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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권 담마의 거울 2017 III, 나의 삶이 두려운 것은

담마다사 이병욱 2023. 3. 24. 15:15

89권 담마의 거울 2017 III, 나의 삶이 두려운 것은

 

 

이미우이 음악이 흐르는 아침이다. 음악은 2007년 이래 하루도 빠짐없이 듣고 있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빠알리어 가사를 외웠다.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라따나경이다. 삼보에 대한 예경과 찬탄에 대한 것이다.

 

절구커피를 마시며 하루 일상을 시작한다. 이런 저런 커피를 마셔 보았지만 내가 직접 만들어 마시는 커피만 못하다. 원두 재료도 좋아야 할 것이다. 재료가 좋으면 맛도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 절구맛이다. 절구질을 해서 으깼을 때 알갱이가 제각각인데 이와 같은 조화가 맛을 내게 한다.

 

 

오늘 해야 할 일은 책을 한권 만드는 것이다. 담마와 관련된 책이다. 2017년에 쓴 것이다. 이를 ‘89권 담마의 거울 2017 III’으로 했다. 통산 89권 째의 책으로 2017625일부터 921일까지 3개월동안 쓴 것이다. 29개의 목차에 258페이지에 달한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왜 잡담하는가? 고귀한 침묵과 법담

2. 아라한의 오불능(五不能)에 대하여

3. 동등한 배려와 눈높이 설법

4. 떠날 때는 말 없이

5. 출구가 있는 부처님의 가르침

6. 죽는 것이 대수냐? 오온무아인자에게 죽음은

7. 수행자를 대하는 태도, 고객을 대하는 태도

8. 사띠(sati)와 압빠마다(appamada)는 어떤 관계일까?

9. 마음의 밭을 가는 수행자

10. 부처님말씀도 그대로 믿지말라? 깔라마의 경 왜곡하기 

11. 수행승으로 묘사된 까마귀

12. 자만에 따른 자기정당화 웃닷짜(uddhacca)

13. 폭류에 머무는 삶과 폭류에 휘말라는 삶

14. 잠들기 전에도 사띠와 삼빠자나

15. 쭐라 빤따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 부처님

16. 빗방울 부서지는 소리에, 수행의 대전환점 무너짐의 지혜

17. 불선법(不善法)이 일어났을 때 

18. 눈먼 자, 귀먹은 자, 바보, 허약한 자처럼

19. 왜 인간이 천상보다 나은가?

20. 번영의 수레바퀴를 굴려라

21. ()와 고소멸(苦消滅)에 대하여

22. 탐욕이 치성하면 겁화(劫火)

23. 진정한 성평등(性平等)을 이루려면

24. 오늘도 먹는다마는, 세세생생 윤회하게 하는 네 가지 식사

25. 억울하고 분한 일을 당했을 때

26. 통제불능 마음 길들이기

27. 공덕 지을 기회를 잘 포착하는 자

28. 불교감별사가 되려면

29. 생이지(生而知)는 윤회의 증거

89권 담마의 거울 2017 III_230324.pdf
2.14MB

 

 

목차를 보면 뚜렷한 주제가 없다. 하나의 글로 완성된다. 과거에 담마에 대하여 쓴 글을 시기적으로 모아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렇게 묶어 놓으면 책이 된다. 목차를 만들고 서문을 쓰면 책처럼 보인다.

 

그날그날 보고 듣고 느꼈던 것에 대하여 가장 인상적인 것 하나만 기록한다. 그것도 의무적으로 쓴다. 매일 하루 하나 이상 쓰는 것이다. 그러나 쓰기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책으로 만들어야 할 때가 되었다. 누가 보든 말든 pdf를 만들어 인터넷의 바다에 띄어 놓는 것이다.

 

목차를 만들면서 과거에 쓴 글을 빠른 속도로 스캔 해 보았다. 지금 읽어보아도 부족함이 없다. 글을 쓸 때는 길이 남을 글을 쓰고자 했기 때문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오류가 발견되면 언제라도 수정에 들어갔다. 이렇게 해서 하나 하나 완성된 글이 금자탑을 이룬 것 같다.

 

목차를 만들다가 새겨 두고 싶은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목차에서 두 번째 있는 아라한의 오불능에 대하여’(2017-06-25)라는 제목의 글이다. 앙굿따라니까야 유행자 쑤바따의 경’(A9.7)을 보고서 쓴 글이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에게 불가능한 것 다섯 가지가 있다. 그것은 그가 고의로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2) 그가 주지 않는 것을 훔칠 의도로 빼앗는 것은 불가능하다. 3) 그가 성적교섭의 원리를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4) 그가 올바로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5) 그가 이전에 속가에서 살던 것처럼 재물을 모아놓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즐기는 것은 불가능하다.”(A9.7)라는 가르침으로 요약된다.

 

아라한의 오불능을 보면 오계에 대한 것이다. 오계에서 불음주계 하나가 빠졌다. 그러나 불음주계는 다섯 번째 항 감각적 쾌락을 욕망을 즐기는 것이 불가능함에 해당될 것이다.

 

오계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계율인 오계이다. 오계를 어겨도 처벌받지 않는다. 법망에 걸렸을 때는 처벌 받을 것이다. 몰래 오계를 어겼을 때 처벌 받지 않지만 마음의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그래서 오계를 어기면 악처에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아라한이 되면 오계를 어길 수 없다. 살생, 도둑질, 성적교섭, 거짓말, 감각적 쾌락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 중에서 하나라도 행한다면 그는 번뇌 다한 자가 아닐 것이다.

 

아라한의 오불능은 유행자 쑤바따가 부처님에게 말한 것이다. 이에 부처님은 네 가지를 추가하여 아라한의 구불능에 대해서도 알려 주었다. 그 네 가지는 “6)그가 욕망의 길을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 7) 그가 성냄의 길을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 8) 그가 어리석음의 길을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 9) 그가 두려움의 길을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A9.7) 라는 내용이다.

 

군대에서는 군가를 부른다. 훈련병 시절에 부른 군가가 있다. 인상에 남는 구절이 있다. 그것은 무엇이 두려우랴라는 말이다. 이 몸 바쳐 통일이 된다면 사나이 한목숨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한목숨 바쳐 번뇌가 소멸된다면 무엇이 두려울까?

 

아라한에게는 없는 네 가지 두려움은 무엇일까? 과거에 써 놓은 글을 보니 근거가 있다. 그것은 다섯 가지 두려움에 대한 것이다. 이는 앙굿따라니까야 힘에 의한 섭수의 경’(A9.5)에 따르면 “1) 생계에 대한 두려움, 2) 치욕에 대한 두려움, 3) 대중에 대한 두려움, 4) 죽음에 대한 두려움, 5) 비참한 운명에 대한 두려움이렇게 다섯 가지 두려움이 있다.

 

니까야를 읽다 보면 읽는 재미가 있다. 그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라한의 구불능에서 다섯 가지 두려움에 대하여 별도로 설명이 되어 있는 경을 발견했다. 다섯 가지 두려움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첫째, 아라한은 생계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성찰하라고 했다.

 

 

나는 생계에 대한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가 왜 생계에 대한 두려움을 하겠는가? 나에게는 네 가지 힘 즉, 지혜의 힘, 정진의 힘, 무죄의 힘, 섭수의 힘이 있다. 지혜가 없는 사람이 생계에 대한 두려움을 두려워할 것이고, 게으른 사람이 생계에 대한 두려움을 두려워할 것이고, 허물 있는 신체적 행위와 언어적 행위와 정신적 행위를 지닌 자가 생계에 대한 생계에 대한 두려움을 두려워할 것이고, 섭수하지 못한 자가 생계에 대한 두려움을 두려워할 것이다.”(A9.5)

 

 

누구나 생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출가자는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했기 때문에 두려움은 더 클 것이다. 그러나 지혜의 힘, 정진의 힘, 무죄의 힘, 섭수의 힘이 있다면 두렵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생계에 대하여 두려워하는가? 이는 지혜가 없는 자, 게으른 자, 허물이 있는 자, 그리고 섭수하지 못한 자가 생계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둘째, 치욕에 의한 두려움, 셋째 대중에 대한 두려움, 넷째 죽음에 대한 두려움, 다섯째, 비참한 운명에 대한 두려움은 어떤 것일까? 위에 있는 생계에 대한 두려움과 똑 같은 문장에 적용된다. 정형문에서 단지 단어만 바꾸면 되는 것이다.

 

아라한에게는 아홉 가지 불가능이 있다. 그 중에서 다섯 가지 두려움이 없다. 다섯 가지 두려움이 없는 것에 대하여 지혜의 힘, 정진의 힘, 무죄의 힘, 섭수의 힘을 들었다. 이 중에서 섭수의 힘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대승불교에서 실천수행에 대한 가르침으로 사섭법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섭법은 초기불교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앙굿따라니까야 힘에 의한 섭수의 경에서 수행승들이여, 섭수의 힘이란 무엇인가? 수행승들이여, 네 가지 섭수의 토대가 있다. 보시하는 것, 사랑스런 말, 이로운 행위, 동등한 배려이다.”(A9.5)라는 가르침이 있기 때문이다.

 

사섭법은 보시하는 것(布施), 사랑스런 말(愛語), 이로운 행위(利行), 동등한 배려(同事)를 말한다. 여기서 동사에 대하여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는 등등한 배려로 번역했다. 이는 빠알리 원문에 충실한 번역이다.

 

동사를 뜻하는 빠알리어는 사마낫따(samanatta)이다. 이 말은‘identity; equality’의 뜻이다. 사마낫따는 동등의 의미가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다름 아닌 동등한 배려이다.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어른이 아이를 대할 때 눈높이를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는 수행승들이여동등한 배려 가운데 최상의 것은 흐름에 든 님의 입장에서 흐름에 든 님을 동등하게 배려하고한번 돌아오는 님의 입장에서 한번 돌아오는 님을 동등하게 배려하고돌아오지 않는 님의 입장에서 돌아오지 않는 님을 동등하게 배려하고거룩한 님의 입장에서 거룩한 님을 동등하게 배려하는 것이다.”(A9.5)라는 가르침으로 알 수 있다.

 

초기경전을 보면 궁금했던 모든 것에 대한 해법이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잘못 한역되어서 잘못 한글로 번역된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대표적으로 사섭법에서 동사(同事)에 대한 것이다.

 

동사에 대하여 한국불교에서는  고락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초기불교연구원에서는 함께 함[同事]”으로 번역해 놓았다. 이런 번역은 한역을 단지 풀이해 놓은 말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동사의 의미는 동등한 배려를 뜻한다.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락을 함께 하는 것이라든가, ‘함께 함정도로 번역해 놓았다면 동사를 뜻하는 빠알리어 사마낫따(samanatta)를 제대로 번역한 것이 아니다. 이는 동등한 배려 가운데 최상의 것은 흐름에 든 님의 입장에서 흐름에 든 님을 동등하게 배려하고” (A9.5)라는 가르침이 증거가 된다.

 

책 서문이 매우 길어졌다. 책의 서문을 쓰는 것도 일상이다. 매일매일 글을 쓰듯이 책의 서문을 쓰는 것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서문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니까야를 보면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것 같다. 연결에 연결이 있어서 마치 고구마를 넝쿨 채로 걷는 것과 같다. 이럴 때 경전을 읽는 맛을 느끼고 쓰는 재미를 느낀다. 진리를 알고 진리를 새기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아라한의 구불능에 대한 것이다. 이번에 서문을 쓰면서 다시 새기게 되었다. 다시 한번 정리해 본다.

 

아라한에게 있어서 구불능이 있다. 이는“1) 그가 고의로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2) 그가 주지 않는 것을 훔칠 의도로 빼앗는 것은 불가능하다. 3) 그가 성적교섭의 원리를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4) 그가 올바로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5) 그가 이전에 속가에서 살던 것처럼 재물을 모아놓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즐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6) 그가 욕망의 길을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 7) 그가 성냄의 길을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 8) 그가 어리석음의 길을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 9) 그가 두려움의 길을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A9.7)라고 설명된다

 

아라한의 구불능 중에서 두려움의 길을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1) 생계에 대한 두려움, 2) 치욕에 대한 두려움, 3) 대중에 대한 두려움, 4) 죽음에 대한 두려움, 5) 비참한 운명에 대한 두려움”(A9.5)를 말한다. 이와 같은 두려움은 네 가지 힘, 지혜의 힘, 정진의 힘, 무죄의 힘, 섭수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중에서 섭수의 힘에 주목한다.

 

섭수의 힘은 사섭법을 말한다. 사섭법은 보시하는 것(布施), 사랑스런 말(愛語), 이로운 행위(利行), 동등한 배려(同事)”(A9.5)를 말한다. 이중에서 동사에 주목한다.

 

동사는 고락을 함께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동등한 배려로 보아야 한다. 마치 어른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듯이, 정신적 연령이 높은 자는 정신적 연령이 낮은 자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한다. 서문을 쓰다 보니 길어졌다. 나는 인생의 다섯 가지 삶에 대한 두려움에서 언제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2023-03-2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