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BPS에서 구입한 초기경전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2. 16. 07:23

BPS에서 구입한 초기경전

캔디에서 아침을 맞았다. 어제 강행군을 해서일까 피곤했었던 것 같다. 잠을 푹 잤다. 그러나 호텔은 만족스럽지 않다.

호텔이름은 오크우드(Oak Wood)이다. 캔디 비탈길에 있다. 호텔이라기 보다 모텔에 가깝다. 시설을 보면 그 이하이다. 잠만 자면 그만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뜨거운 물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침을 호텔에서 먹었다. 손님은 우리밖에 없다. 방은 열개 이내인 것 같다. 손님이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아침 식사는 타밀식으로 먹었다. 쌀을 빵처럼 뭉쳐 놓았다. 여기에 카레를 부어서 먹는다. 카레라이스라고 볼 수 있다.

카레라이스를 포크로 사용해서 먹었다. 그러나 먹기가 쉽지 않다. 옆에 운전기사 가미니가 먹는 것을 보니 우리와 다르다. 손으로 비벼서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스리랑카 주요 성지는 다 가보았다. 앞으로 이틀 남았다. 어떻게 보내야 할까? 김형근 선생이 서점에 가자고 제안했다.

불치사 옆에 큰 서점이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불교전문서점 'Buddhist publication society(BPS)'를 말한다. 서점은 크지 않다. 그러나 스리랑카를 순례하는 불자라면 가보면 좋을 것 같다.

자유여행을 하고 있다. 차량을 이용한 자유여행이다. 그러다 보니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다. 불교전문서점도 그런 곳중의 하나이다. 패키지 여행이라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불교서적이나 파는 정도로 알았다. 그러나 불과 십분도 되지 않아 환희로 바뀌었다. 빅쿠보디의 영역본 니까야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점에는 영역 상윳따니까야, 디가니까야, 맛지마니까야, 앙굿따라니까야 등이 보였다. 책 이름만 보아도 반가웠다. 매일 접하는 경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가격이다. 상윳따니까야가 8,500루피이다. 달러로 환산하면 18불이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5,000원이다. 방대한 상윳따니까야 영역본이 우리나라 돈으로 고작 2만5천원이라니! 믿겨지지 않는 가격이다. 김형근 선생이 선물로 사주었다.

책값에 놀랐다. 한국에서는 수십만원 하는 것이다. 수천페이지 되는 방대한 경전이 고작 2만5천원이다.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청정도론 영역본도 있었다. 냐나몰리가 번역한 영역본이다. 놀랍게도 2,500루피에 지나지 않는다. 환산하면 5.3불이다. 우리돈으로 7,200원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가격이다. 천페이지 이상되는 논서가 만원도 되지 않은 것이다.

몸이 달았다. 마음이 급해졌다. 이런 기회를 높치고 싶지 않았다. 놀랍게도 자타카 영역본도 있었다. 세 권으로 된 것이다. 가격은 2,500루피이다. 우리 돈으로 7,200원 밖에 되지 않는다.

청정도론과 자타카를 5,000원 루피 주고 샀다. 만5천원밖에 들지 않았다. 횡재한 것이다.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경전을 이곳에서 손쉽게, 그것도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사게 되었다.

초기불교에 관심있는 불자라면 빅쿠보디 영역본을 갖고 싶어할 것이다. 서점 여성관리자는 메일 주소를 알려 주었다. 누구든지 메일로 주문하면 보내 주겠다는 것이다. 웹사이트 주소는 www.bps.lk이다.

아누라다푸라에서 코키리 한마리를 샀다. 돌을 깍아서 만든 것이다. 코키리 속에 또 코키리가 들어 있다. 가격은 10달러이다. 그것도 대폭 낮춘 가격이다.

상인이 자꾸 사줄 것을 요청했다.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떠나려 하자 가격을 점점 낮추었다.

상인을 보자 팔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도 순례자를 대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팔아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코키리 한개 가격이 4,700루피로 자타카 세 권 2,500루피보다 더 높았다는 사실이다.

코키리 기념품은 장식장에 장식용으로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오늘 구입한 초기불교 영역본은 자주 열어 보게 될 것이다. 오늘 생각지도 않게 횡재했다. 이런 기회를 마련해 주신 김형근 선생에게 감사드린다.

2022-12-1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