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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권 위빠사나수행기 I 2008-2019, 나는 언제나 수행을 잘 할 수 있을까?

담마다사 이병욱 2023. 5. 19. 11:54

95권 위빠사나수행기 I 2008-2019, 나는 언제나 수행을 잘 할 수 있을까?

 

 

글을 쓰다 보면 종종 듣는 말이 있다. 이제 글은 그만 쓰고 수행하라는 얘기이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블로거의 입장에서 글은 멈출 수가 없다. 그렇다고 글만 쓰지는 않는다. 당연히 글과 수행을 병행해야 한다.

 

수행을 해야 하겠다고 마음 먹었던 때가 있었다. 초기불교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되자 위빠사나 수행이 해 보고 싶었다. 마침 불교계 신문에 위빠사나 수행에 대한 기사가 떴다. 한국위빠사나선원을 소개한 기사이다.

 

수행은 나와 관련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불교 교리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수행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럼에도 수행이라는 것을 해 보고 싶었다. 마침내 큰 마음을 내서 한국위빠사나선원 문을 두드렸다. 강남구 학동 청호불교문화원 1층에 있었다. 그때가 200812월 말이다.

 

 

오늘 수행과 관련한 책을 만들었다. 블로그에 산발적으로 올려져 있는 수행관련 글을 모은 것에 목차 작업을 한 것이다. 책 제목을 ‘95권 위빠사나수행기 I 2008-2019’라고 붙였다. 통산 95번째 책으로 위빠사나수행기로서는 첫 번째 책이다. 기간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수행과 관련된 글모음이다. 목차는 39개에 달하고 231페이지분량이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나도 수행을 잘 할 수 있을까

2. 죽음의식 재생연결식 잠재의식

3. 수행의 나라 미얀마와 한국

4. 와선(臥禪), 자면서도 수행 할 수 있을까?

5. 즉문즉설같은 인터뷰시간

6. 9원소로 이루어진 깔라빠(kalapa)

7. 욕계, 색계, 무색계의 화생(化生) 이야기

8. 바왕가 찌따와 인식과정

9. 맨느낌 보다 매우 강렬한 의문인식

10. 짝쿠빨라와 맛타꾼달리이야기

11. 구생연(俱生緣), 왕이 가면 신하가 뒤 따르듯이

12.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 위하여

13. 니까야는 부처님의 명령

14. 어느 뇌과학자의 전도된 인식을 보고

15. 가평 설악의 아침

16. 고요함을 얻게 되었을 때

17. 호주 퍼스에서 온 수행자

18. 콘테이너 수련원 에서 3

19. 스승에 대한 믿음, 미붓아카데미 위빠사나수행

20. 종로오피스텔에서 위빠사나 수행

21. 왜 수행하느냐고 묻는다면

22. 비록 두 명에 지나지 않지만

22. 숭산스쿨 오진법사와 함께

23. 최상의 효도에 대하여

24. 미붓아카데미 위빠사나 회향

25. 인간은 수행의 동물

26. 경행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27. 행선하는 방법에 대하여

28. 성성하게 깨어 있어야 실재를

29. 미얀마 수행기와 순례기

30. 나는 왜 수행이 잘 안될까?

31. 왜 위빠사나 수행공덕이 가장 수승한가?

32. 분노의 독화살을 맞았을 때

33. 일석오조(一石五鳥) 테라와다식 오체투지

34. 최적의 조건을 갖춘 미얀마 위빠사나수행센터

35. 간지러움의 끝을 보고자 했으나

36. 역류도(逆流道), 눈물로 범벅된 고난의 길

37. 통증의 발생에서 소멸까지

38. 괴로움을 없애는 마법의 주문

39. 상쾌한 좌선

 

95권 위빠사나수행기 I 2008-2019_230519B.pdf
2.92MB

 

최초로 위빠사나 수행을 한 것은 2008년 말의 일이다. 큰 마음 먹고 한국위빠사나선원에 갔다. 지금은 한국명상원이라고 말한다. 묘원선생이 지도하는 곳이다. 이에 대하여 목차 1번 글에서 나도 수행을 잘 할 수 있을까 (2008-12-28)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겼다.

 

무엇이든지 처음 기억은 강렬하다. 처음으로 위빠사나 수행처에서 수행한 것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자 했다. 대강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해 본 것은 처음이다.

 

첫날 법문을 듣고 경행을 하고 좌선을 한 것에 대하여 기록을 남겼다. 좌선을 하면 빛을 본다든가 큰 체험을 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리가 저리고 아플 뿐이었다. 그래서 온갖 잡생각과 잡념만 떠 오를 뿐 마음 집중은 좀처럼 되지 않았고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2008-12-28)라고 첫날 느낌을 적어 놓았다.

 

무엇이든지 처음이 중요하다. 또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부터 잘 할 수 없다. 첫 숟가락에 배부르지 않는다. 꾸준히 해야 할 것이다.

 

한국명상원(구 위빠사나선원)에 거의 일년 다녔다. 200812월부터 200911월까지 다닌 것이다. 이는 법문교재 빠띳짜사뭅빠다의 진도와 관련 있다. 빠띳짜사뭅빠다는 마하시사야도의 십이연기 법문집이다.

 

빠띳짜사뭅빠다를 다 보았을 때 더 이상 한국명상원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다니던 도중에 장소이전이 있었고 선원명칭 또한 바뀌었다. 지금도 학동에 가면 한국명상원이 있다. 장소를 옮긴 이후 지금까지 15년동안 그 자리에 있다.

 

20091년동안 50차례 이상 위빠사나 수행을 했다. 수행은 법문을 듣고, 경행을 하고, 좌선을 하고, 수행점검하는 네 단계로 진행되었다.

 

수행은 매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세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인터뷰가 길어지면 10시 가까이 끝나기도 했다. 묘원선생은 있는 힘을 다해 온몸으로 지도하는 것 같았다. 이런 점이 50회 참여하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선원에서는 한시간법문에 한시간 행선, 한시간 좌선을 했다. 좌선 할 때 묘원선생은 호흡을 보라고 했다. 대체 호흡을 본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것은 사띠 확립에 대한 것이었다.

 

사띠가 확립되어야 법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호흡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다리가 아팠다. 앉아 있으면 20분도 지나지 않아 다리가 저렸다. 평좌한 오른쪽 다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이에 지도법사는 참고 견디라고 했다. 수행하다 죽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오히려 수행하다 죽으면 영광이라고 했다.

 

다리가 저린 것은 한번도 해 보지 않은 것을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매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번 했기 때문에 더욱더 자리가 저렸던 것 같다.

 

수행을 하면 수행점검이 따른다. 한국명상원에서도 수행점검 시간이 있었다. 그때 묘원법사는 개념을 말하지 말고 느낌을 말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물질과 정신에 대한 법, 구경법을 보라는 것이다.

 

한국명상원에서 50회 가량 위빠사나 수행을 했다. 그러나 한번도 수행 인터뷰를 해 본적이 없다. 다만 남들이 말한 것을 열심히 들었을 뿐이다. 체험이 없으니 질문할 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끈기로 일년 동안 다녔다. 수행은 지지부진했으나 교학적으로 아는 것은 많았다.

 

수행에 대한 열정은 있었다. 20091년동안 한국명상원 다닌 것은 수행의 씨앗을 심어놓기에 충분했다. 위빠사나 수행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인지는 알 수 있었다. 이는 위빠사나 명상 1세대들이 활약한 덕택이라 볼 수 있다.

 

묘원선생은 위빠사나 1세대라고 볼 수 있다. 90년대 미얀마로 건너가서 배워온 것이다. 이후 지금까지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묘원법사의 경우 7년동안 미얀마를 왕래했다고 한다.

 

한동안 수행을 놓고 있었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십일 집중수행코스라도 들어갔어야 했으나 생업이 있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니 그때 까지는 별다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저 글만 대량 생산해 냈다.

 

2015년이 되었다. 한국명상원에서 집중수행 공고가 떴다. 가평 설악에 있는 명상마을에서 집중수행이 있다고 했다. 마침 여름 휴가 기간에 있어서 참여했다. 8월 첫째 주는 국민휴가 기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자영업을 하는 사람도 시간 내는 데 부담이 없었다.

 

 

가평 설악에 있는 명상마을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여법한 수련원을 지을 목적으로 부지를 구입했으나 지지부진 했다. 다만 몇 동의 집만 건설된 상태였다. 그래서일까 콘테이너 박스에서 머물렀다.

 

국민휴가기간에 콘테이너 박스에서 3일 보냈다. 3일 집중 수행한 것이다. 최초의 집중수행이다. 수행점검은 황영채 선생이 해 주었다. 황영채 선생은 명상마을에서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목차 15가평 설악의 아침’(2015-08-07)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겼다.

 

수행에 대한 로망이 있다. 수행을 잘 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잘 하려고 하면 할수록 잘 안 되는 것이 수행이다. 왜 그런가? 수행은 욕망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잘 하려는 마음, 즉 욕망을 내려 놓아야 수행이 잘 된다. 이런 사실을 알기 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수행에 대한 로망은 미얀마를 가게 만들었다. 김진태 선생 인솔로 20191월에 보름 일정으로 미얀마 담마마마까 선원에 있었다. 에인다까 사야도로부터 지도를 받았다. 그러나 맛만 보았을 뿐이다. 이에 대한 수행기는 별도로 책으로 만들 것이다.

 

미얀마에서 수행한 여세를 유지하고자 했다. 2019년 에인다까 사야도가 직지사 백련암 혜송스님 초대로 한국에 한달 이상 있게 되었다. 그때 직지사에서 56일 위빠사나 집중수행을 했었다. 이에 관한 수행기도 별도로 책으로 만들 것이다.

 

현재 사무실에는 명상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사무실 반을 수행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카페트를 깔아 놓고 방석까지 가져다 놓았다. 틈만 나면 앉아 있으려고 한 것이다.

 

 

수행은 생활화 되어야 한다. 어느 날 생각날 때 앉아 있어서는 안된다. 수행은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매일 30분 이상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목적으로 명상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명상공간을 만들어 놓은 지 3년 되었다. 여전히 생활화가 되어 있지 않다. 어쩌다 생각나면 앉아 있는다.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바빠도 30분 이상 앉아 있어야 한다. 그래서 배운대로 해 보는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앉아 있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나는 언제나 수행을 잘 할 수 있을까?

 

 

2023-05-1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