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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십년만 젊었더라면”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92권 진흙속의연꽃 2017 I

담마다사 이병욱 2023. 4. 14. 09:49

내가 십년만 젊었더라면”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92권 진흙속의연꽃 2017 I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다. 인터넷은 월드와이드(World Wide)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를 초월한다. 유튜브에도 국경이 없다. 유튜브에는 세대를 초월하기 때문이다.
 
요즘 종종 사십대 유튜브를 본다. 여러 세대 차이 나는 유튜브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보고 있으면 그럴 듯하다. 때로 공감되는 것도 있다. 공감하다 보니 자주 보게 된다. 심지어 구독까지 하게 된다.
 
어느 사십대 노처녀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이끌려 진 것이다. 나이가 사십에 홀로 사는 여자라면 어떻게 보아야 할까? 아마 비혼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비혼이 아니라고 했다. 어찌하다 보니 이렇게 나이 먹게 되었다고 말한다.
 
흔히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십년만 젊었더라면”이라는 말이다. 나이가 칠십대인 사람은 나이가 육십대를 부러워한다. 나이가 육십대이면 오십대를 부러워하고, 나이가 오십대이면 나이가 사십대를 부러워한다. 나이가 육십대인 나는 오십대를 부러워할까?
 
나이가 사십대인 노처녀는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십대 사람이 보았을 때 젊은 나이이다. 하물며 육십대인 사람이 보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까? 너무나 부러운 나이가 된다. 이처럼 나이는 상대적이다.
 
나이가 사십대 때 나는 무엇을 했을까? 참으로 격동의 시기였다. 인생 최악의 시기였기도 하고 새로운 인생이 출발하는 시기였기도 하다. 내가 무너진 때도 사십대 였고, 내가 일어난 때도 사십대였다.
 
나는 왜 무너졌을까? 그것은 인생의 방향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들 사는 것처럼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남들이 이 방향으로 갔을 때 따라 간 것이다. 한번도 주체적으로 살아 본 적이 없었다.
 
바닥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바닥을 쳐야 올라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한없이 추락해야 한다. 바닥까지 이르렀을 때, 더이 상 내려 갈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바닥을 치고 상승하기 시작한다. 주식도 그렇다.
 
한때 주식을 했었다. 친구의 권유로 하게 되었다. 심심풀이 놀이로 해 본 것이다. 액수는 점점 커졌다. 점점 대담해졌다. 주식으로 망하는 길로 간 것이다. 여유 돈을 다 털어 먹었을 때, 더 이상 투기 하고자 하는 돈이 바닥났을 때 그만 두었다. 인생의 최악의 시기와 겹친다.
 
사십대 중반에 바닥을 쳤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두었다. 아니 퇴출 당했다. 내것이 아니기에 퇴출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제아무리 잘나고 지위가 높아도 월급생활자는 퇴출로 끝난다. 정년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위가 보장되는 공무원은 예외이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었다. 이력서를 내보지만 오라는 데는 없었다. 더 이상 취직이 불가함을 깨달았다. 스스로 사는 길 밖에 없었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는 말이 있듯이, 직장생활 할 때 개발 과정 중의 하나였던 인쇄회로기판설계(PCB)업으로 생계를 영위하고자 했다.
 
개인사업자 등록을 한 것은 2006년의 일이다. 이렇게 본다면 사업 17년차이다. 그러나 혼자 일한다. 한번도 직원을 고용한 적이 없다. 일이 많지 않은 것이 큰 이유가 된다. 일이 있으면 일을 하고 일이 없으면 놀아야 한다.
 
노는 입에 염불한다는 말이 있다. 일인사업자가 되다 보니 시간이 무한정 남았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남았다. 인터넷 가지고 노는 것도 한두달이다. 어느 날 블로그라는 것을 해 보고 싶었다. 2006년에 처음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이제까지 왔던 길과는 달리 전혀 새로운 길로 가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타의에 의한 인생이었다면 글을 쓰고 나서부터는 나의 인생을 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열일곱 살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사십대가 되었을 때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생각했었다. 인생을 다 산 것처럼 생각했었다. 퇴물이 된 것 같았다. 직장에서도 퇴출 되었으니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처럼 여겼다. 그러나 글을 쓰고 나서부터는 달라졌다. 새로운 인생이 된 것이다. 그래서 나의 인생은 사십대 중반 이전과 이후로 갈린다.
 
인터넷에 매일 글을 쓰고 있다. 그렇다고 전문작가가 쓰는 글을 아니다. 소설도 아니고 시도 아닌 잡문(雜文)을 쓰고 있다.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하나만 쓰는 것이다. 이렇게 매일 쓰다시피 하다 보니 엄청나게 축적되었다. 나에게 더 이상 “내가 십년만 젊었다면”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수행자는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 또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오로지 지금 여기 현재를 살 뿐이다. 그렇다고 즐기며 사는 것은 아니다.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그때그때 관찰하는 것이다. 이런 삶을 살 때 후회와 근심이 있을 수 없다.
 
지난 시절 쓴 글이 있다. 하루 일과 중에 오전은 글쓰기로 보냈는데 그 시간이 녹아 들어간 글이다. 이제 책으로 내려고 한다. 지금까지 91권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92번째 책이다.
 
책 제목을 ‘92권 진흙속의연꽃 2017 I’으로 정했다. 2017년 일상에 대해서 쓴 글을 모아 놓은 것이다. 시기적으로 모은 것으로 2017년 1월 3일부터 5월 26일까지 5개월간의 기록이다. 목차는 38개로 285페이지에 달한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백신인가 면역력인가, 청정국토를 실현하려면
2. 아는 만큼 알려준다
3. 기득권 수호에 종교간 구별은 없다
4. 총무원장 직선제관련 차담을 요청 했는데
5. 인생의 선악대차대조표는 다시 쓰여져야
6. 내 탓도 네 탓도 아니다
7. 괴이한 인구피라미드
8. 인생의 파란곡절이 일어났을 때
9. 정치는 차선책을 추구해야
10. 인도의 국민나무 벵갈고무나무
11. 암흑의 사이지옥
12. 초기경전에 집착하는 나는 불교근본주의자
13. 영혼을 심판하는 저울, 이집트보물전
14. 바보는 보시하고 현자는 취한다고? 
15. 보드가야 보리수를 선물받고
16. 청정한 도반과 함께 하는 니까야공부모임
17. 연민수행은 원한 맺힌 자부터
18.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촛불혁명이 완성된 날
19. 돈암동 육조사에서
20. 오온의 감옥에 갖힌 자 
21. 무욕의 잔잔한 행복
22.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을 견학하고
23. 신비하고 심오한 공명 싱잉볼, 2017년 불교박람회에서
24. “네 눈물을 기억하라!”대통령의 눈물과 세월호 유가족의 피눈물
25. 잠을 잘 자는 사람과 깨달은 사람
26. 바이블 구절이 불경으로 둔갑한 문자서비스, BBS 오늘의 부처님 말씀
27. 식물은 무엇으로 자라는가? 장수매와 찔래꽃 분재
28. 아파트는 낡아가도 벚꽃은 터널을 이룬다
29. 정치중도(政治中道)는 가능한가?
30. 한번 넘어진 의자는
31. 자기조직화와 자연치유력
32. 분노가 일어나면 톱의 비유를
33. 부처님오신날과 정법시대
34. 사이버세상에 직선제 실현 등을 달고
35. 문재인,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36. 즐겁고 유쾌한 제1회 마하마야페스티벌
37. 도반 맛집 장터할매보리밥 홍보
38. 천사(天使)의 경고
 

92권 진흙속의연꽃 2017 I_230405.pdf
5.16MB

 
목차를 보면 주제가 다양하다. 그날그날 느낀 것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중구난방처럼 보이고 난개발된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기록하고자 노력했다. 또한편으로 역사적 기록물이 될 것으로 여겨서 시대상황도 기록하고자 했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목차 18번 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촛불혁명이 완성된 날’(2017-03-10)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2017년은 어떤 해인가? 2016년 광화문촛불로 인하여 촛불혁명이 성공하던 때였다. 대통령선거를 해서 그토록 바라던 민주정부가 수립되었다. 무려 9년만에 정권을 되찾아 온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의 수장은 마땅치 않았다. 그럼에도 성공하기를 빌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 느낌을 기록해 놓았다. 중립적이었다. 약간은 비판적이었다. 과연 잘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있었다. 그럼에도 ‘문재인,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2017-05-10)이라며 기록을 남겨 놓았다.
 
문재인 부부가 청와대 레드카펫을 밝고 올라 가는 모습을 인터넷으로 보았다. 정말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레드카펫 계단을 오르는 부부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입니다. 청와대 2층 집무실로성큼성큼 올라가는 대통령부부의 뒷모습이 생애 최고의 날처럼 보여집니다. 그런 한편 대통령의 앞날이 은근하게 염려 되기도 합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말년이 대부분 불운 했기 때문입니다. 레드카펫을 밟고 올라가는 대통령은 부부는 그 순간 무슨생각을 했을까요?”(2017-05-10)라고 적어 놓았다.
 
문재인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었을까? 만 육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재임 기간 중에 국력이 크게 향상되고 큰 사건이나 사고가 없었던 것으로 본다면 태평성대를 이룬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본다면 실패한 대통령이다. 무엇보다 정권재창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이 취임 했을 때 앞날을 걱정했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불운한 말년을 보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걱정을 했을까? 아마도 출발을 불안하게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전직 대통령을 끌어 내리고 취임하는 모양새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된 것 같다. 정권재창출이 실패함에 따라 이 나라는 최악의 위기에 처해 있다. 요즘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토요일 촛불대행진에 나가는 이유가 된다.
 
목차의 제목을 주욱 읽어 본다. 어느 것 하나 의미 없는 글은 없다. 그날그날 혼신의 힘을 들여 작성한 글이다. 가장 정신이 맑은 오전 시간에 쓴 글이다. 하루 일과 중에서 가장 소중한 오전시간이 녹아 들어간 글이다. 이런 글은 돈의 가치로 환산할 수 없다. 이 세상에 시간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어디 있을까?
 
오늘도 내일도 쓸 뿐이다. 나에게는 “내가 십년만 젊었더라면”이라는 말은 없다. 늘 현재를 살고 있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지나간 과거는 후회하지 않는다.
 
인생을 살면서 내가 가장 잘한 일은 글을 쓴 것이다. 사십대 중반부터 썼으니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 바닥에서 시작 되었기 때문에 나의 나이는 이제 열일곱살이 되었다.
 
 
2023-04-1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