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권 외국성지순례기 III 2013, 실크로드에서 불교의 흔적을
79번째 책을 만들었다. 이번에 만든 책은 실크로드 여행에 관한 것이다. 2013년 6월에 8박9일 일정으로 떠났다. 여행기를 블로그에 연재해 놓았는데 이제 시절인연이 되어서 책으로 내고자 한다.
이지의 세계에 대한 아련한 기대가 있다. 미지(未知)의 세계가 아니라 이지(異地)의 세계이다. 그런 곳 중의 하나가 실크로드이다. 소년시절부터 지도보기를 하면서부터 생겨났다.
실크로드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것은 지도를 열심히 본 것도 있지만 세계사 책을 본 것에서도 기인한다. 복학하고 난 다음 세계사 전집을 샀는데 그 중에서도 서역에 강하게 끌렸다.
나는 왜 서역에 강하게 끌렸을까? 그것은 아마도 80년대에 본 실크로드 프로그램과도 관련이 있다. 일본에서 제작한 다큐를 말한다. 그때 당시 화면을 보고서 이지의 세계에 대한 꿈을 꾸었다. 언젠가는 가보겠다고.
마침내 기회가 왔다. 능인선원 도반들과 함께 하는 성지순례가 되었다. 그때 당시 울산에 있는 망해사 스님도 함께 했다. 물론 패키지여행이다. 떠날 때는 여행사별로 떠났지만 현지에서는 세 여행사 팀과 합쳐져서 37인승 버스로 함께 하게 되었다.
기록하는 버릇이 있다. 글을 쓰면서부터 형성된 것이다. 실크로드 성지순례를 앞두고 작은 노트를 준비했다. 마치 기자들 취재노트 같은 것이다.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사이즈가 작은 것이다.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그때그때 기록했다. 나중에 여행 후기를 쓰기 위한 것이다.
작은 노트에 기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기록했다. 가이드가 말한 것을 놓치지 않고 받아 적었다. 잘 들리지 않거나 이해 되지 않으면 물어서 확인했다. 또 한편으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그때 당시 스마트폰이 없었기 때문에 소형 디카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여행을 가면 언제든지 쓸 준비가 되어 있었고 언제든지 찍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자료가 확보되면 후기를 써야 한다. 그래서 30편에 달하는 실크로드 여행기를 쓸 수 있었다.
여행기는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 가는 곳마다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풍부하게 싣다 보니 572페이지가 되었다.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실크로드 불교유적 순례를 떠나며
2. 여행과 힐링, 실크로드 여행을 다녀와서
3. 기운 넘치는 천산천지(天山天池) 지형
4. 서역의 불교국가 카라코야 왕국(高昌國)
5. 홍산공원의 대불사(大佛寺)
6. 우루무치-유원간 야간침대열차
7. 낙타가시풀에 꽃이 피었네!
8. 현장스님의 불퇴전 구도(求道)열정, 일망무제 양관에서
9. 명사산 월아천에서 본 월천관음(月泉觀音)
10. 막고굴 장경동과 오오타니 콜렉션
11. 비천(飛天)의 도시 돈황에서
12. 사막의 영웅 호양(胡楊)
13. 돈황박물관에서 본 진묘수(鎭墓獸)
14. 하미(哈密)행 기차를 기다리며
15. 초원에 핀 민들레, 바리쿤 초원에서
16. 알라는 세상의 유일한 신, 하미(哈密) 회왕묘역
17. 사막을 건너게 하는 캐러밴의 지도자, 쿰탁(Kumtag)사막에서
18. 불타는 화염산(火焰山)을 바라보며
19. 독경대신 연주소리가, 베제클리크 천불동에서
20. 고창고성에서 탑돌이를 하고
21. 투루판 아스타나 고분군에서
22. 투르판 교하장원호텔 사거리 야시장
23. 교하고성 대불사(大佛寺)에서 본 불상
24. 인공수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투루판 카레즈 박물관
25. 투루판 군왕이 살던 곳
26. 투루판 포도농가 방문
27. 위구르족 민요 달판성처녀(达坂城的姑娘)
28. 남산목장의 카자흐족
29. 우루무치 바자르에서
30. 실크로드 여행을 마치고
여행은 현지에서 오감으로 느끼는 여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여행은 후기를 작성할 때 하는 것으로 본다. 현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하여 기록을 남겨야 여행이 완성이 된다.
후기를 작성할 때는 수많은 검색이 이루어진다. 단지 사진 위주로 설명을 하는 것보다는 역사적 배경을 아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여행기는 무엇보다 주제가 있어야 한다. 당연히 불교가 주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실크로드 순례에서 불교의 흔적을 찾고자 노력했다. 신장지역은 이슬람교가 지배하는 곳이기 때문에 불교는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곳에도 불교가 있었던 것이다.
투르판의 고창고성과 교하고성에서 불교의 흔적을 발견했다. 비록 머리가 잘리고 파괴된 것이긴 하지만 감실에는 분명히 불상의 흔적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감동하여 폐허가 되어 뼈대만 남은 불탑을 세 번 돌았다.
일찍이 서역은 불교국가였다. 이슬람이 들어오기 이전에는 불교가 우세한 종교였다. 불교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그 중에서도 베제크리크 천불동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베제크리크 천불동 가는 길은 경이의 연속이었다. 투루판 지역에 있어서 서유기에 나오는 화염산도 볼 수 있었다. 천불동 계곡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본 오아시스 풍경은 이지의 나라에 온 것을 실감했다.
세상에 전혀 상상도 못할 경이의 지형이 펼쳐졌다. 풀 한포기 나지 않는 사막에서 천길 낭떨어지 아래에 오아시스가 있었던 것이다. 마치 달나라 또는 화성과 같은 지형에서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는 것과 같은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실크로드를 순례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그것은 사막지역이 초록의 지대보다는 수행하기 더 좋은 환경일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왜 그런가? 그것은 마치 지형이 죽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산에는 나무하나 풀한포기 보이지 않는다. 산맥이 있기는 있지만 생명이 없다. 가도가도 사람 사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곳에 홀로 내버려 졌을 때 어떤 생각이 들까?
사막의 지형에서 삶의 끝, 절망을 보게 된다. 고요의 절망이다. 사막에 있는 천불동에서 수행자들이 명상을 하면 더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적멸과 같은 고요를 맛볼 것이기 때문이다.
실크로드 순례를 다녀온지 9년 되었다. 투루판 포도농장 여자아이는 이제 처녀가 되었을 것이다.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한장의 사진으로 그때 그 사람들을 떠 올려 본다.
2022-12-29
담마다사 이병욱
'책만들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82권 담마의 거울 2016 II, 자궁에서 시작된 불평등은 혈통전환으로 (0) | 2023.01.26 |
---|---|
81권 담마의 거울 2016 I, 7년전에 쓴 글이 지금도 유요한 것은 (0) | 2023.01.24 |
78권 외국성지순례기 II 2012, 나는 일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0) | 2022.11.26 |
77권 외국성지순례기 I 2011, 구도(求道)여행이 되고자 (0) | 2022.11.15 |
76권 율장의 가르침 I 14-15, 나 자신에게 유산을 남겨 주고자 (1) | 2022.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