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앞만 보자, 검단산 정진산행
한달에 한번 산행이 있다. 오늘이 그날이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오늘은 검단산 산행이 있는 날이다.
검단산은 이미 한번 가 본 바 있다. 정진산행모임에서 2021년 11월에 갔었다. 이번이 두 번째이다.
정진산행모임에서는 지하철과 전철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지 대상이 된다. 검단산은 검단산역에서 출발하면 된다. 오전 10시가 넘었을 때 5명 모였다. 정평불 공동대표 김광수 선생을 비롯하여 정평불 회원인 정재호, 이병욱, 임정미, 권정화 선생이 참여했다.
안양에서 하남에 있는 검단산역에 어떻게 가야 할까? 전철과 지하철을 타면 돌아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시외버스를 타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집 가까이에 있는 1650 시외버스가 있다.
산행은 검단산역에서부터 시작된다. 3번출구에는 수많은 등산객들이 있다. 걸어서 애니메이션고로 이동한 후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검단산은 가파르다. 해발 657미터에 달한다. 강수면에서부터 높이가 시작되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산이라고 볼 수 있다. 강 건너 예봉산과 함께 산세가 웅장하다. 산행하기가 만만치 않다.
검단산은 오로지 오르막만 있는 산이다. 처음부터 능선길로 갔다. 다리가 뻐근할 정도로 빡세게 걸어야 한다. 이렇게 이삼십분 걷고 나면 다리가 풀려서 그 다음은 자동으로 걷게 되는 것 같다.
산행하다 힘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것은 알아차림 하며 걷는 것이다. 한발한발 걸을 때 알아차림 하면 피로가 덜하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힘들지 않는 것이다.
두번째 화살을 맞지 말아야 한다. 첫번째 화살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두번째 화살은 피해야 한다. 이는 부처님이 “나의 몸은 괴로워하여도 나의 마음은 괴로워하지 않을 것이다.”(S22.1)라고 말씀하신 것에서 알 수 있다.
몸이 아프면 괴롭다. 이럴 때 “아이고 아파 죽겠네.”라며 소리지르면 더 괴롭다. 육체적 괴로움이 정신적 괴로움으로 전이 되었기 때문이다.
육체적 고통이 정신적 괴로움으로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처님은 중병에 걸려 괴로워하는 나꿀리삐따 장자에게 “물질을 자아로 여기지 않고, 물질을 가진 것을 자아로 여기지 않고, 자아 가운데 물질이 있다고 여기지 않으며, ‘나는 물질이고 물질은 나의 것이다.’라고 여기자 않아 속박되지 않는다.”(S22.1)라고 가르침을 주었다.
부처님은 중병에 걸려 신음하는 장자에게 오온무상에 대한 가르침을 펼치셨다. 그것은 오온에 대하여 “이것은 나의 것이 아니고, 이것은 내가 아니고,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같다.
누군가 오온에 대하여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될까?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얼굴밖에 없는 사람은 얼굴에 작은 뾰로지라도 나면 큰 일 날 것이다. 얼굴을 자신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병에 걸려 몸이 아플 때 통증을 느낀다. 이때 통증에 대하여 “아이고 아파 죽겠네.”라고 말한다면 통증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고 자아와 동일시 하는 것이다. 통증이 자신이고, 자신이 통증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통증에서 벗어날 수 없다.
통증이 발생했을 때 조건에 따른 현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통증은 일어날만 해서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조건발생하는 것은 조건이 다하면 소멸한다는 것이다. 이미 지나가 버린 것, 이미 소멸되어 버린 것에 대하여 자신의 것이라 여겨 “아이고 아파 죽겠네.”라며 괴로워 하는 것이다.
산행을 하면 힘들다. 힘들다고 “아이 힘들어”라며 말한다면 더 힘들다. 통증이 심할 때 “아이고 아파 죽겠네”라고 외치면 죽을듯이 아프다. 이럴 때는 정신과 물질을 구분해야 한다. 부처님이 말씀 하신대로 “나의 몸은 괴로워하여도 나의 마음은 괴로워하지 않을 것이다.”(S22.1)라고 해야 한다.
산행할 때 어느 곳에나 깔딱고개가 있다. 숨이 깔딱 넘어갈 정도로 괴로운 코스를 말한다. 이럴 때 걷는 요령이 있다. 알아차림하며 걷는 것이다. “왼발, 오른발”하며 명칭붙여도 효과적이다. 이렇게 올라가면 육체따로, 정신따로가 된다. 육체적 고통이 정신적인 괴로움으로 전이 되지 않는다.
산행하는 것은 인생길을 걷는 것과 같다. 때로 오르막길만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걷다 보면 내리막길도 있다.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가다 보면 능선길을 탈 때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정상까지 한걸음한걸음 올라간다는 것이다.
산행에서 서두르면 안된다. 뛰어 가듯이 등산해서는 안된다. 천리길도 한걸음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걸음한걸음 걷다 보면 상당히 걸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산행 중에 뒤돌아 보면 알 수 있다.
산행할 때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스스로 고생하기를 자처한 것이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산행은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정상에 올랐을 때 승리자가 되는 것 같다.
가파르고 험준한 산을 오를 때는 동료가 있으면 힘이 된다.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힘을 받는다. 더구나 대화를 하며 걸으면 힘든 줄 모르고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번 산행에서도 그랬다.
산행하면 기대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간식시간이다. 대게 정상에 올라서 간식시간을 갖는다. 각자 가지고 있는 것을 내 놓으면 된다.
어떤 이는 떡을 가져 오고 어떤 이는 과일을 가져 온다. 그러나 무어니무어니 해도 음료수만한 것이 없다. 도반들과 함께 맥주라도 들이킨다면 최상의 행복이 된다.
검단산 정상에서 한시간 머물렀다. 간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한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 것이다.
어디로 하산해야 할까? 원점회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왔던 길과 반대편으로 가기 쉽다. 산곡초등학교 방향으로 정했다.
내려 가는 길은 행복의 길이나 다름없다. 오로지 내리막만 있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더구나 날씨는 온도와 습도가 적당하다. 바람이 얼굴에 부딪칠 때 보드랍다.
바람이 불 때 시원함을 느낀다. 봄바람은 보드랍다. 이제 막 신록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연두빛 세상이다. 이럴 때 "아,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수행자라면 알아차려야 한다. '좋다'라고 생각하는 마음을 알아차림해야 한다.
산행중에는 알아차림하지 않을 수 없다. 알아차림하지 않으면 사고난다. 오르막에도 알아차림해야 하고, 내리막에도 알아차림해야 한다. 마음이 온통 발에 가 있다.
오늘 산행에서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그것은 한걸음만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가파른 길을 오를 때 오로지 한걸음 앞만 보는 것이다. 그래야 힘도 들지 않고 번뇌도 생겨나지 않는다.
산행은 수행이 되기도 한다. 왜 그런가? 알아차림하며 걷기 때문이다. 바로 앞을 보지 않고 걷는다면 넘어질지 모른다. 바로 앞에 마음을 두고 걷는다면 사띠하는 것과 다름 없다.
산행은 사띠하는 것과 다름 없다. 등산할 때나 하산할 때나 마음은 늘 바로 앞에 두어야 한다. 바로 앞에 발 디딜 곳에 눈이 가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잡념이 일어날 수 없다. 산행을 하면 자동으로 사띠가 되기 때문에 산행하는 것은 수행이 된다.
우리나라 방방곡곡 명산에는 절이 있다. 하산길에 절을 발견했다. 절 이름은 검단사이다.
검단사는 산곡초등학교 부근에 있다. 절이 있어서 절에 가 봤다. 모두 불자들이기 때문에 법당에 들어가서 삼배나 하고 나오고자 했다. 그러나 절 문이 닫혀 있었다.
절은 비구니 사찰이다. 전통사찰이 아닌 일반사찰이다. 조계종 소속이기 때문에 공찰이라 볼 수 있다. 저 멀리 남한산성이 보이는 경치 좋은 전원마을에 자리잡고 있다.
스님의 배려로 법당에서 삼배할 수 있었다. 그런데 비구니 스님은 이것도 인연이라 하면서 차를 마시고 가라고 했다. 이에 산행팀은 생각지도 않게 스님과 차담을 하게 되었다.
스님은 손수 만든 수제차를 주었다. 돼지감자와 무우말랭이를 말린 것이다. 마셔보니 구수하다. 스님의 법명은 혜광이다. 운문사 명성스님 상좌이다.
스님은 운문사 승가대학출신이다. 비구니회관 법룡사 주지를 8년 맡았다고 한다. 이곳 검단사를 창간한 것은 2004년의 일이다. 현재 75세인 스님은 90세가 넘은 명성스님을 하늘처럼 모시는 것 같다.
스님은 차를 주었다. 떠날 때는 다포도 주었다. 차 마실 때 바닥에 까는 천을 말한다. 운문사 명성스님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다포에는 다음과 같은 한문 게송이 있다.
無窮山下泉 (무궁산하천)
普供山中侶 (보공산중려)
各持一瓢來 (각지일표래)
總得全月去 (총득전월거)
이 게송은 무슨뜻일까?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끝없이 흘러나오는 산 아래 샘물,
산속 벗들에게 널리 공양 올리니,
각각 표주박 하나씩 들고 찾아와
모두가 보름달을 떠담아 간다네.”
이 게송은 법계 김명성 스님이 지은 것이다. 이 게송을 다포에 인쇄해서 선물용으로 만들었다.
검단사는 지나는 길에 우연히 들렀다. 단지 삼배만 하고 나오려고 했으나 차도 대접받고 다포도 선물 받았다. 스님은 좋은 인연이라며 환대해 주었다. 다음에 검단산에 오면 꼭 들르라고 했다.
산행이 모두 끝났다. 일행은 천호역 근처에서 샤브샤브칼국수로 식사를 했다. 이렇게 해서 4월 정진산행모임이 마무리 되었다. 다음 5월 산행은 관악산 삼성산이다.
2023-04-1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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