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불교연대

5.20 범시국법회용 컵연등만들기

담마다사 이병욱 2023. 5. 7. 07:16

5.20 범시국법회용 컵연등만들기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불자들은 연등을 단다. 그러나 직접 만들어 다는 사람은 드물다. 준비된 연등에 꼬리표를 다는 것으로 연등을 달았다고 말한다.

거리에 오색연등은 부처님오신날이 머지 않았음을 알린다. 대게 한달 전쯤에 단다. 가족등은 일년등이 대부분이다. 신심있는 불자들이라면 이절저절에 등을 달기도 한다.

연등은 왜 다는 것일까? 이는 상윳따니까야에서 등불을 베풀어 밝은 눈을 주네.”(S1.42)라는 문구로 알 수 있다. 연등을 다는 일차적인 목적은 사원에 불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등을 다는 것은 등보시에 해당된다. 출가수행자에게 사대필수품을 보시하는 것과 같다. 밤이 되면 캄캄해지기 때문에 등불은 사원에 불 밝히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대승에서는 빈자일등이라고 한다. 가난한 여인이 어렵사리 마련한 돈으로 등 하나 다는 공덕이 매우 크다고 말한다. 이때 연등은 무명을 밝히는 지혜의 등불에 해당된다.

등불은 단지 어둠을 밝히는 용도이상이다. 무명을 밝히는 지혜의 등불로서 의미가 더 크다. 그래서일까 니까야를 보면 다음과 같은 귀의문 정형구가 있다.

 

 

“존자 고따마여, 훌륭하십니다. 존자 고따마여, 훌륭하십니다. 존자 고따마여, 마치 넘어진 것을 일으켜 세우듯이, 가려진 것을 열어 보이듯, 어리석은 자에게 길을 가리켜주듯이, 눈을 갖춘자는 형상을 보라고 어둠속에 등불을 가져오듯이, 존자 고따마께서는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진리를 밝혀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세존이신 고따마께 귀의합니다. 또한 그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또한 그 수행승의 참모임에 귀의합니다. 저는 고따마 앞에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겠습니다.(Sn.1.4)

 

 

숫타니파타 까씨 바라드와자의 경에 실려 있는 귀위문이다. 이와 같은 귀의문 정형구는 니까야에 수도 없이 나온다. 귀의문에서 등불과 관련된 것은 눈을 갖춘자는 형상을 보라고 어둠속에 등불을 가져오듯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무엇을 말하는가? 부처님 가르침이 지혜의 등불이라는 것이다.

 

연등을 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귀의문에서 보듯이 자신의 무명을 밝히는 연등이 된다. 또한 세상을 밝히는 여법한 연등이 될 수 있다. 오로지 자신과 가족의 안위만을 위한, 이른바 사대기도를 위한 연등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늘 연등 만드는 작업을 했다. 박정규 선생과 21조가 되어서 작업했다. 내가 초록잎에 풀을 붙이면 박정규 선생은 이를 컵등에 붙이는 식의 작업을 했다.

 


연등만들기는 평화의 길 사무실에서 작업했다. 5 20일 범시국법회에 사용될 컵연등이다. 숫자는 무려 천개에 달한다.

 


올해 5 20일은 의미 있는 하루가 될 것 같다. 먼저 불교인들의 최대 축제인 제등행렬이 있는 날이다. 다음으로 윤석열 퇴진 범시국법회가 있는 날이다. 마지막으로 광주에서는 김동수열사 추모제가 있는 날이다. 이 세 행사를 모두 참여하고자 한다. 그러나 몸은 하나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다. 나는 어느 행사에 참여해야 할까?

2005
년 이래 연등축제는 빠짐없이 참관해 왔다. 매년 참관해서 블로그에 글과 사진과 동영상을 올렸다. 그러나 최근 시들해졌다. 연등축제보다 더 중요한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매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촛불대행진에 나간다. 지난주 토요일에도 나갔다. 공교롭게도 5 20일 연등축제하는 날에 시국법회가 계획되어 있다. 우선순위를 시국법회에 둔다.

김동수열사 추모제는 5 20일 광주 조선대학교에서 열린다. 2019년 이후 매년 참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연등축제와 시국법회와 겹쳤다. 우선순위를 추모제에 둔다.

5
20일 광주로 가기로 했다. 표도 이미 끊어 놓았다. 그것도 KTX로 두 장 예약해 놓은 것이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것이다. 예년에는 전세버스로 갔었는데 올해는 고속철도로 간다.

고속철도로 가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부담을 주는 것 같았다. 이에 김동수열사 추모사업회에 후원금을 냈다.

김동수열사 추모제는 5 20일 오전 11시부터 12 30분까지 조선대 서석홀에서 열린다. 행사가 오전에 열리기 때문에 전세버스가 아니라 고속철도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대불련 출신이 아니다. 그럼에도 해마다 추모제가 열릴 때마다 대불련 전세버스에 탑승했다. 일종의 무임승차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KTX로 갈 것이라고 한다.

KTX
는 오로지 내려 가는 것만 제공된다. 올라오는 것은 자유이다. 그럼에도 KTX비용은 꽤 된다. 무임승차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추모사업회 계좌에 후원금 명목으로 십만원을 송금했다.

한날에 열리는 추모제와 시국법회에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묘안이 떠 올랐다. 평화의 길 사무실에 가서 연등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5 20일 시국법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상쇄될 것 같았다.

 


오늘 평화의 길 사무실에서 연등을 만들었다. 어제와 오늘 무려 1,030개를 만든 것이다. 시국법회는 촛불대행진에 앞서 오후 3시에 시작되는데 준비된 연등은 그때 배포된다.

 


컵연등을 만드는 데에는 단계가 있다. 재료가 준비되면 먼저 비비기 작업을 해야 한다. 꽃잎모양을 만들기 위해 종이 끝을 손가락으로 일일이 비비는 것이다. 백우거사 부부에 따르면 이 작업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한개씩 비빌 때마다 관세음보살했다고 한다.

 


컵연등은 불교를 상징한다. 종이컵에 꽃잎을 12개 붙이는데 이는 십이연기를 상징한다. 꽃잎은 컵에 4개씩 3단으로 붙이는데 이는 삼법인을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녹색 잎 4개는 사성제를 상징한다.

어떤 모임이든지 헌신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모습을 백우거사 부부에게서 본다. 백거사 부부는 비비기 작업을 집에서도 했다. 수천개나 되는 잎을 부부가 몇주에 걸쳐 작업한 것이다.

백우거사부부를 포함하여 김종연 선생 등 칠송회 멤버들이 수고해 주었다. 이런 노고가 있었기에 완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묵묵히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제 작업한 사람들은 18명이었다. 오늘 작업한 사람들은 23명이다. 어제 500개 완성했고 오늘 500개 완성했다. 연등은 당일날 엘이디(LED)촛불과 함께 배포할 것이다.

등불은 어둠이 깊을수록 빛을 더 발한다. 밝을 때는 등불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그런데 등불은 자신과 타인을 밝히는 등불도 된다는 것이다.

 


등불을 자신에게 밝히면 무명을 밝히는 지혜의 등불이 된다. 등불을 세상을 향해 들면 불의를 물리치는 정의의 등불이 된다. 오늘 세상을 밝히는 정의의 연등을 만들었다.

 


불의의 세상이 되었을 때 정의의 등불을 들어야 한다. 마침내 불교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5 20일 그날 천개의 연등이 장관을 이룰 것이다.


2023-05-0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