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시기리야에서 본 업보의 가르침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2. 16. 07:19

시기리야에서 본 업보의 가르침

시기리야,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었다. 마침내 그날이 왔다. 오늘 오전 시기리야 정상을 등정했다.

시기리야는 스리랑카의 상징과도 같다. 스리랑카를 알리는 포스터에 시기리야가 빠지지 않는다. 스리랑카에 오는 사람이라면 들러야 할 필수코스가  되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을 7시 반에 먹었다. 시기리야와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아침이 제공되었다. 샌드위치와 계란이 주요메뉴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7시 53분에 출발했다. 8시에 시기리야 매표소에 도착했다. 외국인은 입장료가 30불이다. 25불로 알고 있었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아마도 스리랑카에서 가장 비싼 것 같다.

전문가이드가 한사람 붙었다. 두 사람을 위한 가이드이다. 이름을 물어보니 아쇼카라고 한다. 전륜왕으로 칭송되는 아쇼카와 이름이 같다.

아쇼카는 영어로 설명했다. 알아 듣기 쉽게 천천히 말했다. 만일 가이드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경치 좋네"라며 걸어 갔을 것이다.

가이드는 가이드로서 역할에 충실했다. 두 개의 궁전이 있다. 위의 궁전은 우기용이고, 아래 궁전은 건기용이라고 한다. 가이드는 물의 궁전, 왕의 수영장, 록 궁전 등을 설명했다.

점점 바위산이 다가 온다. 차례차례 관문을 통과 했다. 수없는 계단을 올랐다. 가이드 아쇼카는 "This is my job, It is hard work."라고 말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마침내 사자 입구에 이르렀다. 상상을 초월하는 커다란 발톱이 세 개 있다.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이다. 발톱과 발톱 사이로 들어가야 한다. 영화의 한장면을 연상케 한다.

꼭대기까지 얼마나 올라가야 할까? 계단을 카운트 해 보기로 했다. 9시 4분에 첫계단을 디뎠다.  정상까지 세어 보니 333계단이다. 마침내 정상에 섰다. 사방이 툭 터졌다.

사방은 밀림의 바다이다. 저 멀리에 높은 산도 있다. 저 산 너머는 어디일까? 가이드는 저 멀리에 있는 높은 산 너머는 아누라다푸라라고 했다. 시계방향으로 또 한쪽 방향을 가리키며 저 멀리에 있는 높은 산 너머에 폴론나루와가 있다고 했다. 또 한쪽 방향을 가리키며 저 멀리에 있는 높은 산 너머에 캔디가 있다고 했다. 시기리야가 교통의 요충지임을 알 수 있다.

왕은 왜 이곳을 수도로 삼았을까? 천연의 요새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자바위 저 높은 곳에 있으면 난공불락일 것이다. 왕의 꿈은 이루어졌을까?

흔히 자업자득, 자작자수라고 한다. 아버지 왕을 죽이고 왕이 된 아들은 불안했을 것이다. 그래서 저 높은 곳에 살고자 했을 것이다. 스스로 유폐된 것이나 다름없다.

사자의 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왕은 난공불락의 요새를 만들어 놓고 천년만년 살고자 했으나 일년도 유지되지 못했다고 한다. 아버지를 살해한 무간업의 과보를 받은 것이 아닐까?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사자의 형상에 대한 것이다. 거대한 사자의 발톱은 있는데 머리가 보이지 않은 것이다. 사자의 머리는 어디에 있을까?

하산길에 의문이 풀렸다. 노점상의 그림을 보고 파악했다. 멀리서 보면 사자 머리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눈으로 확인만 하면 된다. 멀리서 전체를 조망하니 진짜 사자의 옆모습이 보였다. 코가 튀어 나오는 등 거대한 사자가 옆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불자들에게 시기리야의 의미는 어떤 의미일까? 평범하게 사는 삶이 최상이다. 권력투쟁의 정점에 있다면 아버지를 살해할 수 있다. 왕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업과 업의 과보를 안다면 시기리야와 같은 난공불락의 성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거대한 사자형상의 시기리야는 업보의 가르침을 알려 주고 있는 것 같다.

2022-12-1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