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용화선원 대중공양 가는 날에

인제 용화선원 대중공양 가는 날에

 

오늘 대중공양 가는 날이다. 목적지는 인제 용화선원이다. 명진스님이 사는 선원이다. 인천 용화선원의 선원이다. 사단법인 평화의 길에서 주최한 행사이다.

십일전 유튜브에서 대중공양 공지를 보았다. 명진TV 채널에서 본 것이다. 4월 7일 금요일 명진스님이 살고 있는 인제 용화선원으로 대중공양을 간다는 공지의 글을 본 것이다. 공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지체없이 가고자 마음 먹었다.

명진스님과 인연이 있다. 최초 인연은 2016년이다. 그때 당시 어느 국제구호단체 책임자와 함께  명진스님이 머무는 처소에 찾아 갔다. 종로에 있는 두산위브 오피스텔을 말한다. 당시 스님은 종회의원이었는데 그곳에서 잠시 머물고 있었다.

스님은 나를 알고 있었다. 필명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초면임에도 두 손으로 손을 잡고서는 "진흙속의연꽃 이십니까?"라며 물어 보았다.

스님은 봉은사 주지 시절에 블로그를 잘 보았다고 말했다. 또한 스님은 블로그 이름을 '이 고뇌의 강을 건너'라고 말했다. 현재 블로그 이름 '진흙속의연꽃'이다. 바로 이전 블로그 명을 말한 것이다. 2006년에서 2008년까지 사용했었던 블로그 이름이다.

스님은 선물로 책을 주었다. 스님의 자서전이자 자전적 성장 이야기라 볼 수 있는 '스님의 사춘기'라는 제목의 책이다. 책을 모두 다 읽어 보았다. 그리고 글도 몇 편 썼다. 명진TV가 방송되었을 때는 빠짐없이 보았다.

스님은 나를 알고 있을까? 한번 만나서 이야기했다고 해서 기억하고 있을까? 놀랍게도 언젠가 전화를 받았다. 정평법회에서 어느 스님에 대한 개혁적 이야기를 썼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알려 주었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스님은 내 글을 보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것도 봉은사 주지 시절부터.

아침 7시 20분까지 가야 한다. 동대입구역 6번출구에 전세버스가 대기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양에서 1시간 20분 걸리는 거리이다.

 

집에서 6시에 출발했다. 정확하게 7시 20분에 도착했다. 정경호 선생이 반가이 맞이해 주었다. 명진TV에서 사회를 보는 백발의 안영민 선생도 낯이 익다.

버스에는 23명 탑승했다. 명진스님과 인연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탑승하자 먹을 것을 나누어 주었다. 떡과 과자와 물을 주었다.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될까? 안영민 선생이 설명했다. 용화선원에는 11시에 도착예정이라고 했다. 선방 스님들 공양은 11시이고 재가자들 공양은 11시 20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공양이 끝나면 명진스님의 소참법문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명진스님이 우리일행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법문이 끝나면 오후 1시 반에 출발하여 5시에 원점회귀할 것이라고 했다.

오늘 명진스님은 어떤 법문을 할까? 아마도 종단 현실과 대한민국 시국에 관한 법문이 될 것 같다. 종단은 망하는 길로 가고 있고 나라도 망하는 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가만 있으면 정말 망해버릴지 모른다. 우리 불자들은 무엇을 해야할까?

요즘 위기감이 고조 되고 있다. 대통령을 잘못 뽑은 댓가를 혹독히 치루고 있다. 나라를 팔아 먹는 듯한 매국노가 출현한 것이다. 이것저것 다 내주고 있다. 독도까지 내 주려고 한다. 어쩌면 독도 공유를 허용할지 모른다.

안양 시내에 국힘 플레카드를 보았다. 총선 후보자가 내 건 것이다. 그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라는 문구를 써 놓았다. 위안부 문제, 배상금 문제, 독도 문제와 관련 있을 것이다. 이러다가는 TV에서 '식민지 근대화론'이 방영될지 모른다.

이대로 가만 있을 수 없다. 행동하는 양심세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학에서는 교수들의 성명서가 나오고 있다. 천주교와 개신교에서는 이미 성명서를 낸 바 있다. 불교계만 움직임이 없다. 이에 뜻 있는 불교인들이 모였다. 5월 20일에 시국법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시국법회 준비모임이 결성되었다. 제1차 범국민시국법회 공동준비위원장으로 평화의 길 도정스님이 추천되었다. 재가 공동위원장도 조만간 추천될 것이다. 정평불에서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매주 시청과 남대문 사이 대로에서는 촛불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작년 여름 작은 촛불로 시작되었으나 이제 횃불이 되었다. 굥의 일본 발언과 관련하여 더 타오르는 것 같다. 독도 이슈는 중간층도 돌아서게 만들었다.

지도자가 잘못된 길로 가면 모두 잘못된 길로 가게 되어 있다. 정의롭지 않은 세력들이 권력을 잡았을 때 정의롭지 않은 세상이 된다. 대체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는 책에 있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분노 했을 때 그 분노의 마음이 정의이다. 독도를 빼앗길 것에 염려하고 분노하는 것이 정의이다. 강자가 약자를 억압했을 때 분노하는 것이 정의이다.

명진스님이 좋아 한다는 경이 있다. 2017년 수원 열린법회에서 처음 들었다. 그 중에 한 게송을 보면 "불의에 살 것인가, 정의를 위해 죽을 것인가, 불의에 사는 것보다 정의를 위해 죽는 것이 낫다.” 라고 말했다. 게송의 내용이 좋다. 스님에게 어느 경인지 물어 보았다. 고닷따경이라고 했다.

테라가타에 고닷따 장로의 게송이 있다. 고닷따 장로가 읊은 연시를 말한다. 명진스님이 말한 것에 대한 원문 번역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현선한 준마는
짐을 싣고 무게를 견디니,
짐이 지나쳐도
멍에를 벗어나지 않는다.” (Thag.659)

2.
“바다가 물로 가득 차듯,
이처럼 지혜가 충만한 자들은
타인을 경멸하지 않으니,
이것이 뭇삶을 위한 고귀한 원리이다.” (Thag.660)

3.
“시간 속에 있으면서 시간에 굴복하고
존재와 비존재에 굴복하니,
사람들은 괴로움을 겪고,
학인들도 이 세상에서 근심한다.” (Thag.661)

4.
“즐거운 일로 상승하다가
괴로운 일로 영락한다.
어리석은 자는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해
그 두 가지 일로 타격을 받는다.” (Thag.662)

5.
“괴로움과 즐거움 가운데 있는
그 침모(針母)를 정복한다면,
주춧돌처럼 정립되어,
그들은 상승하지도 영락하지도 않는다.” (Thag.663)

6.
“이득도 여의고 불익도 여의고
명성도 여의고 명예도 여의고
비난도 여의고 칭찬도 여의고
괴로움도 여의고 줄거움도 여읜다.” (Thag.664)

7.
“연꽃 위의 물방울처럼,
영웅들은 모든 곳에서 더럽혀지지 않고
모든 곳에서 안락을 얻고,
모든 곳에서 패배하지 않는다.” (Thag.665)

8.
“정법으로 불익을 보기도 하고
비법으로 이익을 보기도 한다.
정법으로 불익을 보는 것이,
비법으로 이익을 보는 것보다 낫다.” (Thag.666)

9.
“무지한 자가 명예를 얻기도 하고
양식있는 자가 불명예를 얻기도 한다.
양식있는 자가 불명예를 얻는 것이
무지한 자가 명예를 얻는 것보다 낫다.” (Thag.667)

10.
“어리석은 자로부터 칭찬이 있고,
양식있는 자로부터 비난이 있는데,
양식있는 자로부터의 비난이
어리석은 자의 칭찬보다 낫다.” (Thag.668)

11.
“감각적 욕망에서 생겨나는 즐거움이 있고
멀리 여읨에서 생겨나는 괴로움이 있는데,
멀리여읨에서 생겨나는 괴로움이
감각적 욕망에서 생겨나는 즐거움보다 낫다.” (Thag.669)

12.
“여법하지 못한 삶과
여법한 죽음이 있다.
여법한 죽음이,
여법하지 못한 삶보다 낫다.” (Thag.670)

13.
‘감각적 쾌락의 욕망 그리고 분노를 버리고
다양한 존재 속에서도 마음이 적정한 자들은
세상에 대하여 집착 없이 살아가니,
그들에게 사랑하는 것도 미워하는 것도 없다.” (Thag.671)

14.
“깨달음의 고리를 닦고,
능력과 힘을 닦아,
그들은 최상의 적멸을 얻으니,
번뇌 없이 완전한 열반에 든다.”(Thag.672)

참으로 장쾌한 게송이다. 사나이 대장부답다. 명진스님이 좋아 할 만하다. 특히 12번 게송이 인상적이다.

12번 게송을 보면 “여법한 죽음이, 여법하지 못한 삶보다 낫다.” (Thag.670)라고 했다. 번뇌와의 싸움에 대한 것이다. 이 게송에 대하여 명진스님은 불의와 싸우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래서 "불의에 사는 것보다 정의를 위해 죽는 것이 낫다.” 라고 했다.

 

전세버스는 북동쪽으로 달린다. 탑승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정경호, 김예진, 설예인 선생 등 안면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안다. 명진스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명진스님을 좋아 하는 사람들은 종교를 초월한다. 개신교 신자도 있고 천주교 신자도 있다. 또한 상처받은 사람들도 많다.

 

탑승자 중에는 용산철거참사와 같이 국가 폭력에 희생당한 가족도 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도 있을지 모른다. 명진스님은 이들 상처받은 자, 소외된 자의 손목을 잡아 준다. 그래서 아무리 멀리 있어도 달려가는 것 같다.

버스는 달려간다. 북동으로 북동으로. 명진스님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2023-04-0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