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들기

83권 진흙속의연꽃 2016 I, 내글이 민들레 씨앗처럼 날아가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3. 2. 9. 10:12

83권 진흙속의연꽃 2016 I, 내글이 민들레 씨앗처럼 날아가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메일을 열어 보았을 때 주문서가 있다면 힘을 받는다. 오늘 해야 할 일이 생긴 것이다. 일감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을 만들어서라도 해야 할 것이다.

일을 만들어서 하고 있다.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의무를 지우고 있는 것이 몇 개 된다. 여행기를 쓰는 것도 의무적으로 쓰고 있다. 여행을 다녀 왔으면 여행기를 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리랑카 순례기를 쓰고 있는데 가야 할 길이 많다. 한편의 여행기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노고가 따른다. 단지 사진을 보고서 설명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구도의 열정이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료 조사가 이어져야 하고 경전문구도 집어 넣어야 한다.

글쓰기 중에서 여행기 쓰기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기억에 남는 여행기를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여행기를 써야 한다는 마음을 늘 마음에 가지고 있으면 마치 일감이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책을 만드는 것이다. 한달에 최소한 네 권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이제까지 쓴 것을 따라 잡을 수 있다. 이렇게 책 만드는 것도 일감이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일감이 있으면 좋은 것이다. 일감이 있으면 삶의 활력소가 된다. 생계를 위한 일감도 있지만 축적의 삶을 살기 위한 일감도 있다. 여행기를 쓰는 것이나 책을 만드는 작업도 축적된 삶을 살기 위한 것이다.

왜 축적된 삶을 살아야 하는가? 남는 것은 글밖에 없기 때문이다. 돈은 아무리 벌어도 남아 나지 않는다. 늘 마이너스 상태이다. 그러나 한번 써 놓은 글은 남아 있다.

한번 작성한 글은 절대로 버리지 않는다. 인터넷 블로그에 올려 놓는다. 검색하면 걸리기 때문에 버려지는 것은 아니다. 먼 훗날 읽어 보면 “내가 이런 글을 썼나?”라고 할 정도로 스스로 깜짝 놀랄 때도 있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틈만 나면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 글을 너무 많이 쓴 것 같다. 글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졌기 때문이다. 이제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에 83번째 책을 편집했다. 지금 자판을 치고 있는 것은 83번째 책의 서문을 쓰기 위한 것이다. 서문이라고 하여 특별나게 쓰는 것은 아니다. 작성된 글이 늘 현재 시점에서 썼듯이, 역시 서문도 현재 시점에서 느낌을 적는 것이다.

83번째 책은 2016년 상반기에 대한 기록이다. 여러가지 카테고리 중에서 일상에 대한 기록이다. 2016년 1월 4일부터 6월 29일까지 45개의 글이 실려 있다. 제목을 ‘83권 진흙속의연꽃 2016 I’이라고 이름 붙였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내가 세상에 사는 이유
2. 행복이 뭐에요?
3. 깨달음 세미나 참석
4. 미국불교의 현황을 보고
5. 어떠한 것에든 만족하는 것이 행복
6. 괴로움이 뼈에 사무쳐야
7. 과거 죄업을 어찌 할 것인가?
8. 로또인생
9. 불교는 사상운동종결자
10. 벌레 같은 삶
11. 수행은 자신을 바꾸어 나가는 것
12. 경을 보는 안목
13. 개성공단의 미래
14. 현존을 말하는 사람들
15. 소승은 비난하고 대승은 추켜세우고
16. 이것을 말하는 사람
17. 민족사를 방문하고
18. 제사를 부정하지 않은 부처님
19. 제사의 대상은 누구인가?
20. 한국빠알리성전협회를 방문하고
21. 아는 만큼만 알려드리고자
22. 2016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자부심 또 한편으로 자괴감
23. 부산에서 두 법우님과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24. 초록에서 희망을
25. 태양의 후예 부처님, 아리안일까 몽골리안일까?
26. 빈자일등(貧者一燈) 해미읍성연등축제
27. 험한 세상 등불이 되어
28. 무명을 밝히는 2016 서울국제연등축제를 보고
29. 붓다의 측은지심(惻隱之心)
30. 집도 절도 없다면, 거지성자를 읽고
31. 기도는 골방에서, 봉사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32. 잠을 잘 자려거든
33. 시골절 천장사의 빛나는 부처님오신날
34. 100인 대중공사와 마가스님과의 만남
35. 금자대장경과 금자탑, 블로그 누적조회수 5백만명을 맞이 하여
36. 출신을 묻지 말고 행위를 물어야
37. 지금은 절벽시대
38. 깨끗한 천에 염색이 잘 되는 것처럼
39. 두 가지 밝은 원리가 있는데
40. 인식의 지평을 넓히려면
41. 종회의원스님과 면담
41. 스님들이 정치를 했을 때
42. 전방후원형 예덕리 고분군을 보고
43. 인간은 쓰레기를 남기고
44. 청정한 식사
45. 나의 소중한 멘토

83권 진흙속의연꽃 2016 I_230117.pdf
6.80MB


글은 자유롭게 썼다. 쓰고 싶은 대로 썼다. 걸림없이 썼다.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하여 솔직하게 썼다. 그렇다고 단점이나 불리한 것까지 쓴 것은 아니다. 단지 쓰기 위해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차를 보면 사람을 만난 것에 대한 글도 있다. 목차 17번에 ‘민족사를 방문하고’ (2016-03-10)라는 글이 있다. 이 글은 민족사 사장 윤창화 선생이 한번 보자고 해서 종로 오피스텔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윤창화 선생은 책 이야기를 했다. 책을 내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 보았다. 처음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책을 낼 생각이 없었다. 책을 낼 만한 위인도 되지 않았다. 고작 인터넷 블로그에 잡문이 쓰는 블로거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책 내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다.

윤창화 사장은 블러거에 대하여 무척 궁금했었던 것 같다. 대체 어떤 사람인지 무척 궁금했었다는 것이다. 윤창화 사장은 책 내는 것에 대해서 충고했다. 윤창화 선생은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과 생각을 정리하여 책으로 내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책을 내지 않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다. 책을 낼 만한 위치에 있지 않고 책을 내기 위한 사상이 정리되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창화 사장에게 “그저 그날그날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책을 내는 것과 같습니다.”라는 취지로 말해 주었다.

책을 내기 위한 글은 쓰지 않는다. 그러나 글 쓴 것을 책으로 만드는 작업은 하고 있다. 이런 것도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더구나 양이 엄청나게 많다. 이런 추세로 가면 연말에 백권을 돌파할지 모른다.

책은 출간하면 좋은 것이다. 널리 이름을 알릴 수도 있고 가문의 영광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블로그에 있는 글을 엮어서 책을 내는 것은 어떠할까? 책을 pdf로 만들어 블로그에 올려 놓는 것이다. 누군가 다운 받아서 본다면 출간하는 것 못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종종 댓글을 받는다. 글을 보고서 감명을 받았다든가 심지어 희망을 느꼈다고 했다. 이런 글을 접했을 때 일개 블로그의 글도 타인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최근 유튜브에서 최인호 작가에 대한 인터뷰를 보았다. 제목은 ‘인간 '최인호'가 걸어온 길 [BTN 문학관 2회]’이다. 작가는 작고 했지만 영상은 남아 있는 것이다. 오래 전에 BTN에서 방영된 것을 최근 유튜브에 올려 놓은 것이다.

최인호 작가의 인터뷰를 보다가 공감하는 대목을 발견했다. 작가는 “어딘가에 있는 사람에게 ‘내글이 어떤 삶의 희망이나 어떤 기쁨 그런 식으로 보내는 하나의 모르스 부호였으면 좋겠다’ 그게 요즘 그런 생각으로 바뀌었어요.”라는 말을 했다. 작가의 글을 보고서 희망을 발견했다는 독자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최인호 작가는 누구나 아는 유명한 사람이다. 수많은 글을 썼는데 그 중에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내글이 민들레 씨앗처럼 날라가서 어떤 사람에게는 내글을 읽어 절망하고 이런 게 아닌 그런 글로 희망의 메시지가 됐으면 하는 것이 요즘에는 제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

최인호 작가는 유명인이다. 유명인이 쓴 글은 누군가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누가 쓴 글이든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명인이든 무명이든 써 놓은 글은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본다면 블로거의 글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임에 틀림 없다.

그제 뉴질랜드에서 잠시 귀국한 페이스북친구를 만났다. 그 분은 한때 내 글을 보고서 삶의 위안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일개 미천한 블로그의 글도 타인의 삶에 영향을 주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글을 그 사람의 인격과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글로만 본다면 그 사람은 성인군자라 할 것이다. 그러나 언행일치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 지행합일이 된다면 성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나의 글도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같다.

늘 배우는 입장에 있다. 그래서 학인(學人)이라고 말한다. 한번도 교단이나 연단에 서 본적이 없다. 강의나 강연, 법문을 해 본적이 없다. 지금도 앞에 나와서 이야기 해 보라고 하면 떨려서 어쩔 줄 모른다. 다만 글을 쓸 때는 용감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블로거의 글은 골방에서 자판을 두드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걸릴 것이 없었기 때문에 쓰고 싶은 대로 쓴 것이다. 다만 경전을 근거로 해서 썼다. 타인이 감명 받았다면 아마도 소개한 경전 문구에 대한 것이라고 본다.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지 영향을 줄 수 있을 수밖에 없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준다. 그 사람이 덩치가 크다면 그것도 영향을 줄 것이다. 그 사람이 유명인이라면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마치 중력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 같다. 하물며 블로그의 글은 어떠할까?

지금 쓰고 있는 글도 누군가에게는 영향을 줄지 모른다. 그것이 선한 영향력이었으면 좋겠다. 최인호 작가의 말처럼 “내글이 민들레 씨앗처럼 날라가서 어떤 사람에게는 내글을 읽어 절망하고 이런 게 아닌 그런 글로 희망의 메시지가 됐으면”이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2023-02-0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