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기술이 있으면 굶지 않는다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 5. 07:43

기술이 있으면 굶지 않는다


아파트 삶은 편리하다. 단독주택과 비할 바가 아니다. 전원주택이 좋다하지만 게으른 자는 살기 힘들 것이다. 아파트는 편리 그 자체이기 때문에 할 것이 없다. 그러나 하수도 문제가 발생하면 심각해진다.

오늘 변기와 세면대를 수리했다. 오랫동안 고민하던 것이 일시에 해결되었다.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한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여 연결이 된 것이다. 마침내 오늘 숙원하던 것이 해결되었다.

변기에 물이 새는 문제가 발생했다. 가능하면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 했다. 요즘은 부품을 사서 수리할 수 있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상단 세면대 구조물 때문에 커버와 탱크를 분리할 수 없었다. 물을 바가지로 부어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태로 몇 달 보냈다.

어느 분야이든지 전문가가 있다. 변기와 하수구 전문가가 없지 않을 수 없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던 일을 한시간 반 작업으로 해결했다. 그라인더로 상판 일부를 제거해서 커버와 탱크를 분리하니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다. 세면대 배수구 삭은 것도 교체했다.

 


비용이 꽤 되었다. 재료비에 인건비가 추가 되었다. 수리하느라 애쓴 노고를 생각하면 당연한 청구라고 본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얹어 주었다. 다시 볼 일은 없지만 문제를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흡족은 못해도 만족할 정도로 주었다.

누구든지 기술이 있으면 먹고 살 수 있다. 아무리 하찮은 기술이라도 필요로 하는데가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서는 고급기술만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3D관련 기술도 있다. 변기와 하수구 공사와 같은 기술이 이에 해당된다. 더럽고 힘들고 어려운 기술이긴 하지만 해내면 큰 보상이 따른다. 또한 고맙다거나 감사하다는 얘기도 듣는다.

한평생 기술로 먹고 살았다. 직장 생활 할 때는 개발기술이 있었다. 제품을 개발해 내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회사를 옮겨도 대우 받았다.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였기 때문이다.

기술은 날로 발전한다. 특히 전자 분야의 기술은 일이년이 멀다하고 바뀐다. 가장 큰 변화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뀐 것이다. 위성방송수신기도 그랬다.

서기 2천년이 되자 디지털 시대가 열렸다. 그에 따라 아날로그 기술은 낡은 것이 되었다. 디지털로 기술 전환을 해야 했다. 그러나 차원이 달랐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단절이었다.

결국 디지털 기술로 전환하는 것에 실패 했다. 전혀 다른 분야였고 생소했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디지털 위성이 발사되자 아날로그 기술은 더 이상 써먹을 데가 없었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결국 사십대 중반에 퇴출될 수밖에 없었다.

무엇을 해서 벌어 먹고 살아야 할까? 이것저것 여러 가지 것을 생각해 보았다. 2년 만에 살 길을 찾았다. 그것은 직장 다녔을 때 개발 과정 중의 하나였던 인쇄회로기판(PCB) 설계를 하는 것이었다.

인쇄회로기판(PCB) 설계도 일종의 기술이다. 캐드를 이용해 설계를 하는데 나름대로 노우하우가 있다. 그러나 직장 다닐 때는 다층 설계를 해보지 않았다.

다층 설계 기법을 배워야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설계 업체에 들어가서 일을 배워야 했다. 사십대 중반이 넘은 나이에 아주 작은 업체에 취업했다. 월급은 형편 없었다. 젊은 직원에게 다층 설계 기법을 배웠다.

인쇄회로기판 설계를 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2007년 초반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무실이 없어서 공동사무실을 활용했다. 책상 하나만 주어지는 오피스 공유를 말한다. 거의 일년 있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자 사무실을 임대 했다. 2007 12월 이후 지금까지 내리 16년 동안 같은 장소에 있다.

부처님도 기술을 가질 것을 장려했다. 이는 망갈라경(축복경)에서 "많이 배우고 익히며"(Sn.2.4)라는 구절에서도 확인된다. 기술을 익히는 것에 대해 최상의 행복이라 했기 때문이다.

기술이 있어서 이제까지 먹고 살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변변치 않게 볼 수도 있고 대단하게 볼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누군가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만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른바 만시간의 법칙을 말한다. 매일 서너시간 집중해서 십년의 세월을 보내면 만시간이 된다. 누구든지 만시간을 투자하면 프로페셔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 변기와 세면대 문제를 해결한 사람도 프로페셔널이다. 남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낸 것이다.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해서 만족할만한 보상을 해 주었다. 돈이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고맙다고 말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기술자는 대우받는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차이가 있다. 돈을 받고 하면 프로이고 돈을 내고 하면 아마추어라고 볼 수 있다. 글쓰기는 어떨까?

블로그에 잡문을 쓰고 있다. 블로그에 글을 쓴지 17년 되었다. 매일 오전은 글쓰기로 보내다시피 했다. 돈도 안되는 글쓰기이다. 나도 글쓰기에 관한 한 프로페셔널이라 할 수 있을까?

요즘 행선과 좌선을 하고 있다. 이를 생활화 하고자 한다. 그러나 습관이 되지 않아 쉽지 않다. 언제까지나 아마추어 상태로 머물 수 없다. 나는 수행에서 프로페셔널이 되고자 한다.

부처님도 기술을 익히라고 했다. 기술이 있는 삶에 대하여 최상의 행복이라고 했다. 기술이 있으면 굶지 않는다. 기술이 있으면 대우 받는다. 누구든지 기술을 익혀서 프로페셔널이 되어야 한다.


2023-01-0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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