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권 율장의 가르침 II 2016-2022, 나의 인생마일리지는?
대한항공 마일리지 카톡을 받았다. 이전부터 뜨던 것이다. 마일리지 관리를 하지 않으면 소멸된다는 문자를 몇 년 전에 받았다. 내버려 두었다. 비행기를 자주 타지 않기 때문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마일리지는 얼마나 될까? 오늘 마음 먹고 들어가 보았다.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연결되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는다. 찾아 보니 아이디는 아주 오래 전에, 아마 2000년대 초반에 만든 것 같다. 현재 쓰는 것과 다르다. 비밀번호는 재설정했다.
나의 대항항공 마일리지는 50,239이다. 5만마일인 것이다. 5만마일은 얼마나 되는 거리일까? 환산해 보니 80,462키로미터이다. 이제까지 대한항공 이용한 거리가 8만키로 된다는 것이다. 이 마일리지이면 어느 정도일까? 제주왕복으로 했을 때 2만7,000원을 더 내야 한다.
마일리지는 항공마일리지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마일리지는 이제 경제용어가 되었다. 그래서 상품이나 카드의 사용실적에 따라 주어지는 보너스 점수가 되었다. 그렇다면 인생의 마일리지는 없는 것일까?
인생마일리지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공덕마일리지라고 말할 수 있다. 비행기를 타면 마일리지가 적립 되듯이, 공덕도 쌓으면 적립되는 것으로 본다. 이런 공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공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보시공덕, 지계공덕, 수행공덕을 말한다. 이 세 가지를 다 쌓으면 엄청난 마일리지가 적립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공덕마일리지는 얼마나 될까?
매일매일 글을 쓰고 있다. 매일 의무적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이런 것도 공덕쌓기, 마일리지적립에 해당될까?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왜 그런가? 그것은 즐기는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즐기는 삶에는 마일리지가 적립되지 않는다. 즐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공덕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자신의 쾌락을 위해 즐긴다면 더욱더 공덕이 되지 않는다.
글쓰기 한지 십년이 넘었다. 하루일과 중에 오전은 글쓰기로 보내는 날이 많았다. 한번 쓴 글은 버리지 않았다. 블로그에 차곡차곡 모아 놓았다. 인터넷 시대에 검색하면 글이 걸린다. 이런 것도 마일리지적립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글쓰기는 감각적 즐거움과 거리가 먼 것이다. 감각적 쾌락의 즐거움은 오감에 대한 것이다.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후각적으로, 미각적으로, 촉각적으로 즐기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글쓰기는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고행과도 같은 것이다.
글쓰기는 남들이 쉽게 하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려 놓았을 때 타인이 공감했다면 공덕쌓기가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글쓰기는 공덕 쌓는 것임에 틀림 없다.
구슬은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글은 책으로 엮어져 나왔을 때 더욱더 가치가 있게 된다. 이제 글을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에 만든 책은 율장에 대한 것이다.
율장에 대한 두 번째 책을 만들었다. 책 제목은 ‘94권 율장의 가르침 II 2016-2022’이다. 통산 94번째 책으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33개의 글을 엮어 놓은 것으로 256페이지에 달한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의사 지바까(Jivaka)의 개복수술과 뇌수술
2. 깨달음을 사칭하는가? 색구경천에서 왔다는 스님
3. 수행자는 율장의 지식을 모두 알고 있어야
4. 깨달음 사기꾼과 대망어죄
5.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공양게를 새로 쓴다면
6. 재벌 3세의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서
7. 잘 경청할 줄 알아야
8. 경율론이 아니라 율경론, 교계가 지속되는 이유
9. 목발우(木鉢盂)가 허용되지 않는 이유
10. 팔정도라는 뗏목으로, 저 언덕에 우뚝 서 있는 자
11. 율장은 재가불자의 필독서, 경전사보기 불사운동을 해야
12. 성적교섭에 대한 학습계율을 보고
13. 밤하늘의 이름 없는 별이 되어
14. 재벌 2세와 3세들의 마약스캔들과 고센의 법칙
15. 정법(saddhamma)시대를 위한 세 가지 조건
16. 찰나삼매에 대하여
17. 식카빠다를 왜 학습계율이라 하는가?
18. 부처님의 깨달음은 아라한 선언으로
19. 승려가 재물을 모아 보시했을 때
20. 재물쌓기 보다는 공덕쌓기에 올인해야
21. 깨달음이 무엇인지 알려거든
22. 밭 가는 수행자
23. 율장통합본에 즈음하여
24. 보복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25. 부처님을 상수로 하는 사방승가(四方僧伽)
26. 남의 잘못은 보기 쉬워도 자신의 잘못은
27. 정법(正法)이 오래 머물게 하려면
28. 스님의 물음에 답하지 않은 이유
29. 부처의 출현과 정법(正法)의 변질
30. 내가 술 마시지 않는 이유는
31. 여자와 성직 중에 하나를 택하라
32. 정법(正法)은 어떻게 수호되는가?
33. 흥미진진한 율장 여행을 떠나며
율장을 다 읽어 본 것은 아니다. 율장은 너무 방대해서 다 읽어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흥미 있는 부분을 읽어 보았다. 가능하면 처음부터 읽어 보고자 했다.
율장은 본래 출가수행자가 보는 책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재가불자가 보아서는 안되는 책으로 되어 있다. 율장은 정말 재가불자가 보아서는 안되는 책일까?
율장을 읽어 보면 한마디로 적나라하다. 주로 음계에 대한 것이 많다. 음계에 대한 것이 거의 70프로 된다고 한다. 어느 정도일까? 이는 목차 12번에서 “어리석은 자여, 오히려 맹독을 지닌 독사뱀의 아가리에 그대의 성기를 집어넣을지언정, 결코 여인의 성기에 집어 넣지 말라. (Vin.III.21)” (성적교섭에 대한 학습계율을 보고, 2018-08-04)라는 가르침으로 알 수 있다. 이 문구는 경장에서는 결코 볼 수 없다. 오로지 율장에만 있는 문구이다.
율장은 어찌보면 성서(性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비구계와 비구니계를 보면 내용이 매우 적나라하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이 총망라된 듯 하다. 이는 율장이 수범수제(隨犯隨制) 형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죄를 지으면 법이 만들어지는 원리와도 같다.
율장이 방대해진 것은 수범수제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고 율장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죄를 지으면 새로운 율이 만들어질 것이다. 만일 수행승이 담배를 핀다면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율이 만들어질 것이다.
부처님이 오늘날 계셨으면 율은 계속 만들어졌을 것이다. 수행승이 핸드폰을 가지고 있어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핸드폰을 들고 다녀서는 안된다는 율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처럼 세세하게 규정된 것이 율장이다.
율장은 출가수행승이라면 반드시 보아야 하는 필독서와도 같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율장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심지어 니까야(경장)도 보지 않는데, 하물며 비나야(율장)까지 보는 수행승은 얼마나 될까?
오늘날 율장은 더 이상 금서가 아니다. 율사만 보는 것도 아니고 출가수행승만 보는 것도 아니다. 재가자도 율장을 볼 수 있다.
빠알리 율장은 한국빠알리성전협회(KPTS)에서 번역되어 나왔다. 최근에는 부기까지 합하여 통합본이 출간되었다. 대품, 소품, 비구계, 비구니계, 부기로 이루어진 것을 말한다. 누구나 사서 볼 수 있다.
출가수행자 중에 과연 율장대로 사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본다. 부처님 가르침 그대로 살고자 노력하는 테라와다불교에서는 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율장을 보는 스님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출가수행승들의 삶에 대하여 율장에는 세세하게 규정되어 있는데 이대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율장에 있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율장에는 수많은 금지조항과 예외조항이 있다. 이 모든 것을 다 지킬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청정한 삶을 사는 방법밖에 없다. 그것은 번뇌가 없는 삶이다.
번뇌가 없는 삶을 산다면 율장을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왜 그런가? 율장이 성립된 것은 번뇌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만일 번뇌가 일어난 것 모두에 대하여 율로 만든다면 무한대의 율장이 될 것이다. 그래서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청청한 삶을 살아야 하는데 이는 무소유로 완성된다.
법정스님은 무소유를 말했다. 이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다. 반드시 물질적 무소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된다. 설령 소유했다고 하더라도 최소로 소유하는 것, 필요한 것만 소유하는 것을 무소유로 보기도 한다. 또한 소유한 것을 나누는 것을 무소유로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무소유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진정한 무소유는 번뇌없는 삶이다. 이는 정신적 소유가 없는 삶을 의미한다. 물질적으로 아무리 적게 가졌어도 번뇌가 많다면 그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자가 된다.
진정한 무소유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청정한 삶이 요청된다. 대표적으로 탁발을 들 수 있다. 왜 탁발이 무소유의 삶인가? 그것은 빌어 먹기 때문이다. 조리된 것만을 얻어 먹었을 때 축적되지 않는다. 소유하지 않는 것이다.
출가수행승을 탁발승이라고도 한다. 탁발하지 않는 자를 출가수행승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가 탁발하여 생계를 유지하지 않는다면 그는 소유하고 있는 자라고 말할 수 있다.
소유하면 번뇌가 있게 된다. 물질적으로 소유하면 번뇌가 있게 된다. 물질을 많이 소유하면 할수록 번뇌도 클 것이다. 번뇌 없는 삶을 살려면 탁발에 의존해야 한다.
탁발하지 않으면 소유하지 않게 된다. 소유하지 않아서 번뇌가 없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무소유는 번뇌를 소유하지 않는 것이 된다. 왜 탁발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될 것이다.
오늘도 책을 뚝딱 책 한권 만들었다. 이런 것도 마일리지적립이 될 것이다. 감각적인 것이 아니고 축적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나는 매일매일 마일리지적립하고 있다.
“인색함을 반드시 이겨서
마음의 티끌을 극복하고 보시해야 하리.
이러한 공덕은 저 세상에서
뭇삶들에게 의지처가 되리.”(S1.32)
보시공덕에 대한 것이다. 보시를 하면 마일리지적립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보시공덕을 쌓으면 저 세상에 갔을 때 의지처가 된다고 했다. 그런데 보시공덕 보다 더 수승한 것은 지계공덕이라는 사실이다.
흔히 보시하고 지계하면 천상에 태어난다고 한다. 나누고 베풀고 도덕적인 삶을 살면 천상에 태어나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보시공덕 보다 쌓기 어려운 것이 지계공덕이라는 사실이다.
재가자의 지계는 오계에 대한 것이다. 출가자는 구족계가 될 것이다. 재가자의 지계에 대해서는 ‘벨라마의 경’(A9.20)을 보면 알 수 있다. 승원을 지어 보시하는 것보다, 삼보의 귀의하는 것보다 더 수승한 것은 오계를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출가자는 당연히 구족계를 지켜야 한다. 구족계를 지키면 무소유의 삶이 실현되기 때문에 번뇌가 없는 삶이 된다.
불교인이라면 공덕 마일리지적립을 해야 한다. 보시공덕, 지계공덕, 수행공덕에 대한 마일리지적립을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수행공덕 마일리지적립을 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위빠사나 수행공덕 마일리지를 적립해야 한다.
모든 마일리지공덕 중에서 최상이 있다. 그것은 무상에 대한 지각을 닦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단지 손가락 튕기는 순간이라도 무상에 대한 지각을 닦는다면, 그것이 더욱 커다란 과보를 가져올 것입니다.”(A9.20)라고 했다. 이것이 최상의 마일리지적립일 것이다.
2023-05-1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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