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콜롬보에서 툭툭을 타고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2. 13. 22:39

콜롬보에서 툭툭을 타고

지금시간은 새벽 12시 37분, 잠에서 깨어 났다. 너무 이른 시간 정도가 아니다. 이제 잠들 시간이다. 그러나 여행지에서 첫날은 피곤하다. 먼 거리를 이동하고 낯선사람을 만나는 등 일이 많다. 어제도 그랬다.

스리랑카 성지순례 첫째날이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순례가 시작된다. 오늘 아침 6시에 호텔을 출발하여 고도 아누라다프라로 향한다. 그러나 사실상 어제부터 순례가 시작되었다. 뜻하지 않게 콜롬보 관광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수완나품 공항에서 김형근 선생을 만났다. 김형근 선생은 사흘전에 먼저 태국에 와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할 여행도반이다. 수완나품 공항에서는 2022년 12월 11일 오전 8시 40분에 출발했다. 태국 현지시간이다.

스리랑카항공 비행기는 탈만 했다. 저가항공의 비행기하고는 달랐다. 비록 이코노미 클라스에 지나지 않지만 좌석도 넓직하고 의자도 뒤로 젖혀지고 비행정보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무선충전이 되는 것이었다. 저가항공의 열악한 환경과 비교하면 호텔급이다.

이 세상은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이에 대해서 김형근 선생은 비행기 좌석에서 확연히 드러난다고 했다. 돈이 없는 사람은 이코노미 클라스에 타고 여유있는 사람은 비즈니스 클라스에 타기 때문이다. 아주 돈 많은 부자는 퍼스트 클라스에 탄다. 돈이 궁한 사람은 저가항공을 탈 것이다.

세상은 급에 따라 대우가 달라진다. 이코노미 클라스와 비즈니스 클라스는 좌석의 넓이 뿐만 아니라 먹는 것에서도 차별화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코노미와 저가의 차이는 매우 극명하다는 것이다. 좌석의 비좁음도 있지만 먹는 것에 있어서 차이가 결정적이다.

저가는 기내식이 제공되지 않는다. 다만 요청하면 물만 제공될 뿐이다. 이에 반하여 이코노미는 짧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기내식이 제공된다. 후식으로 커피나 차도 제공된다. 저가 비해서 대우 받는 것 같다. 하물며 비즈니스나 퍼스트는 어떠할까?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돈에 의해서 그레이드가 나누어지는 세상이다. 돈 앞에 인격이나 학식은 무력하다. 제아무리 고결한 인격자라도 돈이 없으면 저가항공에 몸을 싣고 마치 닭장 속의 닭처럼 꼼짝하지 않고 먼 길을 가야 한다. 그렇다고 저가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저가는 저가 나름대로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김형근 선생과 앞좌석에 앉았다. 김형근 선생도 이번 스리랑카 순례는 처음이라고 했다. 마침 혜월스님의 스리랑카 귀국이 있어서 혜월스님의 귀국에 맞추는 맞춤순례를 기획했다고 한다. 혜월스님은 스리랑카 사람으로 미국 엘에이(LA)에서 포교활동하고 있다. 구산스님의 외국인 제자 중의 한사람이다.

수완나품에서 카투나야케 까지는 3시간 가량 걸린다. 카투나야케는 스리랑카 대통령 이름이다. 인천에서 수완나품까지는 6시간가량 걸렸다. 딱 절반에 해당되는 시간이다. 지도로 보아서도 절반거리에 해당된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한국에서 태국가는 것은 먼거리지만 태국에서 스리랑카 가는 것은 가까은 거리이다. 어쩌면 이웃나라 일본처럼 태국에서는 스리랑카가 이웃인지 모른다. 마치 마실다니는 것 같은 거리라고 생각된다.

옛날부터 태국과 스리랑카는 교류가 있었다. 비록 인도양이라는 거대한 바다가 있기는 했지만 오히려 바다가 육지보다는 교류하기에는 더 유리했었던 것 같다. 몬순기에 바람이 불면 스리랑카에서 태국까지 2주 걸린다고 한다.

태국과 스리랑카는 불교의 교류가 매우 활발하게 일어났다. 스리랑카에서 태국으로 테라와다불교를 전달해 주고, 스리랑카에서 계맥에 끊어 졌을 때는 태국에서 율사 스님들을 파견해서 계맥을 복구시켜 주기도 했다.

기내에는 온통 스리랑카 사람들 뿐인 것 같다. 간혹 서양사람으로 보이는 백인들도 눈에 띈다. 동양사람은 찾아 보기 힘들 정도이다.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이 실감난다.

거의 도착할 무렵 기내에서 아이가 칭얼대는 소리가 났다. 아기는 "아빠, 아빠"했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분명히 아빠를 아빠라고 부른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엄마를 "엄마"라고 부른 것이다. 우리나라 아이가 "엄마" "아빠"를 부르는 것과 똑같은 것이었다!

세상은 때로 불가사의할 때도 있다. 자신의 상식으로 도저히 믿기지 않을 때는 불가사의하다고 말한다. 아이가 칭얼대면서 "엄마" "아빠"를 부르는 것도 그랬다. 김형근 선생이 "인터레스팅"하며 관심을 보였다. 아이의 부모는 스리랑카 사람이긴 하지만 싱할라족이 아니라 타밀족이었다.

인도 타밀족 언어는 우리와 유사하다고 말한다. 엄마와 아빠 호칭은 같다. 이와 같은 언어 유사성에 대해서 수많은 글과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비행기 안에서 실감했다는 사실이다. 얼굴 형태도 다르고 피부도 다르지만 같은 단어를 쓴다는 것에 있어서는 동질감을 느꼈다.

마침내 비행기가 카투나야케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랜딩할 때 스무스 했다. 이는 저가항공에서 랜딩할 때 "쿵"소리 나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었다.

공항에는 온통 스리랑카 사람들 뿐이다. 방콕 수완나품 공항의 국제화된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태국은 치안이 잘 되어 있어서 배낭여행의 천국이라고 한다. 한국사람들 일부는 북부에 있는 치앙마이에서 한달살기 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태국은 골프여행의 천국이기도 하다.

스리랑카에는 오로지 스리랑카 사람들만 있는 것 같다. 유럽사람들이 간간히 보이기는 하지만 동양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확실이 낯선 곳, 이지에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공항 입구에 불상이 있었다는 것이다.

세계 여러나라를 많이 돌아다니지 못했다. 외국여행은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회사다닐 때는 업무와 관련된 여행을 했으나 일인사업자가 되고 나서부터는 해외성지순례 위주의 여행을 하고 있다. 중국, 일본, 인도, 미얀마를 다녔다. 이번 스리랑카 순례는 나라로 봤을 때는 다섯 번째이다. 그런데 초입부터 강렬했다. 입국장에 들어서자 마자 불상이 있었던 것이다!

스리랑카는 불교의 나라이다. 그것도 세계불교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다. 왜 그런가? 스리랑카는 불교의 종가집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기원전 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당시 3차결집되어 공인된 불교가 스리랑카에 처음 들어 왔기 때문이다. 인도대륙에서 불교는 망했지만 스리랑카에 전달된 불교는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왔다.

오늘날 테라와다불교는 스리랑카를 중심으로 전파되었다.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불교는 스리랑카불교를 뿌리로 하고 있다. 요즘에는 세계불교를 주도하고 있다. 스리랑카불교 노력으로 웨삭이 유엔에서 공식적으로 홀리데이로 선언되게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스리랑카는 테라와다불교의 고향이다. 동시에 전세계 불교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라의 관문에 해당되는 입국장에 불상이  보라는 듯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불교인들에게는 반가운 것이다. 다민족 다종교 사회의 스리랑카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불교의 위상을 보여 주고 있는 것 같다.

불자라면 우리나라가 불국토가 되기를 꿈꾼다. 그 옛날 그랬던 것처럼 삼천리 방방곡곡 부처님 가르침으로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십자가 천지가 되었다. 삼천리 방방곡곡 십자가 보이지 않는 곳이 없다. 과연 옛날의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우리도 스리랑카처럼 입국장에 불상이 당당하게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스리랑카 공항은 타국 공항과 분위기가 다르다. 스리랑카 사람들 일색인 것도 특징이긴 하지만 무장 군인도 곳곳에 눈에 띈다는 사실이다. 치안이 불안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 주는 것 같다. 다민족에 종교도 다양해서 긴장과  갈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항에서 혜월스님을 만났다. 혜월스님은 엘에이에서 파리를 경유해서 입국했다. 한시간 기다려서 혜월스님과 함께 했다. 예상과 다르게 노랑가사를 입고 있었다. 스리랑카에서는 스리랑카 가사를 입는 다고 한다. 구산스님 제자로 한국불교를 접하기는 했지만 뿌리는 테라와다불교이기 때문일 것이다.

스리랑카 성지순례는 오늘 월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제 공항에 도착하여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구도심 중심가에 있는 콜롬보시티호텔에 짐을 맡겨 두었다.

오후에 시간이 남았다. 시티투어를 하기로 했다. 등대구경을 하다가 툭툭을 타게 되었다. 호객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게 콜롬보 관광명소 이곳저곳을 둘러 보게 되었다. 그야말로 주마간산격이다. 불과 2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열 곳이상을 본 것 같다. 그 중에 사원이 없지 않을 수 없다.

두 곳의 사원을 찾았다. 스리랑카 관광 책자에서 볼 수 있는 시마말라카 사원과 강가라마 사원을 말한다. 스리랑카 순례 마지막날 보려고 했으나 생각지 않게 먼저 보게 되었다.

성지에 가면 신발을 벗어야 한다. 양말도 벗어야 한다. 두 사원에 들어갈 때도 그랬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 갔다. 전통사원이라기 보다는 관광용 사원처럼 보였다. 전세계 불교를 한 곳에 모아 놓은 것 같았다. 갖가지 전통의 불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시마말라카 사원은 물 위에 있다. 콜롬보 중심가 마천루가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어서 호수와 함께 최상의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스리랑카불교가 메인이기는 하지만 여기에 중국불상도 있고 태국, 미얀마 불상도 있다. 심지어 힌두신상도 여러개 모셔져 있다.

강가라마 사원은 볼거리가 많다. 마치 불교백화점 같다. 여기에 힌두신상도 빠지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볼 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관광용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툭툭을 타고 짧은 시간에 주마간산식으로 둘러 보았다. 비용은 2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툭툭 운전기사는 최선을 다한다. 나중에는 보석가게와 차를 파는 가게로 데려 갔다. 일종의 커넥션이 있는 것 같다. 예의상 따라 갔으나 구매는 하지 않았다. 툭툭기사는 잘 안내해 주었다. 팁을 포함해서 모두 6불 주었다.

거리는 툭툭으로 넘쳐난다. 관광객이 발견되면 타라고 한다. 관광안내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고 보니 스리랑카에는 이렇다할 산업기반이 없다. 제조업 기반의 나라가 아닌 것이다. 관광수입에 의존성이 높은 나라라고 볼 수 있다.

스리랑카는 유럽사람들이 휴양지로서 자주 찾는 곳이다. 적도에 가깝지만 기후는 온화하다. 놀랍게도 연평균 기온이 30도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이날도 그랬다. 마치 초여름 날씨 같다. 그늘에만 들어가면 선선하다.

열대야 공포가 있다.  여름만 되면 열대야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 그런데 이곳 스리랑카에는 열대야가 없다는 것이다. 미얀마에서는 지금 이맘 때 열대야가 약하게 있었다. 지금이 건기 때문일까? 연중 30도 이내이고 밤에 열대야가 없다면 천국과 같은 최상의 날씨가 될 것이다. 더구나 내륙고지대는 선선해서 더운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자연조건이 유럽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것 같다.

콜롬보는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너무 덥지도 너무 뜨겁지도 않은 쾌적한 날씨이다. 여기에 열대에서나 볼 수 있는 야자나무 등 갖가지 종류의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어떤 나무에서는 손바닥만한 흰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다. 나무 잎파리는 두껍고 윤기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보리수이다.

콜롬보에서 보리수는 흔한 것이다. 길거리에서 자주 목격된다. 그 중에서 거대한 보리수를 보면 가지가 아래로 향하여 다발을 이루고 있다. 남쪽나라 열대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습이다.

사원에 가면 보리수를 볼 수 있다. 가지가 늘어져 다발을 이루고 있는 보리수 아래에 금강좌가 있다. 금강좌에는 불상이 있다. 명상하고 있는 부처님 모습이다. 오늘부터 고대도시를 순례하게 되는데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쓰고 나니 새벽 2시 58분이 되었다. 무려 2시간 20분 동안 내리 쓴 것이다. 김형근 선생은 미주현대불교에 연재할 수 있도록 써달라고 한다. 오늘 일정을 위해서 다시 눈 좀 붙여야 겠다.

2022-12-1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