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불교연대

날지도 못하는 키위새, 65회 정평법회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3. 2. 19. 08:27

날지도 못하는 키위새, 65회 정평법회에서

법회시간에 늦었다. 산행하다 늦은 것이다. 이십분 늦었다. 법회는 막 시작하고 있었다. 이번달 법회 주제는 보왕삼매론이다.

제65회 정평법회가 2023년 2월 18일 '우리함께 빌딩' 6층에서 열렸다. 법회는 오후 4시에 시작되었다. 안양에서 3시 8분에 차를 몰았는데 도착하자 4시 20분이었다. 좀처럼 늦는 법이 없는데 이번에는 늦었다.

법문은 방경준 선생이 보왕삼매론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보왕삼매로는 열 가지 경책에 대한 것으로서 불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2)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3) 공부하는 데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4) 수행하는 데 마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5) 일 꾀하되 내가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6)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마라.
8) 덕을 베풀면서 과보를 바라지 마라.
9)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마라.
10) 억울함을 당할지라도 밝히려고 하지 마라.

수행자가 행해야 할 사항이다. 출세간적인 가르침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세간에서 이런 가르침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열 번째 항목이 그렇다.

억울함을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현대 사회에서는 적극적으로 억울함을 밝혀 벗어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출세간에서는 내버려 둔다. 결국 진실은 밝혀 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과의 엄중함을 하는 것이다.

흔히 자업자득 또는 자작자수라고 말한다. 자신이 지은 업은 자신이 받는 것이다. 그래서 초기경전에서는 업이 자신의 주인임을 반조하는 '업자성정견'을 말한다. 이렇게 본다면 나에게 피해를 끼친 사람은 가만 내버려 두어도 자신이 지은 행위에 대한 과보를 받게 되어 있다. 이런 측면으로 본다면 오히려 연민의 마음을 내야 할 것이다.

두번째 항을 보면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라고 했다. 이 가르침과 관련하여 박경준 선생은 키위새 예를 들었다. 키위새는 뉴질랜드에서 서식하는데 날지 못하는 새라고 한다.

키위새는 왜 날지 못할까? 천적이 없고 먹이가 풍부한 것이다. 그래서 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날개가 퇴화되어서 날지도 못하는 새가 되었다는 것이다.

날지도 못하는 새 키위새와 관련하여 자녀문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자녀가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했을 때 키위새와 같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부모가 여유 있다고 하여 자녀에게 아파트를 사주고 여유 자금을 준다면 애써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자녀는 부모재산만 믿고 놀고 먹으려 할 것이다. 이는 자녀를 망치는 지름길이 된다.

자녀는 결핍으로 키워야 한다. 그렇다고 사랑의 결핍을 말하지 않는다. 경제적인 결핍을 말한다. 성년이 되면 스스로 힘으로 살아 갈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헝그리정신으로 자립하게 하는 것이다.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 주는 것보다 생존해 갈 수 있는 지혜를 물려 주어야 한다. 자녀를 키위새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보왕삼매론을 보면 수행자에 대한 경책의 가르침이라 볼 수 있다. 주로 “하지 마라”라는 후렴구로 끝나는데 이는 '바라지 말라'는 말과 같다. 어쩌면 하심에 대한 가르침인지 모른다. 테라가타에 실려 있는 게송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많은 일을 하지 말라.
사람들을 멀리하고, 애쓰지 말라.
맛에 탐닉하여 번거로우면,
안락을 가져오는 의취를 놓친다.”(Thag.494)

"눈 있는 자는 오히려 눈먼 자와 같고,
귀 있는 자는 오히려 귀먹은 자와 같아야 한다.
지혜가 있는 자는 오히려 바보와 같고
힘센 자는 오히려 허약한 자와 같아야 한다.
생각건대 의취가 성취되었을 때,
죽음의 침상에 누워야 하기 때문이다.”(Thag.501)

2023-02-1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