 가르침에 근거하여 작성된 것이다. 나는 일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2022-11-2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