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암송

호텔에서 시간부자가 되었을 때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2. 9. 12:52

호텔에서 시간부자가 되었을 때


오늘 12 9일이다. 내일 스리랑카 성지순례 떠나는 날이다. 옷가지 등을 챙기는 등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마음의 준비도 있어야 할 것이다. 성지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해외성지순례 가면 시간이 많이 남는다. 낮에 일정은 바쁘지만 밤에 호텔에서의 일정은 여유롭다. 방을 홀로 썼을 때 시간부자가 되는 것 같았다. 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몇 차례 해외성지순례를 했다. 2011년 처음으로 중국 정주-낙양-서안을 순례했다. 그때 라따나경(Sn.2.1)을 외웠다. 외국에 나가면 여유가 있을 것 같아서 빠알리경을 외우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밤낮으로 외울 페이퍼를 준비했다.

 


낮선 곳에 가면 잠을 잘 못 잔다. 잠 못 이루는 밤에 경을 외우기로 했다. 이동 중에도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이동 중에도 외웠다. 틈만 나면 페이퍼를 열어 보았다. 라따나경 17게송 중에 아마 5-6게송 외웠던 것 같다. 귀국 후에 나머지를 다 외웠다.

2012
년에는 일본성지순례를 했다. 그때도 경을 외웠다. 멧따경(Sn.1.8)을 외워보기로 했다. 그러나 34일로 짧은 일정이어서 몇 개 외우지 못했다. 시동을 걸었으므로 귀국 후에 다 외웠다.

2013
년에는 실크로드순례를 갔었다. 그때도 외울 경을 준비했다. 초전법륜경(S56.11)을 외우고자 했다. 경은 꽤 길다. 거의 천수경에 해당되는 글자수가 된다.

실크로드순례는 거의 보름 걸렸다 순례기간중에 시간만 나면 경을 외웠다. 평소에 외울 엄두가 나지 않았던 긴 길이의 초전법륜경이다. 갑자기 시간부자가 되자 경을 외우기 좋은 환경으로 바뀐 것이다.

2018
년에는 인도성지순례를 했다. 그때도 외울 경을 준비했다. 삼보예찬을 외우기로 했다. 상윳따니까야 '깃발의 경'(S11.3)에 실려 있는데 예불문중의 하나이다. 이 경도 틈만 나면 외웠다. 이후 2019년 미얀마와 일본순례가 있었으나 경을 외우지 않았다. 테라와다 주요 예불문은 거의 다 외웠기 때문이다.

여행지에 가면 들뜨고 흥분하기 쉽다. 패키지 여행을 가면 사성급 호텔에 머문다. 여행지에서는 왕족이 부럽지 않은 최상의 황제식사를 한다. 또한 여행지에서는 눈으로는 끊임없이 볼거리를 즐기고, 귀로는 가이드가 떠드는 소리를 끊임없이 듣는다. 눈과 귀가 호사하는 것이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여행이 되기 쉽다.

생업이 있는 사람은 여행가기가 쉽지 않다. 직장 다니는 사람은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시간 낼 수 있는 것은 일인사업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주이상 시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일주일 이상 시간내면 생업에 지장이 있다.

공백이 길면 후유증이 크다. 고객은 늘 급하다. 오늘 일감을 주고 내일까지 해주기를 바란다. 제때에 대응해주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갈 것이다. 그래서 2주 가량 되는 여행은 일을 대신해줄 사람에게 부탁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고객담담에게 여행일정을 사전에 알렸기 때문에 따로 대타를 준비하지 않았다.

어느 고객에게 여행일정을 알렸다. 일주일 공백이 있기 때문에 먼저 할 것이 있으면 지금 처리하자고 했다. 시간을 요하지 않으면 다녀와서 하자고 제안했다. 고객사 사장은 여행일정을 확인하자 "~~동남아 골프치러 가시나봐요?^^"라고 물었다.

아직까지 한번도 골프를 쳐 본적이 없다. 골프연습장은 물론 스크린골프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객사 사장은 왜 동남아골프투어 얘기를 꺼냈을까? 아마 해외여행가는 것에 대해서 즐기려 가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스리랑카 성지순례 갑니다."라고 짤막하게 답해 주었다. 그랬더니 "~~그러시군요. ^^"라며 머쓱하게 문자를 남겼다. 나중에는 "성지순례 잘 다녀오십시오."라며 멘트도 날려 주었다.

해외성지순례 갈 때는 마음의 고삐를 단단히 죄었다.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구도여행이 되고자 했다. 그래서 빠알리경을 외우고자 했다. 이번 스리랑카순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순례에서는 특별히 외울만한 경은 없다. 외우고 싶은 경은 다 외웠기 때문이다. 구도여행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수행을 하고자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암송과 행선과 좌선을 말한다. 현재 여기서 하고 있는 것을 여행지에서도 그대로 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밤이 되면 할 것이 없다. 밤이 길다고 하여 술을 마신다든가 유흥을 즐기는 일은 하지 않는다. 명색이 성지순례인데 즐기는 여행이 될 수는 없다. 하루에 최소한 30분 이상 행선과 좌선을 하고자 한다. 성지에서 행선과 좌선을 하면 특별한 기분이 될 것 같다.


2022-12-0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