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권 담마의 거울 2016 II, 자궁에서 시작된 불평등은 혈통전환으로
갈 길이 멀다. 언제 써 놓은 글을 다 책으로 만들어야 할까? 이제 2016년에 왔을 뿐이다. 아직도 7년 남았다. 부지런히 달리는 수밖에 없다. 틈 나는 대로 책을 만들어야 한다.
책만들기를 하고 있다. 남들은 한권 쓰기도 어렵다는 책을 81권 만들었다. 이제 82권째 책을 만들려고 한다. 이미 편집까지 끝내 놓았다. 목차까지 만들어 놓았으니 이렇게 서문 쓰는 일만 남았다.
책이 책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목차와 서문이 있어야 한다. 특히 서문을 잘 써야 한다. 서문 없는 책은 상상할 수 없다. 서문이 없다면 그저 글의 무더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까지 81권까지 책을 만들었는데 모두 서문을 썼다. 그것도 장문으로 썼다.
나는 왜 이렇게 책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집착일지 모른다. 그런데 집착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이다. 매일 글을 쓰는 것도 집착이다.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삶이 공허해진다. 이런 글을 쓰면 어떤 이는 글쓰기를 중단하라고 할 것이다.
매달 몇 권씩의 책을 만들고자 한다. 한달에 최소한 네 권 이상은 만들어야 한다. 일년이면 40권 이상이 된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7년 기간 동안 쓴 글에 대한 책을 모두 만들지 모른다. 무려 140권이 되는 것이다.
책을 내기 위한 글을 쓰지 않는다. 글을 쓰다 보니 책이 된 것이다. 책은 만들어도 그만 만들지 않아도 그만이다. 그럼에도 책으로 만들어 놓으면 삶의 결실처럼 보인다. Pdf를 만들어 블로그에 올려 놓으면 누군가 가져 갈 것이다.
이번에 만든 책의 제목을 ‘82 담마의 거울 2016 II’으로 정했다. 생애 통산 82번째 책으로 2016년 7월 27일부터 12월 31일까지 6개월동안 쓴 것으로 담마에 대한 것이다. 모두 35개의 글에 312페이지에 달한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K교수의 유전자연기론은 무작설(無作說)
2. 무명을 베어 명지의 피를
3. 영원주의와 허무주의는 어떻게 논파 되었나?
4. 공부가 안되면 미련없이 떠나야
5. 무상에 대한 지각을 닦고 익히면
6. 맛을 알고부터
7. 해탈과 열반의 기쁨 테라가타
8. 슬기로운 자는 백 가지를 본다
9.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10. 나는 주인으로서 행세하리라
11. 테라가타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게송
12. 부채 없이 음식을 즐기는 부처님의 유산상속자
13. 가르침의 장군 사리뿟따
14. 육입처는 마음의 영역이라는데
15. 윤회가 환망공상이라고?
16. 윤회에 대한 논파할 수 없는 가르침
17. 소욕지족의 당당함
18. 산냐(相)의 극복에 대하여
19. 윤회의 쓰라린 고통을 잊지 말자
20. 평범한 일상이 왜 불선(不善)일까?
21. 가신 님들에게 공덕을 회향하면
22. 한번 저장되면 지울 수 없는 생각의 바다
23. 시스터메틱(Systematic)한 부처님 가르침
24. 수행은 기억력에서부터
25. 진리가 검증되는 순간
25. 테라가타 출간 기자간담회
26.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27. 누구나 잠재적 범죄자
28. 멤 틴 몬의 붓다아비담마
29. 논장을 배제하는 법당
30. 삼세양중인과를 부정하는 중론계열을 보면
31. 불교를 철학으로 격하시킨 불교학자와 승려
32. 불교의 철학화는 불교의 퇴보
33. 아비담마의 기원에 대하여
34. 구불교와 신불교가 공존하고 있는 시대에서
35. 바다와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
2016년은 나에게 어떤 시기였을까? 써 놓은 글을 통해서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목차 25번에 ‘테라가타 출간 기자간담회’(2016-11-24)라는 제목이 눈에 띈다. 이는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발간된 테라가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것에 대하여 소감을 쓴 것이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를 찾아 간 것은 2016년 봄이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본 니까야를 근거로 글을 썼는데 번역자를 한번 찾아 가 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홍제동 전재성 선생 자택을 방문했다. 이것을 인연으로 니까야공부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어느 날 전재성 선생이 교정 한번 봐달라고 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교정작업을 한 것이 테라가타였다. 경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본 것은 테라가타가 처음이었다. 그것도 각주에 있는 주석도 꼼꼼히 챙겨 읽었다. 두 번 교정을 보았다. 그리고 노트도 만들었다. 새기고 싶은 내용을 메모한 것이다. 나중에 글 쓸 때 참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82번 책은 담마에 대한 책이다. 경전을 읽고 느낌을 쓴 것이다. 그래서 주로 교리에 대한 것이 많다. 그런데 교리는 체계적이어서 테이블을 만들기도 했다. 전재성 선생은 이와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하여 ‘시스터메틱하다’라고 했다. 마치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것처럼 정교하다는 것이다. 이 말을 근거로 하여 쓴 것이 23번 ‘시스터메틱(Systematic)한 부처님 가르침’(2016-10-25)이다.
틈만 나면 글을 쓰듯이 틈만 나면 책을 만든다. 여유롭고 한가할 시간이 없다. 책을 많이 만든다고 하여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지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자기만족인지 모른다.
세상사람들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돈으로 나타난다. 세상사람들은 부자가 되는 것을 성공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 부자가 되면 자동적으로 사회적 지위도 올라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오로지 재산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인생을 산 사람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이 모아도 자신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있다. 대한민국 최고 부자가 되기 전에는 결코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그가 아무리 많이 가졌다고 할지라도 만족이 없다면 행복한 사람은 아니다. 남과 비교해서 우위를 점하고자 했을 때 만족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비교를 중단하면 만족한 삶을 살게 된다. 주어진 조건에 만족하는 삶이다. 소욕지족의 삶이다. 그래서 법구경에서도 “어떠한 것이든 만족하는 것이 행복이다.”(Dhp.331)라고 했다.
재산을 어느 정도 형성한 사람은 자신을 중산층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학벌이 없다면 콤플렉스를 느낄 것이다. 그래서 학벌을 돈으로 사고자 한다. 이른바 학력세탁을 하는 것이다. 재산도 갖추고 학벌도 갖추었다. 그러면 만족할까? 비교하는 삶을 사는 한 결코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
글 쓰는 것을 낙으로 산다. 요즘은 책 만드는 재미로도 산다. 책이 서가에 하나씩 추가 될 때마다 뿌듯한 느낌이다. 마치 아파트가 한채씩 늘어나는 것 같다. 어느 때 책장을 보면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부자가 된듯한 느낌이다.
부자라고 하여 반드시 돈만 많다고 해서 부자가 아니다. 마음의 부자도 있다. 정신적 재물도 있는 것이다. 부처님은 물질적 재물 보다는 정신적 재물을 강조했다. 그래서 믿음의 재물, 계행의 재물, 부끄러움을 아는 재물, 창피함을 아는 재물, 배움의 재물, 보시의 재물, 지혜의 재물을 말한다. 이를 칠성재라 하여 일곱 가지 고귀한 재물이라고 한다. 이러한 재물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이다. 돈으로 학력세탁하듯이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책은 어떤 재물에 속할까? 아마도 ‘배움의 재물(suta dhana)’에 해당될 것이다. 그렇다고 학벌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니다. 책 만들기를 해서 책이 이만큼 된다고 말했을 때 대부분 웃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책만들기는 삶의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따라 오는 것이다. 진짜 바꾸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인생을 바꾸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그것은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죽어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성자의 흐름에 들면 다른 종류의 인간으로 태어난다. 이를 청정도론에서는 종성(種姓: gotrabhū)으로 설명한다. 범부에서 성자로 계보가 바뀜을 말한다. 이에 대하여 “열반을 대상으로 삼아 범부의 혈통-범부의 호칭-범부의 지평을 뛰어넘어, 성자의 혈통-성자의 호칭-성자의 지평으로 들어가는, 열반을 대상으로 삼는… 돌이킬 수 없는 혈통전환의 앎이 생겨난다.”(Vism.22.5)라고 했다.
혈통전환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열반을 체험해야 한다. 열반을 체득하지 않고서는 성자의 흐름에 들어갈 수 없다. 이렇게 혈통전환이 일어나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옛날의 그 사람이 아니다. 새로 태어난 사람이다. 거듭 태어난 사람이다.
사람들은 한번 태어나면 일생동안 그대로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얼굴이나 성향은 죽을 때까지 가져 가는 것이다. 세월에 따라 변화가 있기는 하겠지만 크지는 않다. 그런데 한번 학벌을 취득하면 역시 평생간다는 것이다. 자격증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신분제를 보는 것 같다.
신분제는 불평등한 것이다. 어떻게 해야 불평등을 타파 할 수 있을까? 가난한 자는 부자가 되면 신분상승이 이루어질 것이다. 학력이 낮은 자는 학벌세탁을 하면 될 것이다. 그래서 한번 장관이면 죽을 때까지 장관이라고 부른다. 한번 교수이면 죽을 때까지 교수라고 부른다. 한번 박사이면 죽을 때까지 박사라고 불러준다. 한번 스님이면 죽을 때까지 스님으로 불러 준다.
신분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녀를 조기교육시키고자 한다. 초등학교를 사립에 보내는 것이 좋은 예이다. 더 나아가 유치원에서부터 경쟁이 시작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잘 사는 동네에 살아야 한다. 이른바 교육특구에서 사는 것이 된다.
사람의 운명은 결정되어 있을까? 부모를 잘 만나면 어느 정도 운명이 결정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부모가 경제력이 있어서 교육특구에 산다면 유치원에서부터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조기교육을 시켜 놓으면 그 사람의 일생은 에스컬레이터 타는 것처럼 스무스해질 것이다. 그래서일까 불평등은 “자궁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세계적인 사회학자 예란 테르보른이 말한 것이다.
사회는 본래 불평등한 것이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열등하게 태어났다면 불평등한 세계에서 고단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우월하게 태어났다면 세상 살기가 수월할 것이다. 그런데 사회불평등은 두 사람의 남녀가 만날 때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22개월이 되면 어느 계층에 속할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사회의 불평등은 자궁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 것이다.
불평등한 세상에 태어났다. 부자가 아니어서 불편한 것이 있다. 학력이 높지 않아서 콤플렉스를 느낀다. 그러나 글을 쓰고 책을 만들 때는 불평등을 잊어 버린다. 이는 “어느 누가 이렇게 많은 글을 쓰고 이렇게 많은 책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일종의 자만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만드는 작업은 기계적이다. 다만 이렇게 서문 쓰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책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으로 우월감을 갖는다면 불선업이 된다. 현재를 바꾸려면 글을 쓰는 것이나 책을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혈통전환을 해야 한다. 혈통전환을 해야 자궁에서 시작된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2023-01-2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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