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불교연대

자연유산 훼손 현장을 보고, 정평불 시산제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3. 2. 20. 10:22

자연유산 훼손 현장을 보고, 정평불 시산제에서


갖가지 모임이 있다. 한달에 한번 있는 모임도 있고 두 번 있는 모임도 있다. 일주일에 한번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최상의 모임이란 어떤 것일까? 정진이 있는 모임이라 해야 할 것이다.

정진의 모임에 선우(善友)가 있다. 본 받을만한 사람이 있다. 정진의 모임에 참여하면 발전이 있다. 시간과 돈과 정력을 필요로 하지만 참여하면 이득이 있다. 산행모임도 정진의 모임이 될 수 있을까?

 

정진산행 모임이 있다. 정평불에서 한달에 한번 산행하는 모임을 말한다. 이를 테마가 있는 산행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산행이 때로 역사문화탐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올해 처음 정진산행모임이 2023 2 19()에 열렸다. 행선지는 인왕산 둘레길이다. 사직단에서 출발하여 인왕산 중턱을 거쳐서 자하문 건너 무계원까지 갔다. 다시 경복궁역까지 되돌아 왔으므로  원점회귀한 것이다. 이번 산행은 정상에 오르지 않았다. 둘레길을 걸으면서 역사문화탐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서울학교와 고을학교 교장인 최연 선생이 인도했다.

 


이번 2월 정진산행모임에는 열 명 참여했다. 산행대장 최연 선생을 비롯하여 김광수, 박태동, 이병욱, 정재호, 김우헌, 임정미, 권정화, 이수영, 김지선 선생이 참여했다. 특히 이수영과 김지선 선생은 만해청년모임 출신으로 처음 참여 했다. 젊은 여성 두 명이 참여해서일까 평균연령이 대폭 낮아 졌다.

산행은 걷기 모임이나 다름 없다. 하루종일 걷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엄청나게 소모된다. 기분 좋은 에너지의 소모이다. 왜 그런가? 다리운동 플러스가 있기 때문이다.

 


산행을 하면 대화가 있다. 산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선우이기 때문에 기분 좋은 대화가 된다. 대념처경에서 본 오장애 중에 욕망과 악의가 부수어지는 것 같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선우와의 산행모임은 정진의 모임이 되고 정진산행이 된다.

정진산행모임이 이제 3년 되었다. 올해에는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해 보고자 했다. 그것은 시산제(始山祭)를 지내는 것이다. 새해가 시작되면 시무식을 하듯이, 산행모임에서도 새출발을 다짐하는 것이다.

 


시산제 장소는 인왕산으로 정했다. 인왕산 꼭대기가 아니라 중턱에 있는 곳이다.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동굴이 있는 기도처이기도 하다. 막다른 곳에 있어서 사람들의 왕래가 없는 곳이다. 아는 사람들만 아는 비밀의 장소라고 볼 수 있다.

 


시산제는 산신제와 같다. 산신에게 올 한해 산행을 무사하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것이다. 어쩌면 산행모임 다짐일 수 있다. 또한 각자의 소망일수도 있다. 더 나아가 국민과 나라가 잘 되기 위한 국태민안일수도 있다.

 


시산제에 사용될 먹거리는 각자 준비했다. 사전에 떡, 과일, 북어 등이 공지 되었기 때문에 각자 선택해서 가져 온 것이다. 나는 북어와 사과를 준비 했다.

 


시산제는 간식시간이기도 하다. 각자 준비해 놓은 것을 꺼내 놓으니 자리에 가득 되었다. 이제 제사만 지내면 된다. 제주는 산행대장 최연선생이 맡았다.

 


시산제에서 하이라이트는 제문을 읽는 것이다. 최연 선생은 준비해 온 제문을 읽었다. 제문은 어떤 것일까?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것이다. 산신제의 성격이기 때문에 산신에게 기원하는 것이다. 또 하나 귀가 번쩍 뜨일만한 말을 들었다. 윤석열 정권의 폭압정치를 막아달라는 것도 있었다. 어쩌면 이런 바램도 국태민안에 해당될 것이다.

 


제주의 제문읽기가 끝나자 개별적인 의식이 진행되었다. 집에서 제사 지내는 것과 똑같다. 무릎을 꿇고 술 한잔을 받는다. 그리고 절을 한다. 절을 한다음에는 음복을 한다. 어떤 이는 만원짜리 한장을 놓기도 한다.


제사의식이 끝났다. 푸짐한 음식에 산신도 포만감이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산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 말에 따르면 시루떡과 돼지머리 등을 가져 온다고 했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시물로서 표현한 것이다.

 

 

산의 신은 있을까? 농사 짓는 사람들은 땅에 대해 감사할 것이다. 그래서 땅의 신이 있다고 믿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산행하는 사람들은 산에 대해서 감사할 것이다. 감사의 대상은 아마 산의 신일 것이다. 그래서 땅에는 지신이 있고, 산에 가면 산신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시산제는 산신에게 제사 지내는 것이다. 산신에게 신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어쩌면 자연보호를 다짐하는 것과 같다. 산을 해치지 않는다면 보호받을 것이다. 그러나 인왕산 둘레길과 계곡을 산행하다 보면 자연훼손의 흔적이 많다.


가르침은 가르침을 따르는 자를 수호하고
잘 닦여진 가르침은 행복을 가져온다.
가르침이 잘 닦여지면, 공덕이 있다.
가르침을 따르는 자는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Thag.303)


테라가타에 실려 있는 게송이다. 담마(가르침)는 담마를 따르는 자를 보호한다고 했다. (담마)을 지키면 법의 보호를 받는 것과 같다. 산에 가면 산의 규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자연유산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나무가지를 꺽는 것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난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산에 상처를 내서 집을 지었다면 산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다.

 


인왕산은 커다란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동굴도 많다. 그런데 동굴에는 기도처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어쩌면 자연유산 훼손에 해당될 것이다. 그러나 자연과 잘 어우러진다면 자연의 일부가 된다.

바위에 글자를 새겨 놓는 것도 자연유산의 훼손에 해당될 것이다. 주로 조선시대 때 유한계층에서 새겨 놓은 것이다. 만약 자신의 이름을 새겨 놓았다면 자연유산의 훼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명을 새겨 놓으면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최악의 자연유산 훼손은 어떤 것일까?

 


정진산행은 역사문화기행과도 같은 것이다. 가는 곳마다 역사의 흔적이 있기 떄문이다. 그런데 해방 이후 개발의 시대에 난개발 되었다는 사실이다. 풍광 좋은 곳에 가면 고급주택이나 빌라를 볼 수 있다. 그 결과 자연유산은 무참하게 훼손되었다. 이를 산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연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자연 앞에서 자만과 만용은 사고로 이어 진다. 계곡이 난개발되고 풍광 좋은 곳에 성채같은 집을 지었을 때 산의 신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자연유산 훼손 현장을 보았다.

 


자하문 가까이에는 고급 주택이 많다. 비탈진 곳에 축대를 쌓고 그 위에 성채와 같은 집을 지은 것이다. 청운동에 있는 어떤 집을 보니 자연유산을 깔고 지었다.  조선시대 중기 김상용의 별장이 있었던 곳이다. 커다란 바위에는 百世淸風(백세청풍)’이라고 한문이 새겨져 있다.

 

 

이번 산행은 역사문화탐방의 성격이 짙었다.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찾아서 자하문 밖에 있는 부암동까지 갔었다. 다시 원점회귀하여 경복궁역까지 돌아 왔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보았다.

사유지라 들어 갈 수 없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담장 바깥에서 보아야만 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문화유산을 깔고 집을 지은 것이다. 이런 사례는 많다. 한양도성 위에 축대를 쌓고 학교나 빌라, 주택을 지은 것이다.

 


역사문화기행을 하다 보면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훼손 현장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서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을 본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어야 한다. 자연에 반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산의 신이 노할지 모른다.


2023-02-2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