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권 국내성지순례 VII 2017-2018, 재벌 부럽지 않은 삶
과거 써 놓은 글의 목차를 본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평범한 불자의 삶의 기록이다. 아니 보통사람의 삶의 결실이다. 삶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 사찰순례에 대한 것도 그렇다.
이번에 91번째 책을 만들었다. 이번 책은 국내 사찰 성지순례에 대한 것이다. 국내 절을 순례하는 것에 대하여 성지순례라고 했다. 부처님의 불상이 있고, 불탑이 있고, 가르침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성지가 된다.
책 제목을 ‘91권 국내성지순례 VII 2017-2018’으로 정했다. 국내성지순례와 관련해서 일곱 번째 책이다. 기간은 2017과 2018년 2년 동안 기록해 놓은 것을 엮어 놓은 것이다.
목차를 만들어 보니 총 24개의 글이 실려 있다. 글뿐만 아니라 사진도 풍부하게 실려 있다. 책의 분량은 318페이지에 달한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순례법회는 공덕 쌓는 행위, 천장사와 수덕사순례
2. 부처님 법대로, 13년만의 봉암사 순례
3. 교학본찰 봉선사에서 청정한 수행자들과 함께
4. 우연과 연기론적 인과관계에 대하여, 무주 안국사 순례법회
5. 안거철에 수행하고 해제철에 포교하고, 봉선사 대중공양
6. 서쪽으로 서쪽으로 갈데 까지 가보자, 휴가철에 떠난 강화 보문사
7. 전각이 아름다운 미래의 국보급 사찰 석종사
8. 도선사 석불의 안쓰러운 연민상을 보고
9. 석양에 불타는 각연사의 찬란한 단풍
10. 라마 글렌 멀린의 관정법회에 참석하고, 남양주 정혜사에서
11.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온 스님께서” 진주선원사람들과 함께
12. 날씨 좋은 날 청계사에 갔더니
13. 평화의 등을 달고, 부처님오신날 성원정사에서
14. 국가에서 관리하는 서산마애삼존불
15. 텅 빈 집에서 명상을 하면, 참사람의 향기 서산도량
16. 건축불사보다도 이제는 인재불사를, 폐사지 보원사지에서
17. 불교개혁을 갈망하며, 만기사에서 원로의원 스님을 기다렸지만
18. 청계사에서 본 보월선사 부도탑
19. 십일년만에 다시 찾은 사나사
20. 다섯 용이 크르릉, 보물 개암사 대웅전
21. 오층석탑을 세운 뜻은, 치욕의 정림사지 비문
22. 민중들의 애환과 희망을, 금산사 미륵대불 스토리
23. 14년 동기와 함께한 일박이일 강화 삼사순례
24. 한국속의 태국불교공동체, 의정부 담마까야(法身寺) 2018 까티나축제
어디에 가든 기록을 남긴다. 기록을 해 놓으면 시간을 붙들어 매놓은 효과가 있다. 한번 보고 지나치는 것이라면 너무 허무한 것 같다.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 놓으니 삶의 결실을 보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의 진정한 삶의 결실은 어떤 것일까?
가진 것이 별로 없다. 재산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작은 차를 몰고 다닌다. 어느 정도로 작은가? 스물 세평 아파트이면 소형이라고 말할 수 있고, 999씨씨 차라면 경차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빚은 없다.
여러 행복이 있다. 그 중에는 빚 없는 행복도 있다. 빚이 있으면 이자가 나간다. 원금도 갚아야 한다. 월수입에서 상당금액이 이자로 나간다면 하우스푸어가 되기 쉽다. 보시는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번 자들이 많다. 아파트 두 채가 있으면 투기하기 쉽다. 한채는 살면서 또 한채는 전세를 놓는다. 그 전세금으로 갭투자해서 아파트를 산다. 이렇게 늘려 가다 보면 세 채가 되고 다섯 채가 되고 열 채가 된다. 부동산 부자가 되는 것이다.
부동산 부자가 되었을 때 그 부는 영원할까? 세상은 늘 변화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도 변한다. 부동산 침체기가 되었을 때 갭투자한 자들은 빚갚기 바쁠 것이다.
주식투자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식으로 쉽게 돈을 벌 수도 있을 것이다. 운 좋게 조건이 맞아 떨어졌을 때 주식부자가 될지 모른다. 그러나 주식은 기본적으로 욕망에 바탕을 둔 것이기 때문에 그 욕망 때문에 망하기 쉽다.
주식으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긴 자가 있다. 그만큼 벌었으면 은퇴해서 자연인처럼 자연속에서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주식투자로 십억을 벌었다면 다음 목표는 이십억이 될 것이다. 그래서 불로소득으로 번 돈 모두를 다시 투기하게 된다.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다시 주식투기에 올인한다.
부동산으로 흥한 자는 부동산으로 망하기 쉽고, 주식으로 돈 번 자는 주식으로 패가망신하기 쉽다. 욕망이 개입 되어 있는 한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부동산으로 흥한 자는 왜 부동산으로 망하는가? 부동산이 폭락해서 망할 수도 있지만 불로소득으로 망할 수 있다. 주식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불로소득은 사람을 망하게 하는 독과도 같은 것이다.
욕망은 독과도 같은 것이다. 탐욕을 부리면 부릴수록 독이 나온다. 분노를 하면 할수록 독이 생겨난다. 이는 “뿌리에는 독이 있지만 꼭지에 꿀이 있는 분노”(S7.1)라는 게송으로도 알 수 있다. 그래서 탐, 진, 치에 대하여 삼독이라고 하는 것이다.
삶에는 어느 정도 결핍이 요구된다. 너무 많이 가지면 독이 된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재산이 지나치게 많을 때 자신뿐만 아니라 자녀도 망칠 수 있다. 왜 그런가? 즐기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부자들에게 위험이 있다. 이를 감각적 쾌락에 대한 재난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재산이 지나치게 많을 때 가진 자의 자만에 빠지기 쉽다.
많이 배운 자에게는 배운 자의 자만이 있다. 명문가에 태어난 자는 태생의 자만이 있다. 많이 가진 자에게는 부자의 자만이 있다. 그런데 자만은 망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운동선수가 우승했을 때 “자만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부자는 자만하기 쉽다. 그것은 삶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난다. 불로소득으로 감각적 쾌락을 즐기는 삶을 사는 것이다.
부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오늘 점심은 어디서 먹을까?”라는 말이다. 점심을 맛집에서 먹는 것이 최대 즐거움인 것이다. 이렇게 식도락가가 되었을 때 식사가 대사(大事)가 되어 버린다.
감각적 쾌락을 즐기는 삶을 살았을 때 악업이 된다. 이는 탐욕으로 살기 때문이다. 탐욕은 십악중의 하나이다. 탐욕으로 살았을 때 악업만 쌓이게 되어서 악업 과보를 받게 될 것이다.
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 받기만 하는 삶을 살면 악업이 되기 쉽다. 주는 삶은 당연히 선업이 된다.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은 선업이 되기 쉽다. 돈이라는 매개 수단을 빼버리면 주기만 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 주식투기 등으로 불로소득을 챙긴 자들이 그 불로소득으로 감각적 쾌락을 즐겼을 때 악업이 되기 쉽다. 돈이라는 매개체를 빼 버렸을 때 받기만 하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불로소득으로 받기만 하는 것이다. 공덕을 까먹는 삶이다.
인생에서 식사대사가 될 수 없다. 일생을 먹는 즐거움으로 보낼 수 없다. 진정한대사가 있어야 한다. 어떤 것을 대사로 해야 할까? 삶의 결실을 낼 수 있는 것이라면 최상의 대사가 된다.
글을 쓰는 것도 대사가 된다. 매일매일 글을 남기는 것은 식사대사보다 나은 것이다. 더구나 글을 모아서 책으로 엮으면 기쁨은 배가 된다.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있다. 책을 만들다 보니 책장에 책이 가득하다. 이번에 책을 만들면 91권이 된다. 책은 pdf로 만들어서 블로그에 올려 놓는다. 보관용으로는 두 권 만든다. 사무실과 집에 보관용으로 만든다.
책장 가득이 꼽혀 있는 책을 보면 뿌듯하다. 먹지 않아도 배 부른 것 같다. 마치 부자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사람이 찾아 오면 책을 보여 주면서 “이 책 한권은 아파트 한 채의 가치와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세상에 나만큼 부자인 사람이 있을까? 책 한권은 돈의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시간이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책자랑 하는 것도 자랑일까?
돈 자랑이나 재산 자랑하면 허물이 된다. 마치 아내 자랑이나 자식 자랑하는 것과 같다. 이런 자랑은 사람들에게 시기심과 질투심을 유발할 것이다. 그러나 글자랑이나 책자랑은 아무리 자랑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용서가 될 것 같다.
소형아파트에 경차가 있는 일인사업자이자 블로거이다. 그러나 나는 부자이다. 책을 만들 때마다 아파트 한채가 생기는 것 같다. 91권의 책을 만들었으니 아파트 91채의 가치가 있다. 아니 시간이 녹아 들어가 있으니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세상에 이런 부자가 어디 있을까? 재벌 부럽지 않은 삶이다.
2023-04-1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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