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친구들이여, 오시려거든 오시라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2. 8. 09:40

친구들이여, 오시려거든 오시라


커피잔 세트를 샀다. 받침과 잔이 세트로 된 것이다. 다이소에서 한 세트에 3천원 주고 샀다. 모두 네 세트를 샀다. 이 정도이면 손님이 네 명 오면 모두 커버될 것 같다.


지난주 일요일 손님이 왔다. 무려 세 명이 왔다. 정평불 식구들이다. 상임대표와 감사, 그리고 재무팀장이 왔다. 정평불 일년 결산을 사무실에서 한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이다.

사무실은 적막강산과도 같다. 또한 산중의 암자와도 같다. 이럴 때 유행가 가사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로 시작되는 노래가 생각난다. 이럴진대 무려 세 명이 온 것이다.

손님이 왔으면 대접을 해야 한다. 감사 일을 하기 때문에 커피가 좋을 것 같았다. 절구커피로 대접하기로 했다. 원두를 절구질 하여 만든 커피를 말한다. 그런데 잔이 부족했다. 받침이 있는 세트로 된 잔은 한세트 밖에 없었던 것이다.


상임대표에게 세트로 된 커피잔을 제공했다. 나머지 두 사람에게는 종이컵에 따라 주었다. 이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부러 먼 길 가서 찾아 주었는데 종이컵이라니! 이건 아닌 것 같았다.

커피세트를 준비하고자 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은 재활용품가게이다. 자주 찾는 굿윌스토어와 아름다운가게에서 사고자 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중앙시장 근처에 있는 다이소에 마침 커피잔세트가 있었다. 한세트에 3천원이다. 너무나 저렴한 가격이다.

네 개의 커피잔 세트를 갖추었다. 이제 손님들이 여럿 와도 문제될 것 없다. 그러나 일년 열두달 손님 보기 힘들다. 어쩌다 한두명 온다. 손님이 자주 찾는 집을 보면 부러움이 앞선다.

손님이 오지 않는다고 기다리고만 있어야 할까? 내가 찾아 가야 한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내가 찾아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찾아 오기만을 바란다면 자만이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는 선물을 하고 싶다. 나의 글을 읽어 주고 공감표현을 해주는 사람들도 대상이다. 만나면 커피나 차를 대접하고 싶다. 더 나아가 최상의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내가 찾아가야 한다.


언제 올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커피잔 세트를 준비해 놓았다. 물론 찻잔도 준비해 놓았다. 갖가지 종류의 차도 있다. 친구들이여, 오시려거든 오시라.


2022-12-0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