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성지순례기

스리랑카 성지순례기6, 아누라다푸라 가는 길에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 5. 11:10

스리랑카 성지순례기6, 아누라다푸라 가는 길에

 

잠결에 독경소리를 들었다. 아마 새벽 5시쯤 된 것 같다. 어둠을 가르고 새벽을 알리는 독경소리이다. 처음에는 이슬람 사원에서 나는 소리인줄 알았다. 운률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리랑카는 불교가 다수인 나라이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스리랑카 순례하는 날이다. 20221211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 동안 순례하기로 되어 있다. 스리랑카에서 첫날 밤을 콜롬보 시티호텔에서 보냈는데 이른 아침에 출발하기로 되어 있다. 아침 6시에 모여서 가기로 했다.

 

오늘은 아누라다푸라 가는 길이다. 아침 6 51분에 콜롬보 시티 호텔에서 대기 했다. 운전기사가 6시에 오기로 했으나 무려 50분 늦었다. 혜월스님은 6시 이전에 도착했다. 왜 늦었을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정이 있었던 것 같다. 아마 교통이 막혔던 것 같다.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호텔주변을 둘러 보고자 했다. 이른 아침 열대의 아침은 싱그럽다. 나무는 우거져 있고 짙푸르다. 잎에는 윤기가 나고 이름 모를 과일이 열려 있다. 그런데 호텔 입구 사거리에서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사거리에 불상이 있었던 것이다!

 

 

한국은 더 이상 불교나라가 아니다. 기독교가 우세한 나라가 되었다. 한국에서 대로에 불상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용인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있는 사찰의 울긋불긋 단청된 일주문도 문제 삼는 나라이다. 그러나 교회 유리창에 그려진 예수상이나 성당 마당에 있는 예수상은 문제삼지 않는 것 같다.

 

스리랑카는 불교국가이다. 전체 국민의 70%가량 불교를 종교로 한다. 그래서일까 새벽에 독경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대로 사거리에 불상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불상 뒤에는 보리수가 있었다.

 

 

스리랑카에서는 불상만 단독으로 있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반드시 보리수와 함께 불상이 있는 것이다. 보리수가 무척 크다. 가까이 다가서 가보니 줄기가 마치 엉켜 있듯이 여러 여러 개이다. 이런 모습의 보리수를 스라랑카나 미얀마, 인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세 명이 출발하는 순례여행이다. 혜월스님, 김형근 선생, 그리고 본인이다. 여기에 운전기사가 따라가기 때문에 네 명이 함께 다닌다. 이번 일주일 순례 기간 함께 숙소를 같이 쓰고 함께 식사를 하는 등 늘 같이 다닌다.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여행도반이 되었다.

 


운전기사는 공항에서 섭외 된 것 같다. 공항을 나오면 로컬 여행을 알리는 부스가 있는데 일주일 함께 하는 운전기사를 소개시켜 주는 것이다. 그런데 운전기사는 운전만 하는 것이 아니다. 호텔을 섭외하고 식당도 잡아 준다. 동시에 가이드 역할도 한다.

 

운전기사는 영어로 말한다. 그러나 한국말을 할 수 없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혜월스님이 있어서 안심이다. 혜월스님은 스리랑카 사람이지만 한국에서 구산스님 제자로 있었기 때문에 한국어가 유창하다. 혜월스님이 가이드 역할도 한다.

 


자동차는 4인승으로 일제 혼다 차이다. 운전석이 우리와 반대로 오른쪽에 있다. 아마 영국 식민지 문화의 잔재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스리랑카에서는 일본차가 주류를 이루는 것 같다.

미얀마도 영국 식민지였다. 그런데 미얀마는 우리나라 식이다. 오른쪽 도로로 달리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일본차도 오른쪽 도로로 달린다는 사실이다. 이런 모순을 어떻게 이해 해야 할까? 아마 과도기로 본다. 일본 중고차를 그대로 수입해서 타고 다니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오전 7시에 호텔을 출발했다. 목적지는 고대도시 아누라다푸라이다. 북쪽으로 차를 4시간 가량 가야 한다. 네곰보를 지나니 한적한 지방도로가 전개 되었다. 거리 풍경을 보니 우리나라 근대화 시기의 모습이다. 코코넛 야자수가 곳곳에 있어서 남국의 정취가 물씬 난다.

 


버스는 낡고 승용차도 낡은 차가 많다. 바퀴가 세 개인 툭툭도 자주 눈에 띈다. 사람들은 궁핍해 보인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돈이 많다고 하여, 많이 가졌다고 하여 행복의 필수조건이 아닌 것 같다. 한적하고 한가롭고 평온한 모습에서 그들의 행복을 본다.

 


아누라다푸라는 아직 멀었다. 네곰보를 지나 본격적으로 내륙으로 진입 했을 때, 호텔을 떠난지 30분 되었을 때 어느 한적한 식당에 차가 멈추었다. 혜월스님이 밥 먹고 가자고 했다. 아침 밥을 먹자는 것이다. 그런데 러나 아점, 아침 겸 점심 식사가 되었다. 일종의 스리랑카 서민식당, 시골식당, 기사식당 같은 곳에서 먹었다.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음식을 맛보라는 말이 있다. 스리랑카에 왔으면 스리랑카 음식을 먹어야 할 것이다. 카레라이스, 즉 카레밥을 주문 했다. 쌀밥에 울긋불긋 향신료가 있다. 생선도 두 도막 있었다. 이것 외에 다른 것은 일체 보이지 않는다. 맛은 어떨까?

인도성지순례 할 때 인도 음식을 먹어 봤다. 호텔에서 먹은 것이다. 이번에는 서민들이 먹는 음식이다. 시골 깊숙이 가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밥은 찰지지 않다. 흔히 말하기를 풀풀 날아 다닐 것 같은밥알이다.

 

밥을 향신료와 버무려 수저로 떠서 먹었다. 김치와 같은 밑반찬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생선 덩이가 밑반찬 역할을 했다. 밥을 먹다가 뒤돌아 보았다. 놀랍게도 기사는 손으로 밥을 먹고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다. TV에서나 보던 장면이다. 다음 번 먹을 때 손으로 먹는 것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어제 저녁을 KFC에서 먹었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가게이다. 그곳에서 햄버거를 사먹었다. 그런데 한켠에 수도가 있어서 자주 손을 씻는 모습을 보았다. 위생관념이 철저한 것쯤으로 알았다. 그런데 시골 식당에도 수도시설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기사는 식사를 마친 다음에 수도에 가서 손을 씻었다. 식당에 수도시설이 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 비로서 이해가 되었다. 손으로 밥을 비벼서 먹기 때문에 수도시설이 필요했던 것이다. 승용차 여행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패키지 여행이라면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다.

기사는 전형적인 스리랑카 사람이다. 앞 좌석에 혜월스님이 앉았는데 싱할리어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30대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마치 서양사람이 우리나라 사람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고 본다. 나중에 나이를 물어 보려고 한다. 결혼여부 등 호구조사도 필요할 것이다.

 


기사와 잘 사귀어 놓아야 한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 할 사람이다. 준비한 면도기 네 개 들이 세트를 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혜월스님과 김형근 선생에게도 주었다. 기사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이름을 물어 보았다. 가미니(Gamini)라고 했다.

 


가미니는 길을 달리다 멈추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보리수와 불상이 있는 곳이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마치 우리나라 사당처럼 보이는 불탑과 불상이 곳곳에 있다. 불탑과 불상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보리수가 있다, 바로 옆에는 힌두신이 있는 사당도 있다.

 


가미니는 왜 길을 가다 멈추었을까? 혜월스님이 말하기를 안전운행과 안전여행을 바라는 서원을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가미니는 불탑과 불상 앞에서 합장하고 서원했다. 그 모습이 매우 경건하고 진지해 보였다. 안내판에는 법구경에서 볼 수 있는 칠불통계게가 세 문자로 적혀있다. 싱할리어와 영어, 그리고 힌두어로 보이는 문자를 말한다.

 

자동차가 멈춘 자리에 노점이 있다. 시골 노인 부부와 아낙이 간단한 먹거리를 팔고 있다. 우리나라 국도에서 노점상을 볼 수 있는데 이곳도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이를 보자 김형근 선생은 과자 한봉지를 팔아 주었다.

 


자동차로 길을 달리다가 코코넛 파는 노점을 발견했다. 혜월스님이 차를 멈추게 했다. 노점에서 코코넛을 하나씩 먹기로 했다. 맨발의 중년 여인은 낫을 들고 코코넛 상단을 잘라 냈다. 빨대로 빨아 먹으니 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맛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코코넛은 수액만 마시는 것은 아니다. 코코넛 안에는 젤리처럼 생긴 것이 있다. 이것을 먹기 위해서는 코코넛을 두 조각내야 한다. 노점의 중년 여인은 능숙한 솜씨로 칼을 이용해서 두 조각 냈다. 그리고 작은 조각을 하나 만들었다. 코코넛 스푼이라고 한다. 코코넛 스푼으로 코코넛 내부를 긁으니 흰 젤리모양의 물질이 추출되었다. 처음 맛보는 것이다. 그야말로 천연의 맛이다.

 

 

코코넛은 이곳 스리랑카에서 처음 먹어 보았다. 그 동안 TV에서나 보았던 것을 길거리에서 먹어 본 것이다. 비싼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500원이하이다. 더구나 코코넛 안에는 젤리처럼 생긴 물질도 있다. 먹으면 배 부르는 것이다. 한끼 식량으로도 손색없을 것 같다.

 

코코넛의 효능은 어느 정도일까? 혜월스님에 따르면 누구든지 코코넛 수액을 기운이 난다고 했다. 병원에서 수액주사 맞는 것보다 더 좋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이곳 스리랑카는 코코넛 천국이다. 어디를 가나 코코넛 나무가 있고, 노점에서는 코코넛 열매를 팔고 있다.


스리랑카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나라이다. 무덥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다. 연평균 기온은 27도이다. 12월의 날씨는 어떨까? 우리나라 초여름 날씨와 같다. 그래서일까 길거리에는 처음 보는 열대의 꽃이 만발해 있다.

 

 

찻집에서 매혹적인 꽃을 보았다. 마치 등나무꽃처럼 보이는 보라색의 꽃이다. 가미니에게 물어보니 데코레이션 플라워라고 했다. 이 밖에도 이름 모를 온갖 꽃들이 만발해 있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추운 겨울의 한국에 있었으나 초여름의 상하의 나라에 있게 되었다. 마치 천상에 온 듯 했다.

 


주민들은 모두 선량해 보인다. 그 옛날 구법승이 이 나라에 왔을 때 죽을 때까지 눌러 살 만했을 것이다. 시골 간이 찻집에서 여유 있게 홍차를 마시면서 ,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마치 천국에 온 것 같다.

 

예로부터 스리랑카는 천국의 나라라고 불리웠다. 스리랑카를 다녀 간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스리랑카를 동양의 진주라고 했다.

 

스리랑카가 왜 동양의 진주인가? 이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유구한 고대 불교문화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13세기 여행가 마르코폴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고 극찬했다. 영국 BBC에서는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 할 50곳 중의 하나라고 했다. 이렇게 본다면 스리랑카는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로 올려 놓아야 할 것이다.


식당에서 아누라다푸라까지는 200키로이다. 세 시간 반 걸릴 것이라고 한다.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가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다. 60키로 이상 속도를 내기 힘들다. 도로가 왕복 2차선인 이유도 있다. 또 하나는 그리고 버스와 툭툭 등 각종 교통수단과 함께 달리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 힘든 것이다.

 

이 지역이 어느 지방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홍차 마신 곳의 상호에서 알 수 있었다. 사진을 보니 이곳은 ‘DANGAHAMULA JUNTION, POTHUWEWA-PADENIYA’라고 쓰여 있다. 구글 지도로 확인해 보니 파데니야(PADENIYA) 시에 있는 국도의 교차점이다. 국도 A28을 타고 가면 아누라다푸라가 나온다.

 

 

아누라다푸라까지는 11시 반에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 시각은 10시 정각이다. 아직 한참 남았다. 흔들리는 차에서 적어 보았다. 도로 상태가 대체로 양호해서 눈의 피로도는 적다. 지금 이 글은 여행 후에 수정하고 보완한 것이다.

 


2022-12-1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