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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권 국내성지순례 VI 2016, “천장사의 주인은 신도들의 것입니다.”라는 신도회장의 말에

담마다사 이병욱 2023. 3. 6. 11:37

86권 국내성지순례 VI 2016, “천장사의 주인은 신도들의 것입니다.”라는 신도회장의 말에

 

 

본연의 업무라는 말이 있다. 요즘 페이스북에서 어느 활동가가 이런 말을 쓰고 있다. 본래 해야 할 일을 말한다. 이를 한자어로 말한다면 본분사(本分事)가 될 것이다. 나의 본분사는 어떤 것일까?

 

매일매일 글을 쓰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매일 경전을 읽고 있다. 행선도 하고 좌선도 한다. 요즘은 스리랑카 순례기를 쓰고 있다. 이런 것도 본분사 중의 하나일 것이다. 본분사에서 책 만드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책 만들기는 매우 쉽다. 과거에 쓴 것을 한데 모아 놓으면 되는 것이다. 목차를 만들고 서문을 작성하면 뚝딱 책이 하나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출판되는 책은 아니다. Pdf 파일을 만들어 블로그에 올려 놓는다. 이런 것도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에 책을 하나 만들었다. 그것은 국내 성지순례 여행에 대한 책이다. 이를 ‘86권 국내성지순례 VI 2016’라고 책의 제목을 달았다. 86번째 책으로 2016년 일년동안 국내 사찰순례한 글을 모아 놓은 것이다. 모두 19개의 글로 290쪽에 달한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새해를 산사에서, 천장사 새해맞이 템플스테이

2. 적석사 낙조대 해수관음상을 보며

3. 수덕사 동안거 해제법회를 보고

4. 제주성지순례, 산방사와 보문사

5. 먼나무, 홍가시나무, 야자수, 제주 약천사에서 본 것들

6. 압도적 강세의 제주불교, 제주관음사 성지순례

7. 한국에도 탑묘형식의 스투파가, 제주 평화통일불사리탑에서

8. 제주동암사와 성산일출봉에서

9. 꽃들은 피고 지는데, 삼악산 흥국사에서

10. 선재동자명상여행 축서사

11.“나는 내인생의 주인공이야!53선지식 낙산사순례

12. 입차문래요금지불(入此門來料金支拂), 설악산 신흥사에서

13. 허정스님과 함께 한 일요법회

14. 자연과 인공의 경이로움에 대하여, 춘천 삼운사에서

15. 불타는 염궁선원을 보며

16. 탑묘공양에 대하여, 천장사 송년법회(1)

17. 승가는 부유해도 스님들은 가난해야, 천장사 송년법회(2)

18. “우리도 한 때 저와 같은 개 이었다”천장사송년법회(3)

19. 똥은 조금만 묻어도, 천장사 송년법회(4)

86권 국내성지순례 VI 2016_230306.pdf
11.76MB

 

 

2016년은 나에게 어떤 해이었을까? 재가불교활동을 본격적으로 하던 시기에 해당된다. 이는 허정스님과 관련이 있다. 허정스님이 종단개혁과 관련하여 글을 올렸는데, 이것이 빌미가 되어서 주지연임을 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종단개혁운동에 뛰어 들게 되었다.

 

천장사와 인연이 깊다. 2012년부터 천장사에 다녔었는데 허정스님이 천장사 주지를 맡았을 때를 말한다. 허정스님은 매주 일요일 일요법회를 진행했다. 그때 모인 멤버들은 서산, 당진, 홍성 등 충청권에서 온 사람들과 서울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천장사 일요법회에 매주 간 것은 아니다. 드문드문 다녔다. 그렇게 4년을 함께 했다. 그러나 주지 연임을 앞두고 교계 신문에 종단 개혁과 관련된 글을 쓴 것이 화근이 되었다. 이로 인하여 허정스님은 천장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허정스님이 천장사를 떠나는 날 마지막 법회를 했었다. 마지막 법회에 대하여허정스님과 함께 한 일요법회’(2016-10-17)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겼다. 목차에서 17번째 글이다. 글에서 지난 4년을 회고하면서 그 동안 행복했다.”라고 써 놓았다.

 

 

허정스님이 없는 일요법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허정스님이 떠나고 난 다음에 일요법회 멤버들은 진로를 놓고 고심했다. 천장사 가까이에 있는 식당에서 모여서 열띤 토론을 했다. 어떤 이는 다른 사찰에 가서 일요법회 모임을 계속 이어가자고 말했다. 또 어떤 이는 절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일요법회 모임을 갖자고 말했다. 대부분 천장사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천장사는 공찰이다. 천장사는 수덕사 말사로서 주지는 때가 되면 바뀐다. 허정스님이 떠났을 때 다른 스님이 주지로 오기로 되어 있었다. 일요법회 멤버들은 새 주지스님을 따를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을 해야 했다. 이렇게 갑론을박을 하고 있을 때 신도회 회장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말을 했다. 그것은 천장사 주인론에 대한 것이다.

 

절의 주인은 누구일까? 절의 주인은 주지스님의 것일까? 그렇지 않다. 주지는 주지임기를 채우고 나면 다른 곳으로 가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주지 임명권이 있는 회주스님이 천장사 주인일까? 그렇지 않다. 천장사는 개인소유의 사찰이 아니라 공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천장사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이에 대하여 신도회 회장은 천장사의 주인은 신도들의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회장의 말에 분위기가 급반전 되었다. 천장사의 주인이 신도들 것이라면 굳이 천장사를 떠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중지를 모으면 지혜가 나온다. 여러 사람들이 의견 제시를 하는 가운데 하나의 결론을 도출했다. 그것은 천장사는 신도들이 주인이라는 것이다. 천년고찰 천장사가 특정인의 소유물이 될 수 없음을 말한다. 주지스님이 오지만 살다 가면 그뿐이다. 그러나 아래 마을에 사는 노보살은 주지가 바뀌건 말건 계속 천장사를 다녔다. 아마 백년전 불자도, 이백년 전 불자도 그랬을 것이다.”(2016-10-17)라고 써 놓았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신도회 회장의 말에 동의했다. 천장사를 떠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다음 주지스님이 오더라도 일요법회는 계속 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결정으로 인하여 그 동안 주지스님이 여러 번 바뀌었어도 일요법회는 계속 유지되어 왔다.

 

허정스님은 천장사 일요법회를 만들었다. 매주 일요일 일요법회 시간에 경전을 읽고 담마에 대해서 토론했다. 법회가 끝나면 사찰순례를 했다. 충청권 사찰은 거의 대부분 순례했다. 스님과 함께하는 사찰순례가 되다 보니 해당 사찰의 주지 스님과 차담기회도 있었다. 사찰순례가 끝나면 저녁식사를 하고 해산했다.

 

법회팀 멤버들에게는 허정스님과 4년이 감동으로 남았다. 더 이상 이런 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허탈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지스님이 떠났다고 해서 신도들도 떠날 수는 없는 것이다. 왜 그런가? 절의 주인은 신도들이기 때문이다.

 

스님들은 본래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출가자는 무소유의 삶을 살기 때문이다. 테리가타 로히니 경을 보면 출가수행승에 대하여 마을에서 떠날 때에 아무것도 살펴보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납니다. 그 때문에 저는 그들이 사랑스럽습니다.”(Thig.281)라고 했다. 무소유의 스님은 거처도 소유하지 않는 것이다.

 

올해 2월 달에 천장사에 다녀 왔다. 동안거 해제법회 겸 천도재에 참석한 것이다. 일요법회 멤버들이 그대로 있다. 물론 새로운 도반들도 있다. 만일 그때 뿔뿔이 흩어졌더라면 일요법회팀은 유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당시에 천장사는 신도들의 것이다. 앞으로도 일요법회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쓴 것이 들어 맞은 것이다.

 

 

2023-03-0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