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아, 좋다"라는 말이 절로, 아누라다푸라 가는 길에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2. 13. 22:40

"아, 좋다"라는 말이 절로, 아누라다푸라 가는 길에

아누라다푸라 가는 길이다. 아침 6시 51분에 콜롬보 시티 호텔에서   출발했다. 운전기사가 6시에 오기로 했으나 무려 50분 늦었다. 혜월스님은 6시 이전에 도착했다. 왜 늦었을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정이 있었던 것 같다.

세 명이 출발하는 순례여행이다. 혜월스님, 김형근 선생, 그리고 본인이다. 여기에 운전기사가 따라가기 때문에 네 명이 함께 다닌다. 이번 일주일 순례 기간 함께 숙소를 같이 쓰고 함께 식사를 하는 등 늘 같이 다닌다.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여행도반이 되었다.

운전기사는 공항에서 섭외 되었다. 공항을 나오면 로컬 여행을 알리는 부스가 있는데 일주일 함께 하는 운전기사를 붙여 준다.

운전기사는 운전만 하는 것이 아니다. 호텔을 섭외하고 식당을 잡아 준다. 그러나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영어를 할 줄 알지만 한국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스리랑카 사람 혜월스님이 가이드 역할한다.

자동차는 4인승으로 일제 혼다 차이다.   운전석이 우리와 반대로 오른쪽에 있다. 아마 영국 식민지 문화의 잔재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차가 주류를 이루는 것 같다.

미얀마도 영국 식민지였다. 그런데 미얀마는 우리나라 식이다. 오른쪽 도로로 달리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일본차도 오른쪽 도로로 달린다는 사실이다. 이런 모순을 어떻게 이해 해야 할까? 아마 과도기로 본다. 일본 중고차를 그대로 수입해서 타고 다니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오전 7시에 호텔을 출발했다. 목적지는 고대도시 아누라다푸라이다. 북쪽으로 차를 4시간 가량 가야 한다. 나곰보를 지나니 한적한 지방도로가 전개 되었다. 거리 풍경을 보니 우리나라 70년대 모습이다. 코코넛 야자수가 곳곳에 있어서 남국의 정취가 물씬 난다.

버스는 낡고 승용차도 낡은 차 뿐이다. 바퀴가 세 개인 툭툭도 자주 눈에 띈다. 사람들은 궁핍해 보인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돈이 많다고 하여, 많이 가졌다고 하여 행복의 필수조건이 아닌 것 같다. 한적하고 한가롭고 평온한 모습에서 그들의 행복을 본다.

아누라다푸라는 멀었다. 나곰보를 지나 본격적으로 내륙으로 진입 했을 때, 호텔을 떠난지 30분 되었을 때 어느 한적한 식당에 차가 멈추었다. 기사가 안내한 것이다. 일종의 스리랑카 기사 식당인 셈이다.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음식을 맛보라는 말이 있다. 스리랑카에 왔으면 스리랑카 음식을 먹어야 할 것이다. 카레밥을 주문 했다.

카레밥이 나왔다. 쌀밥에 울긋불긋 향신료가 있다. 생선도 두 도막 있었다. 이것 외에 다른 것은 일체 보이지 않는다. 맛은 어떨까?

인도성지순례할 때 인도 음식을 먹어 봤다. 호텔에서 먹은 것이다. 이번에는 서민들이 먹는 음식이다. 시골 깊숙이 가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먹을만 했다.

밥은 찰지지 않다. 굴러다니는 것 같다. 향신료와 버무려 수저로 떠서 먹었다. 김치와 같은 밑반찬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생선 덩이가 밑반찬 역할을 했다.

밥을 먹다가 뒤돌아 보았다. 놀랍게도 기사는 손으로 밥을 먹고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다. TV에서나 보던 장면이다. 다음 번 먹을 때 손으로 먹는 것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어제 저녁을 KFC에서 먹었다. 호텔 바로 옆에 있어서 햄버거를 사먹었다. 그런데 한켠에 수도가 있어서 자주 손을 씻는 모습을 보았다. 위생관념이 철저한 것쯤으로 알았다. 그런데 시골 식당에도 수도시설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기사는 식사를 마친 다음에 수도에 가서 손을 씻었다. 식당에 수도시설이 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 비로서 이해가 되었다. 손으로 밥을 비벼서 먹기 때문에 수도시설이 필요했던 것이다. 승용차 여행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패키지 여행이라면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다.

기사는 전형적인 스리랑카 사람이다. 앞 좌석에 혜월스님이 앉았는데 싱할리어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30대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마치 서양사람이 우리나라 사람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고 본다. 나중에 나이를 물어 보려고 한다. 결혼여부 등 호구조사도 필요할 것이다.

기사와 잘 사귀어 놓아야 한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 할 사람이다. 준비한 면도기 네 개 들이 세트를 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혜월스님과 김형근 선생에게도 주었다. 기사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이름을 물어 보았다. 가미니(Gamini)라고 했다.

가미니는 길을 달리다 멈추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불탑과 불상이  있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마치 우리나라 사당처럼 보이는 불탑과 불상이 곳곳에 있다. 옆에는 힌두신 조형물도 있다.

가미니는 길을 가다 왜 멈추었을까? 혜월스님이 말하기를 안전운행과 안전여행을 바라는 서원을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가미니는 불탑과 불상 앞에서 합장하고 서원했다. 그 모습이 매우 진지해 보였다. 맞은 편에는 노점이 있다. 시골 노인 부부와 아낙이 간단한 먹가리를 판다. 우리나라 국도에서 노점상을 보는 것 같다. 이를 보자 김형근 선생은 과자 한봉지를 팔아 주었다.

길을 가다가 코코넛 파는 노점을 발견했다. 혜월스님이 차를 멈추게 했다.노점에서 코코넛을 하나씩 먹기로 했다. 맨발의 중년 여인은 낫을 들고 코코넛 상단을 잘라 냈다. 빨대로 빨아 먹으니 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맛이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번에는 코코넛을 두 조각 냈다. 그리고 작은 조가리를 하나 만들었다. 스푼이라고 한다. 코코넛 스푼으로 코코넛 내부를 긁으니 흰 젤리모양의 물질이 추출되었다. 처음 맛보는 최상의 맛이다. 승용차로 여행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나라이다. 무덥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다. 처음 보는 열대의 꽃이 만발해 있다. 마치 등나무꽃처럼 보이는 매혹적인 보라색의 꽃이 눈길을 끌었다. 가미니에게 물어보니 데코레이션 플라워라고 했다.

주민들은 모두 선량해 보인다. 그 옛날 구법승이 이 나라와 왔을 때 죽을 때까지 눌러 살 만했을 것이다. 시골 간이 찻 집에서 여유를 부려 본다. "아,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식당에서 아누라다푸라까지는 200키로이다. 세 시간 반 걸릴 것이라고 한다.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가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다. 60키로 이상 속도를 내기 힘들다.

아누라다푸라까지는 11시 반에 도착할 것이다. 지금 시각은 10시 정각이다. 아직 한참 남았다. 흔들리는 차에서 적어 보았다. 도로 상태가 대체로 양호해서 눈의 피로도는 적다.

2022-12-1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