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불치사에서 빠다나경을 암송하고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2. 16. 07:22

불치사에서 빠다나경을 암송하고

흔히 사탕을 캔디라고 한다. 캔디는 달콤하고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이다. 그런데 캔디라는 도시도 있다는 것이다. 스리랑카 고도 캔디를 말한다.

캔디가는 길은 가파르다. 스리랑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산악지역에 있다. 이제까지 일망무제 열대우림 지평선만 보다가 산중에 접어들자 우리나라에 온 것 같았다. 다만 코코넛 야자나무가 있어서 차별화 된다.

스리랑카는 못사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올해에는 국가부도가 나서 엉망인 나라로서의 이미지도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잘 파악이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평온해 보인다. 아무래도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스리랑카는 도시화가 덜 되었다. 대부분 농촌에서 농사지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일년에 이모작 또는 삼모작 농사를 짓는다. 식량을 자급자족했을 때 외부 충격에도 버텨 낼 수 있을 것이다.

달콤할 것 같은 도시, 캔디에 도착했다. 평야가 없어서 고지대에 집이 많다. 산동네 달동네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녹음이 우거져 있기 때문에 답답하지 않다. 오히려 경관이 아름답게 보인다.

스리랑카에 가면 불치사에 가야 한다. 캔디에 도착하자마자 불치사로 갔다. 오후 5시에 도착했다. 오후 6시에 치아사리 공개하는 행사가 있다고 한다.

불치사는 성소이다. 성소에서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 당연히 양말도 벗는다. 양말은 둘째날부터는 착용하지 않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샌달을 신는 것이다.

불치사에는 순례자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스리랑카 사람들이다.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사원에 갈 때 예의를 갖추는 것 같다. 특히 성소에 갈 때 그런 것 같다. 전통의상 입은 여성들도 많다. 대부분 흰 옷을 입고 있다.

행사는 6시에 시작된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꽃공양단이 있는 곳에 자리잡고 앉았다. 스리랑카 불자들은 합장하며 입으로 암송하고 있다.

어느 젊은 부부는 소리내서 읽는다. 들어보니 빠알리어로 삼보예찬을 하고 있다. 삼보예찬이 끝나자 또 하나의 경을 독송했다. 잘 들어 보니 라따나경(Ratanasutta, Sn2.1)이다. 뒤돌아 보니 경전을 읽고 있었다.

앞에서 경전 독송소리가 났다. 나지막히 신음소리 나듯 운율을 넣어서 암송했다. 나이가 많이 든 할머니가 암송하고 있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경전을 보지 않고 암송했다. 긴 길이의 경을 암송하고 있는 것을 보니 평생 암송한 것 같다. 마치 우리나라 신심깊은 노보살이 천수경을 암송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간이 30분 이상 남았다. 주변에서 경을 암송하는 것을 보자 가만 있을 수 없었다. 빠다나경(Padhanasutta, Sn3.2)을 암송했다. 요즘 매일 암송하고 있는 경이다. 수타니파타에 있는 부처님의 승리에 대한 경이다.

경을 암송하면 암송삼매에 빠지는 것 같다. 빠알리 빠다나경을 암송하자 들뜬 마음이 진정 되었다. 그리고 성스러운 마음이 되었다. 성소에서 왜 경을 암송하는지 이유를 알수 있을것 같다.

2022-12-1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