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마하시방식 행선에 크게 웃어 버린 스님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2. 2. 16:47

마하시방식 행선에 크게 웃어 버린 스님


수행초보자는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모른다. 유튜브에서 법문을 듣다 보면 제각각이다. 어느 수행자는 자신의 방법을 이야기한다. 마치 “이것만이 진실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유튜브에서 종종 법문을 듣는다. 일하면서 일없이 듣는다. 마치 밭을 맬 때 라디오를 틀어놓고 듣는 것 같다. 호미질 할 때 단순노동을 하게 되는데 밭을 매면서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또한 운전하면서 유튜브를 들을 수 있다. 운전하는 것도 단순하고 반복적인 것이기 때문에 한쪽 눈으로는 전방을 주시하고, 한쪽 귀로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오늘 모니터에서 라우팅작업하면서 유튜브 법문을 들었다. 마음 보는 수행으로 유명한 미얀마 S선원의 S스님에 대한 법문이다. 이번에 올라 온 것을 보니 경행에 대한 것이다.

위빠사나 초보수행자이다. 위빠사나는 오래전에 접했지만 진전이 없다. 왜 그럴까?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본다. 그래서 기본에 충실하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선원에서 배운대로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다.

어느 재가자가 스님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경행을 잘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물은 것이다. 스님은 사띠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음식을 예로 들어 말한다.

스님은 밥을 먹을 때 대상을 알아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맛있는 냄새라고 하면 ‘빤냤띠’라고 한다. 개념으로 아는 것을 말한다. 이럴 경우 그 마음을 알아차리라고 말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허전하다.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

여성재가자는 경행에 대해서 묻는다. 좌선이 지루해서 경행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마하시방식대로 “듦, 감”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스님은 소리 내서 웃는다. 웃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스님은 여성 재가자에게 “일어나, 일어나.”라고 말한다. 약간은 한심하다는 표정이다. 그리고“여기서 저기까지 걸어가봐.”라고 말한다. 여성재가불자는 나이가 지긋하다. 육십은 되는 것 같다.

여성재가자는 배운대로 발의 움직임을 주목하며 천천히 경행한다. 발을 들어서 올리고 나아가고 내리고 딛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자 스님은 여성재가자의 경행하는 모습을 보고서“쉐우민 센터에도 이런 사람 가끔 와.”라고 말한다. 그러자 청중석에서 폭소가 터진다.


참으로 당혹스럽기도 하고 놀랍다. 마하시방식대로 경행했음에도 어떻게 폭소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스님과 법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폭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그것은 쉐우민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얀마에 쉐우민 수행센터가 있다. 마음보는 수행처로 잘 알려져 있다. 심념처 수행처로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한국 수행자들이 주로 가는 것 같다. 한국에서 간화선 하던 스님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아마 그것은 마음 보는 수행이기 때문에 마음을 우선시하는 한국불교 전통과도 어느 정도 들어 맞아서 선호하는 것인지 모른다.

마음보는 수행으로 유명한 쉐우민 센터는 마하시 전통의 계열이다. 쉐우민 센터의 창건주 우 꼬살라 사야도가 마하시 사야도의 직제자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쉐우민은 여러 마하시 전통의 수행처 중에서도 독특하다. 그것은 마하시 전통 방식과는 다르게 마음보는 수행 위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빠사나 수행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9년에 미얀마 수행센터에 2주 다녀 온 것이 고작이다. 그때 담마마마까 수행센터에 갔었다. 우 꾼달라 사야도 계열의 수행센터이다.

우 꾼달라 사야도도 마하시 사야도의 직제자 중의 하나이다. 우 꾼달라 사야도의 제자 중에 우 에인다까 사야도가 있다. 우 에인다까 사야도는 현재 담마마마까 수행센터의 선원장이다.

담마마마까 선원은 한국인 비구니 스님이 창건했다. 직지사 백련암에 있는 혜송스님이 창건주로 있다. 대지 4만평에 현대식 시설을 갖춘 최상의 환경을 갖춘 선원이다.

우 에인다까 사야도로부터 두 번 지도 받았다. 한번은 미얀마에서 집중수행 했었고, 또 한번은 직지사에서 집중수행했었다. 두 번에 걸친 집중수행에서 우 에인다까 스님과 혜송스님은 좌선 못지 않게 행선을 강조했다.

마하시전통에서는 경행을 중요하게 여긴다. 좌선을 한시간 하면 반드시 경행도 한시간 할 것을 말한다. 그래서 마하시 전통에서 수행시간표를 보면 짝수 시간에는 좌선을 하고, 홀수 시간에는 경행을 하도록 되어 있다.

마하시전통에서는 경행이 단지 가볍게 걷는 것이 아니다. 걷기 명상이라는 뜻으로 워킹메디테이션이라고 한다. 한자어로는 행선(行禪)이 된다. 그렇다면 행선은 어떻게 하는가?

여러가지 행선방법이 있다. 가장 최종단계는 6단계 행선이다. 발을 떼서 올리고 나아가고 내리고 딛고 누르는 6단계를 말한다. 이 모든 단계를 알아차려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알아차림 하며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다.

마하시전통에서 경행 할 때는 마치 슬로우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 여섯 단계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슬로우모션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정신-물질과 구분하는 지혜를 얻기 위한 것이다. 또한 원인과 결과를 알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쉐우민 계열의 선원에서는 웃음거리가 되어 버렸다!

스님은 재가여성불자가 경행하는 모습을 보고서 크게 웃어 버렸다. 법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서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스님은 “으음, 마하시에서 왔구만. 으음, 찬먜에서 왔구만.”이라고 말했다. 마치 뿌리를 부정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스님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있을 것이다. 경행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자 하는 것 같았다. 스님은 재가여성불자에게 그냥 걸어보라고 했다. “수행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라고. 산보한다 생각하고.”라고 말했다. 스님은 “산보한다고 생각하면서 사띠만 살짝 얹히면 되.”라고 말했다.

스님이 말하는 사띠는 무엇일까? 쉐우민방식의 사띠일 것이다. 마음보는 수행에 있아서 사띠를 말한다. 흔히 “보는 마음을 아는 마음”이라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위빠사나 초보 수행자가 따라가기에는 너무 막연하고 너무 멀리 있다.

스님은 사띠를 강조한다. 무엇이든지 어느 것이든지 사띠하라고 말한다. 마치 대승불교에서 마음을 말하는 것 같다. 모든 것을 마음으로 환원했을 때 마음지상주의가 되는데 모든 것을 사띠로 환원하면 ‘사띠지상주의’가 될 것이다.

종종 S스님의 법문을 듣는다. 주로 질문한 것에 대한 답을 하는 것 위주로 진행된다. 그런데 경전에 있어서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것은 거의 없다. 자신의 수행담, 체험담 위주로 진행된다.

스님의 법문을 듣다 보면 나 자신이 한심해 지는 것 같다. 스님은 저 멀리, 저 만큼 가 있는 사람이다. 감히 범접할 수도 없고 접근할 수도 없는 경지인 것 같다. 더구나 마하시방식대로 경행하는 것에 대해서 크게 웃어 버리고 “언제까지 감각만 볼 것인가?”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종종 스님의 법문을 즐겨 듣기 때문이다.


2022-12-0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