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니까야모임

잡담 할 것인가 법담 할 것인가?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 25. 07:44

잡담 할 것인가 법담 할 것인가?



이 세상에는 알아야 할 것도 있고 몰라도 되는 것도 있다. 또한 알면 좋고 몰라도 그만인 것도 있다. 요즘 유튜브 시대이다. 손 안에 있는 컴퓨터로 수천, 수만 가지 콘텐츠를 접한다. 유익한 것도 있고 무익한 것도 있다. 알면 좋고 몰라도 그만인 것도 있다.

유튜브에서 중국 이야기를 들었다. 삼프로TV에서 본 것이다. 중국 전문가 조영남 선생이 시리즈로 설명한 것이다. 이제까지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중국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아는 계기가 되었다. 알면 좋은 콘텐츠이다. 삼프로TV에서 본 반도체 이야기도 유익했다.

유튜브에는 갖가지 이야기가 있다. 바다이야기, 럼주 이야기 등이 있다. 제목만 봐도 끌리는 것들이다. 그러나 보고 나면 허망하다. 알아도 그만이고 몰라도 되는 것들이다.

세상에는 갖가지 이야기가 있다. 그 중에서 연예인 이야기와 정치인 이야기가 가장 인기 있는 것 같다. 누구나 관심 갖는 것이다. 그러나 듣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시간 때우기, 시간 죽이기로 적합하다. 몰라도 되는 것들이다.

알아도 그만이고 몰라도 되는 것들이 있다. 이는 다름아닌 잡담이다. 니까야에서는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나열해 놓았다.



“그 무렵 유행자 뽓따빠다는 많은 유행자의 무리와 함께 앉아서 시끄럽게 왁자지껄 큰 소리로 떠들면서 여러 가지 잡담, 예를 들어 왕에 대한 이야기, 도적에 대한 이야기, 대신들에 대한 이야기, 군사에 대한 이야기, 공포에 대한 이야기, 전쟁에 대한 이야기, 음식에 대한 이야기, 음료에 대한 이야기, 의복에 대한 이야기, 침대에 대한 이야기, 꽃다발에 대한 이야기, 향료에 대한 이야기, 친척에 대한 이야기, 수레에 대한 이야기, 마을에 대한 이야기, 부락에 대한 이야기, 도시에 대한 이야기, 지방에 대한 이야기, 여자에 대한 이야기, 영웅에 대한 이야기, 도로에 대한 이야기, 목욕장에서의 이야기, 망령에 대한 이야기, 사소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시시비비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M9)



부처님 당시에 공개토론장이 있었다. 그런데 이교도들의 잡담으로 떠들썩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시사잡담도 있다. 왕에 대한 이야기나 대신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에 해당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관심사는 사람에 대한 것이다. 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사람 없는 데서 그 사람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그 사람이 회자된다. 그 사람을 안주 삼아 씹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연예인도 회자된다.

니까야에는 25가지 잡담이 소개 되어 있다. 오늘날이라 해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옛날 사람들도 오늘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만나면 잡담을 했던 것이다.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일반인들의 잡담이다. 이는 '우물가에 대한 이야기(kumbhaṭṭhānakathaṃ)'가 대표적이다. 목욕장도 해당된다. 이에 대해서 주석에서는 “우물에서 사람들은 즐거워하고 춤추고 노래하기도 하는데, 우물가에서 잡담을 말한다.” (Srp.III.295)라고 했다.

둘째, 세속철학적 담론이다. 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lokakkhāyikaṃ)'가 이에 해당된다. 이에 대하여 주석에서는 “누구에 의해서 이 세상이 창조되었는가? 이러한 자에 의해서 창조되었다. 까마귀가 희다. 그 뼈가 희기 때문이다. 두루미가 붉다. 그 피가 붉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논의는 세속철학적인 궤변의 담론이다.”(Srp.III.295)라고 설명해 놓았다.

셋째, 육사외도의 가르침이다. 이는 '유무에 대한 이야기(itibhavābhavakathaṃ)'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하여 주석에서는 “여기서 존재는 영원주의, 비존재는 허무주의를 말한다. 존재는 성장이고 비존재는 포기이다. 존재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향락이고 비존재는 자신에 대한 학대이다.”(Srp.III.295)라고 설명해 놓았다.

세속철학적 담론도 잡담이고 육사외도의 가르침도 잡담이다. 참으로 놀라운 말이다. 고담준론도 잡담으로 보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이야기만 잡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부처님은 잡담을 하지 말라고 했다. 이는 팔정도의 정어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정어는 “1) 거짓말을 하지 않고, 2) 이간질을 하지 않고, 3) 욕지거리를 하지 않고, 4) 꾸며대는 말을 하지 않음”(S45.8)을 말한다. 이 중에서 꾸며대는 말이 잡담에 해당된다.

꾸며대는 말을 기어라고 한다. 기어는 '삼팝빨랍빠(samphappalāpā)'를 번역한 말이다. 이 말은 ‘talking nonsense’의 뜻이다. 우리말로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허튼소리, 난센스, 바보같은’이라는 뜻이다. 잡담은 한마디로 ‘무의미한 이야기’인 것이다.

부처님은 수행승들에게 잡담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부처님은 “그대들은 여러 가지 잡담, 예를 들어 군주에 대한 이야기,...유무에 대한 이야기에 관하여 논의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S56.10)라고 구체적으로 말씀하셨다. 이 경에서는 29가지 잡담이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왜 잡담을 금했을까? 이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으로 알 수 있다.



“수행승들이여, 그러한 논의는 이치에 맞지 않고, 청정한 삶을 시작하는데 맞지 않고, 싫어하여 떠남에 도움이 되지 않고, 사라짐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적멸에 도움이 되지 않고, 곧바른 앎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올바른 깨달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열반에 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S56.10)



부처님이 잡담을 금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해탈과 열반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철학적 담론이라 할지라도 고귀한 길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수행승들은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수행승들이여, 그대들은 논의할 때에 1) ‘이것은 괴로움이다.’라고 논의하고, 2) ‘이것은 괴로움의 발생이다.’라고 논의하고, 3)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이다.’라고 논의하고, 4)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로 이끄는 길이다.’라고 논의해야 한다.”(S56.10)



부처님은 사성제를 말씀하셨다. 이런 논의는 밤새워 해도 좋은 것이다. 왜 그런가? 해탈과 열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가지 이상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말 못할 고민이 있음을 말한다. 그런 고민 중에서 생, 노, 병, 사에 대한 것보다 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여기에 애별리고, 원증회고, 구부득고가 있다. 지금 당면한 괴로움이다.

머리에 불이 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빨리 불을 꺼야 할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은 지금 당면한 괴로움의 불을 먼저 끄는 것이다. 지금은 왕에 대한 이야기 등 한가하게 잡담을 할 때가 아니다. 또한 “누구에 의해서 이 세상이 창조되었는가?”등과 같은 세속적 철학의 담론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논의 해야 할 것은 사성제와 같은 가르침에 대한 것이다.

부처님은 잡담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법담은 장려했다. 요즘말로 담마토크(Dhamma Talk)를 말한다. 가르침에 대해서 밤새워 토론하는 것은 유익하다고 했다.

여기 담마에 대한 모임이 있다. 그것은 금요니까야 모임이다. 전재성 선생과 함께 하는 모임이다. 한달 두 번 모인다. 매달 둘째주와 넷째주 금요일에 열린다. 시간은 오후 7시터 9시까지이다. 장소는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서고이다. 고양시 삼송역 부근에 있는 삼송테크노밸리 B동 348호에서 모인다.

금요니까야 첫모임이 1월 27일(금)에 열린다. 이번 모임의 교재는 '오늘 부처님께 묻는다면'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상윳따니까야를 한권으로 요약한 것이다. 56개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는 방대한 상윳따니까야에서 엣센스가 되는 경만 가려 뽑은 것이다.


금요니까야 모임은 작년 11월 11일 회향한 바 있다. 앙굿따라니까야에서 가려 뽑은 '생활속의 명상수행'을 교재로 했다. 무려 6년 모임을 가졌다. 2017년 2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5년 9개월동안 모임이 지속된 것이다.

이제 새로운 모임이 시작된다. 또다시 담마의 향연이 펼쳐진다. 경을 합송하고, 담마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담마에 대해서 토론하는 것이다.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법담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잡담을 할 것인가 법담을 할 것인가?



2023-01-2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