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억지로 삼십분 앉아 있기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1. 28. 18:25

억지로 삼십분 앉아 있기


비 온다고 전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바람 분다고 전쟁을 쉬지 않는다. 죽고 죽이는 전쟁터에서는 헛점을 노려 기습을 한다. 최악의 날씨에서도 전쟁은 한다.


“장자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여섯 가지 게으름에 빠지는 것의 위험이 있습니다.
너무 춥다고 일을 하지 않고,
너무 덥다고 일을 하지 않고,
너무 이르다고 일을 하지 않고,
너무 늦다고 일을 하지 않고,
너무 배고프다고 일을 하지 않고,
너무 배부르다고 일을 하지 않습니다.
장자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여섯 가지 게으름이 있습니다.”(D31)


디가니까야 31번경을 보면 여섯 가지 게으름이 있다. 게으른 자는 너무 추워도 일을 하지 않는 등 여섯 가지 일을 하지 않는 조건이 있다. 이런 조건 저런 조건 감안하다 보면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비 온다고 전쟁하지 않는 것은 아니듯이, 너무 춥다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게으른 자의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의 일상은 어떠한가?

명상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잘 활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많다. 일이 바빠서 앉아 있지 못했다. 그러나 매번 바쁜 것은 아니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바쁜 것은 아니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쁜 것은 아니다. 게으른 탓이다.

요즘 결심한 것이 있다. 하루에 30분 이상 의무적으로 앉아 있는 것이다. 이는 습관을 들이기 위한 것이다. 습관을 들여 놓으면 생활화가 된다. 밥 먹는 것과 똑 같은 것이 되는 것이다.

요즘 한가하다. 일감이 없어서 한가하다. 이럴 때 허송세월 하기 쉽다. 그동안 바빠서 앉아 있지 못했다면 이제 앉아 있기 좋을 시간이다.

앉아 있는다고 해서 모두 집중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실을 알기에 예비수행해야 한다. 경행을 하는 것이다. 경행이 행선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암송으로 집중을 이끌어 내야 한다.

암송을 하고 행선을 30분가량 했다. 어느 정도 집중이 되자 앉아 있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한시간 앉아 있고자 했다. 그러나 집중이 되지 않았다. 환경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사무실이 추웠기 때문이다.

앉아 있으면서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도 춥고 발도 춥고 등도 추운 기운이 있다. 이럴 때 “너무 춥다고 일을 하지 않는”게으른 자의 변명이 생각난다.

앉아 있을 때 집중이 되지 않으면 번뇌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한쪽 마음에서는 빨리 좌선을 끝내라고 말한다. 이를 감성의 속삭임으로 받아 들인다. 한쪽 마음에서는 그래도 30분은 앉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성의 속삭임이라고 본다.


감성과 이성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성은 감성에 당해내지 못한다. 감각과 관련된 것에 있어서 이성은 감성에 백전백패 당한다. 감각적 욕망에 장사 없는 것이다.


“마음이여, 그대가 우리를 사제로 만들고,
그대가 전사도, 왕도, 선인도 만드는 것이니,
언젠가 우리가 평민이 되고 노예가 되고,
하늘사람이 되는 것도 오로지 그대 때문이다.”(Thag.1133)


테라가타 딸라뿟따 장로가 읊은 오십련 게송 중의 하나이다. 장로는 마음을 인격화 해서 마음과 대화를 하고 있다. 마음을 마치 제3자처럼 보고 말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마음은 나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악마와 같은 마음이다.


“우리가 그대 때문에 아수라가 되고
그대 때문에 지옥에 떨어진 존재가 되는 것이니.
언젠가 축생의 존재가 되고
아귀의 존재가 되는 것도 오로지 그대 때문이다.”(Thag.1134)


장로는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들어 낸다고 말한다. 마음 하자는 대로 내버려 두었을 때 지옥, 축생, 아귀 등 육도를 윤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로는 “마음이여, 어떠한 경우이든 그대의 말을 들었다. 다생에 걸쳐 그대는 내게 항복하지 않았다.”(Thag.1132)라고 말했다.

마음을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될까? 악하고 불건전한 대상에 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장로는 “일찍이 바라는 대로 원하는 대로 이 마음은 즐거움을 쫓아 다녔다.”(Thag.1136)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이 하자는 대로 하지 않기로 했다.


“마음이여, 이제 예전과 같지 않으니,
그대의 지배 아래 나는 돌아갈 수 없다.
위대한 선인의 교법에 나는 출가했으니,
나와 같은 자들은 파멸을 겪지 않으리.”(Thag.1138)


장로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더 이상 마음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래서 “나의 마음이여, 그대의 지배에 복종하지 않으리.”(Thag.1140)라고 선언한 것이다.

장로는 마음과 싸웠다. 그 마음은 언제나 감각적 대상에 가 있는 마음이다. 마음이 감각적 대상에 가 있으면 악마에게 혼을 빼앗기는 것과 같다. 그러나 부처님 교법에 출가한 자는 악마의 영역에 지배하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나는 주인으로서 행세하리라.
얻은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코끼리조련사가 미친 코끼리를 길들이듯,
그대를 힘으로 나의 지배 아래 두리라.”(Thag.1145)


어느 최면치료사에 따르면 인간은 코끼리 등위에 탄 자와 같다고 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여기서 코끼리는 감정에 대한 것이고 인간은 이성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한번 감정에 휩쓸리면 미친 코끼리처럼 된다는 것이다. 나약한 이성의 힘으로는 제압이 되지 않는 것이다.

마음속의 코끼리를 제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성의 힘을 키워야 한다. 이성의 힘을 충분히 키웠을 때 감정이라는 코끼리를 제압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인간의 이성은 코끼리 등에 탄 것 같아서 왜소하고 힘이 없다. 그래서 감정의 코끼리가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마음의 항복을 받아 낼까? 감정의 코끼리와 싸워서 이길 수 없다. 코끼리를 훈련시키면 코끼리를 부릴 수 있듯이, 마음도 제어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결심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십바라밀중의 하나인 결정바라밀일 것이다.

오늘 오후에 30분 앉아 있었다. 본래 1시간 앉아 있으려 했으나 내부의 마음과 싸워서 패했다. 다음에는 꼭 바라는 대로 앉아 있고자 한다. 나는 언제 코끼리와 같은 마음을 항복 받아 낼 수 있을까?


2022-11-2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