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숲속 나무 위 오두막집에서 새벽을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2. 14. 08:54

숲속 나무 위 오두막집에서 새벽을

낯선곳에서 밤을 맞는다.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다.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여행지에서 그렇다. 환경이 매일 바뀐다면 매일 잠을 잘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잠못이루는 밤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제 이동중에 코키리를 보었다. 폴론나루와에서 숙소로 이동중에 본 것이다. 집채만한 크기의 코키리가 도로에 있었다.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러나 대단히 위험한 행위라고 한다. 코로 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혜월스님에 따르면, 코키리떼가 이동하면 지나갈 때까지 길을 비켜준다고 한다.

이동중에 이곳저곳에서 코키리를 목격한다. 커다란 호수가 있는 곳에 코키리가 있다. 우리나라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아직 개간하지 않은 땅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스리랑카는 농사짓는 땅은 잘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정글이다. 코키리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다음일정은 시기리야이다. 시기리야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았다. 운전기사 가미니가 인도하는 대로 따랐다. 숲속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데려 갔다. 명칭을 보니 'Inn on the tree'라고 되어 있다. 인터넷에는 'Inn on the tree echo resort at sigiriya'라고 길게 소개 되어 있다. 나무 위에 있는 친환경 오두막집이라는 뜻이다.

운전기사 가미니는 이것저것 다 한다. 운전은 기본이고 가이드 역할도 한다. 가방을 들어 주는 것은 기본이다. 밥을 같이 먹지만 함께 먹지는 않는다. 조용히 뒤켠에서 빨리 먹는다. 부족한 것이 없는지, 불편한 것이 없는지 늘 챙겨 준다. 그런 그를 30대로 보았으나 호구조사를 해보니 47세 였다. 결혼해서 딸이 있다고  한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저녁을 먹었다. 치킨을 선택했다. 주문한지 두 시간 되어서 음식이 나왔다. 기다리다 지칠 때 쯤 나온 것이다. 큰 접시 하나에 소스 하나만 있다. 마치 볶음밥처럼 된 것이다. 양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먹지 않을 수 없다.

여행지에서는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먹어 두어야 한다. 그리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잠을 잘 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낯선 곳에서는 잠을 이루기 힘들다. 여행자 체질은 아닌 것 같다.

숙소는 대단히 열악하다. 나무 위에 있는 원두막같은 집이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시설이 없다. 그러나 욕실은 갖추어져 있다. 샤워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온수도 나온다. 이정도면 됐다. 에어컨도 없고 수건도 없지만 미지근한 물 나오는 것으로 만족한다.

나무 위에 있는 집은 모든 것이 불편하다. 충전이 안된다. 충전기 소켓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보조밧데리가 있지만 한계가 있다. 날이 새면 어떤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때가서 고민하기로 했다.

여행을 편하게만 다닐 수 없다. 여행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패키지 여행을 해서 사성급 호텔에서 자면 될 것이다.

반드시 돈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것도 있다. 사람의 마음이다. 숙소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것도 공부이고 도를 닦는 것이 된다. 혜월스님 말대로 나무 위에 있는 통나무집에서 하룻밤 보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여기 빈의자가 있다. 누군가는 앉을 것이다. 그사람이 떠나면 또 누군가는 앉을 것이다. 대합실에서 볼 수 있다. 숙소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오늘 하루밤 잘 방이 있다. 침대는 잘 정돈되어 있다. 그런데 누군가 여기에서 잠을 자고 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찜찜하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문제가 해결된다. 공유하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다. 마치 대합실의 의자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사성급 호텔도 남이 잔 곳이라고 생각하면 불편한 것이다. 자신의 집이 좋다고 하여 집에만 머물러 있다면 세상 구경하기 힘들다. 본래 여행자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공유개념으로 생각해야 한다.

모든 것을 공유개념으로 보면 아끼게 된다. 자연스럽게 친환경적으로 된다. 함부로 파손하거나 허비하지 않게 된다. 다음 사람을 위해서 깨끗하게 물려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할것이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도 해당되고 불편을 감수하는 것도 해당된다. 숲속 나무 위 오두막집에서 새벽을 맞는다.

2022-12-1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