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살다보면 영광된 날도 있고 치욕적인 날도 있다. 물론 중립적인 날도 있다.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있다. 오늘 치욕의 날이 되었다.
업체 이사가 보자고 했다. 실질적으로 사장이다. 자신의 회사로 오라는 것이다. 10일전에 날자를 잡았다. 오늘이 그날이다. 품질사고로 인해 보자는 것이다. 이미 배상해 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면 되었지 왜 오라는 것일까?
거리는 멀지 않다. 같은 지역 내에 있다. 여유 있게 10분 전에 도착 했다. 이사는 과거 실수 했던 것을 거론 했다. 자신들이 손실 본 것에 대해서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이야기가 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된다. 문제는 자꾸 옛날 실수를 거론하는 것이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모두 동등하다. 나이로 우열을 따지지 않는다. 거래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급자와 수급자와의 관계만 성립된다. 설령 그가 나보다 나이가 한참 아래라 하더라도 동등한 입장이다. 그래서 잘못을 추궁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객과 싸우지 말라." 이 말을 뼈아프게 새기고 있다. 처음 사업 했을 때 고객과 잘잘못을 따졌다. 을의 입장인 것을 망각한 것이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다시는 오더 하지 않았다.
고객이 부르면 어디든지 달려 가야 한다. 저 멀리 백리 되는 산골에도 차를 몰고 간다. 고객이 품질을 문제삼아 들어 오라고 하면 가야 한다. 더 이상 거래하기를 원치 않으면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들어 주어야 한다. 이것이 고객을 섬기는 기본 자세이다. 그러나 처음 사업 했을 때 기본이 안되어 있었다. 직장생활의 때가 빠지지 않은 것이다. 언제나 갑의 위치에 있다가 을이 되었을 때 적응하지 못했다. 이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고객이 떨어져 나갔던가.
과거 잘못을 얘기 했을 때 한두번은 들을 수 있다. 세 번, 네 번이 되었을 때 자극된다. 말이 거칠어 지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페셔널이라면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것이다. 생각한 것보다 더 주면 된다.
사업하는 사람은 대체로 통이 크다. 월급생활자와 달리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다. 이른바 빅딜이 가능한 것이다. 어쩌면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지 모른다.
이사가 부른 이유가 있었다. 품질문제 추궁도 있지만 내부 단속의 의미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났을 때 한쪽만 100프로 책임 있는 것은 아니다. 반반씩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일까 연구소장을 불렀다. 경각심을 일으켜 주기 위해 두 사람을 부른 것이다. 이사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한 것이다.
조금 손해 보더라도 양보한다. 때로 크게 양보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 좋은 줄 알기 때문이다. 통크게 양보하려 한다.
일을 하면서 늘 조마조마하다.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제대로 챙기지 못했을 때 손실로 나타난다. 신용도 또한 추락된다. 불려가서 한소리 듣기도 한다. 오늘 비싼 수업료를 치르었다.
2023-01-0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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