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란까틸라까 사원 법당에 들어가고자 했으나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2. 16. 07:24

란까틸라까 사원 법당에 들어가고자 했으나

세상에 이런 여행이 있을까? 렌트한 승용차로 스리랑카 곳곳을 다니고 있다. 자동차가 있으니 기동력이 있다. 혜월스님이 있는 것이 결정적이다.

혜월스님은 스리랑카 사람이다. 구산스님의 외국인 제자중의 한사람이다. 스님은 참으로 재능이 많은 수행승 같다. 무려 5개국어를 할 줄 안다. 스리랑카어, 영어, 한국어, 스페인어, 독일어를 말한다. 독일어는 출가하기 이전, 21살 이전에 공부했다고 한다.

스님은 공부도 많이 한 것 같다. 특히 한국에서 9년 있었다고 한다. 1984년부터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한국어가 유창하다. 한국사람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는  것 같다.

차로 이동하면서 스님과 대화를 한다. 어제는 무례한 기독교 선교사 얘기를 들었다. 노랑가사 입은 것을 보고서도 예수 믿으라고 말한 것이다. 더구나 주변에 있는 20명이 에워 쌌다고 한다. 이와 같은 무례함에 대해서 법으로 호통쳐서 물리쳤다고 한다.

스님은 경전에 대해서도 해박하다. BPS에서 산 상윳따니까야에 대해서 얘기 나누었다. 스님은 빅쿠보디의 영역에 일부 문제를 제기 했다.

빅쿠보디는 사부니까야를 영역했다. 초기불교에 관심 있는 불자들에게는 존경의 대상이다. 그러나 스님에 따르면 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참선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정신적 영역에 대해서 언어적으로만 해석했다는 것이다.

스님은 마음에 대해서도 말했다. 윈냐나, 찟따, 마노는 쓰임새가 다름에도 모두 마음으로 번역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했다. 명확히 구분해서 사용해야 함에도 두리뭉실하게 마음으로 사용한 것을 말한다. 이는 우리나라 번역자의 번역을 지적한 것이다.

스님은 윈냐나, 찟따, 마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원냐나는 육식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찟따는 심념처에서 마음을 말한다고 했다. 마노는 법구경 1번 게송을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혜월스님에 따르면, 찟따에 대해서는 욕심을 뜻하는 빠알리어와는 쓰이지 않는다고 했다. 찟따는 갈애를 뜻하는 딴하와 함께 쓰인다고 했다. 말에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 사이콜로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초기경전에서는 쓰임새가 다름에도 모두 마음 하나로 통일해서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빅쿠보디의 번역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십이연기에서 바와(bhava)에 대해서 비잉(being)으로 번역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수행을 해보지 않고 언어학적으로 번역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여러 이야기를 했다.

차는 산골로 들어 갔다. 스리랑카 오지로 간다. 마치 한국의 산천을 보는 것 같다. 논이 있는 풍경이 그렇다. 다만 야자나무가 있어서 구별된다. 사람들 피부가 가무잡잡한 것도 구별된다. 순박한 모습이 우리나라 농촌사람들 같다.

목적지는 란까틸라까 사원(Lankathilaka vihara)이다. 한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생소한 절이다. 김형근 선생이 가보자고 해서 간 것이다. 패키지 여행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것이다.

란까틸라까는 시골절이다. 시골에 있는 전통사찰과 같은 곳이다. 안내판을 보니 14세기에 건립되었다. 왕명으로 건립된 사찰이다. 더 자세한 것은 검색해 보면 알수 있을 것이다. 승용차 안에서 엄지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원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어쩌다 관람차 찾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한적하고 한가한 풍경이다.

절에 왔으면 부처님을 뵈야 한다. 그러나 법당에 들어갈 수 없다. 주지스님이 열쇠를 가져 갔다고 한다. 그대신 사원의 관리인이 투어를 시켜 준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지만 70은 넘은 것 같다.

관리인은 중앙 법당 사방에 있는 힌두신상을 보여 주었다. 놀랍게도 비쉬누, 가네샤 등 힌두신들이 호법신장 역할을 하고 있다.

스리랑카 사원에 가면 힌두신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불교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 혜월스님은 존중의 차원이라고 했다. 힌두교 문화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힌두교 믿는 사람들도 많고 타밀적 왕도 출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교와 힌두교는 어떤 관계일까? 힌두교에서는 부처님을 비쉬누의 열 가지 아바타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 불교를 힌두교 영역으로 편입코자 한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란까틸라까 사원에서는 비쉬누가 부처님의 호법신장 역할을 하고 있다. 힌두교를 대표하는 신들이 사방에서 부처님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마치 사천왕상과 같은 역할이다.

법당에서 부처님을 못 본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한국불자들이나 하는 것이다. 여기는 스리랑카이다. 스리랑카에서는 불상보다는 보리수와 불탑신앙이 더 크다.

란까틸라까 사원에는 두 그루의 보리수가 있다.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보리수 앞에는 황금색 불상이 있다. 바로 보리수가 불상과 같은 것이다.

란까틸라까 사원에는 불탑도 있다. 이를 쩨띠야라고 한다. 보통 사리탑이라고 말한다. 스리랑카 어느 사원에 가면 어디든지 다고바라고 불리우는 불탑이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불탑을 부처님처럼 모신다.

승용차로 여행하다 보니 스리랑카 시골에 있는 사원에까지 오게 되었다. 패키지 여행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여행은 혜월스님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이런 행운은 좀처럼 없을 것 같다.

2022-12-1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