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나는 몇 등급의 사람일까? 모닝에서 벤츠를 바라보았을 때

담마다사 이병욱 2023. 4. 11. 10:46

나는 몇 등급의 사람일까? 모닝에서 벤츠를 바라보았을 때

 

 

먼 길은 차를 가지고 간다. 전철과 지하철, 버스로 이동할 수 있으나 힘들고 피곤하다. 차를 가지고 가면 막히더라도 편안하다. 안락한 운전석에서 앉아서 가는 것이 피로가 휠씬 덜하다.

 

운전을 할 때 시야가 확보 되어야 한다. 앞이 툭 터져야 운전할 맛이 난다. 그런데 시야를 가리는 것들이 있다. 트럭이나 냉장차 등 화물차가 앞에 있으면 답답하다.

 

도로에서 화물차는 대체로 거칠다. 끼여들기, 과속 등 법규를 위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화물차를 보면 눈에 거슬리는 듯한 느낌이다.

 

도로에서는 어떤 차종이든지 평등하다. 화물차라고 하여 통행을 규제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도로에서는 외제차이든 트럭이든 어떤 차종이든지 달릴 수 있다. 도로에는 부자와 가난한 자가 극명하게 표출된다. 차종을 보면 알 수 있다.

 

 

경차를 몰고 다닌다. 배기량 999씨씨의 뉴모닝이다. 승용차 중에서 그레이드가 가장 낮은 것이다. 이것 보다 더 낮은 것은 없다. 그런데 경차를 타고 다니는 자의 앞에 화물차가 나타나면 거슬린다는 것이다. 시야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경차보다 그레이드가 훨씬 높은 차 앞에 화물차가 있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화물차 운전자들은 차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도로는 그들에게 있어서 삶의 현장과도 같다. 때로 과속하고 자주 차선을 바꾸는 것도 돈벌이와 관련이 있다. 그럼에도 차의 그레이드가 높은 차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몹시 거슬릴 것임에 틀림 없다. 마치 마치 흑인을 보는 것처럼, 못난 사람을 보는 것처럼, 가난한 자를 보는 것처럼, 장애인을 보는 것처럼 여길지 모른다. 도로에도 차별이 있는 것이다.

 

운전하다 보면 외제차를 자주 본다. 예전에 없던 현상이다. 오래 전에는 BMW나 벤츠 등 외제차를 보기 힘들었으나 이제는 어디를 가든지 보게 된다. 주차장에서도 볼 수 있고, 주택가에서도 볼 수 있다. 외제차를 타면 그레이드가 올라 가는 것일까?

 

운전 경력은 이십여년 된다. 90년대 말부터 운전을 했다. 한번도 새 차를 가져 본 적이 없다. 차를 사면 언제나 중고차였다. 이번이 세 번째이다. 한번도 중형차를 산 적이 없다.

 

처음 차를 샀을 때 악센트를 샀다. 중고차를 샀다. 아내 사촌의 소개로 산 것이다. 흰색 악센트는 배기량이 1500씨씨였다. 수명이 다 되어서 너덜거릴 때까지 탔다. 거의 십 년 탓 던 것 같다. 악센트는 수명이 다 되어서 폐차 했다.

 

악센트 다음으로 구입한 것은 리오이다. 역시 중고로 샀다. 배기량은 1300씨씨로 소형과 경차의 중간에 해당된다. 이전 보다 그레이드가 한단계 낮아졌다. 리오도 거의 십년 탔다. 역시 수명이 다 되어서 폐차했다. 아니 중고로도 팔 가치가 없어서 폐차한 것이다.

 

리오 다음으로 구입한 것은 현재 타고 있는 모닝이다. 모닝 역시 중고로 구입했다. 구입한지 오륙년 된다. 배기량은 999씨씨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차이다. 따라서 그레이드 가장 낮은 차로 분류되는 경차이다.

 

경차를 가진지 오륙년 되었다. 대체로 만족한다. 요즘 경차는 옛날 경차와 같지 않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와는 다르다. 차를 타면 예전의 소형차 정도의 공간이 되는 것 같다. 더구나 요즘 경차에는 갖가지 옵션이 갖추어져 있다.

 

경차에는 갖가지 전자제어 장치가 있다. 여기에다 에어백까지 있어서 작지만 단단한 차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차의 장점은 연료비가 싸게 먹힌다는 사실이다. 차의 무게 때문일 것이다. 그 결과 연비가 다른 차종보다 월등히 좋다.

 

경차의 최대 장점은 무엇일까? 차가 작기 때문에 연비가 좋고 주차하기가 쉽다. 그러나 이런 것은 기본이다. 경차의 최대 장점은 주차비와 톨게이트 비용이 반값이라는 시실이다. 물론 주차는 공영주차장에 한한다.

 

경차를 가진 것에 만족한다. 큰 차를 가지면 부담스럽지만 경차는 부담이 덜하다. 그래서 가능한 끌고 다닌다. 가까운 거리나 먼 거리나 차를 가지고 다니는 데 부담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주차비와 톨비가 반값이기 때문에 더욱 더 부담이 없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은 차는 모닝입니다.”라고 말한다.

 

나는 언제까지 경차를 타야 할까? 아마도 폐차될 때까지 타야 할 것 같다. 가장 염려 스러운 것이 있다. 그것은 차가 작기 때문에 무시당하는 사실이다. 차선을 변경하려 하면 뒤에서 빵빵하며 경고하는 것이다. 마치 어디 감히 조그마한 차가 끼어들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충분히 양보할 수 있음에도 빵빵하는 것이다.

 

경차를 운전하다 보면 외제차를 자주 보게 된다. 벤츠 마크를 붙인 차를 보았을 때 착잡한 느낌이 된다. “이 나이 먹도록 나는 무엇을 했을까?”라는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남들 다 하는 부동산 투기를 해서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겼다면 나도 벤츠를 몰고 다닐 수 있을지 모른다.

 

 

벤츠를 타고 다니는 사람의 심리는 어떤 것일까? 국산차도 있고 연비가 적게 나가는 차도 있을 텐데 굳이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을 과시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이 있다. 그것은 성공의 이미지와 관련이 있다.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 성공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외제차의 차 값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사회에서는 성공에 대한 척도가 있다. 그것은 경제력으로 본다.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로 중산층을 가르는 것처럼 외제차를 가지면 부자로 보고 또한 성공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자신의 차가 벤츠라면 영광스런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왜 그런가? 움직이는 자신의 홍보물이기 때문이다. 이는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모습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마치 박사학위 소지자가 자신의 이마에 박사라고 써서 붙이고 다니는 것과 같다.

 

벤츠를 차로 가진 사람은 어디를 가든 벤츠를 몰고 다닌다. 어디에 있든 벤츠와 함께 있는 것이다. 이런 것 자체가 신분의 과시가 된다. “나 벤츠 타고 다니는 사람이야라든가. “나는 부자야라든가, “나는 성공한 사람이야라고 자신을 과시하는 것 같다.

 

경차를 가지고 다니면 경차는 항상 나와 함께 한다. 어느 곳에 가든지 경차와 함께 한다. 그러다 보니 저 사람은 경차 타는 사람이야라고 인식이 굳어질 것이다. 더 나아가 저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야라든가, “저 사람은 경차 탈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벤츠와 모닝, 차의 급에 있어서 극과 극이다. 운전 중에 벤츠를 보면, 벤츠임을 나타내는 삼각 방향에 원형 테두리가 있는 벤츠 마크가 크게 다가 온다. 가까이 가면 안될 것 같다. 접촉사고라도 나면 큰 일 난다. 모닝 차 값에 해당되는 수리비를 지불해야 될 지 모른다. 그래서 가능하면 외제차가 있으면 거리를 두거나 피해 간다.

 

상품에는 등급이 있다. 한우에도 등급이 있고 쌀에도 등급이 있다. 당연히 차에도 등급이 있다. 배기량에 따라 등급이 갈린다. 외제차를 타면 당연히 등급이 올라 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벤츠를 타면 그 사람의 그레이드도 올라 가는 것일까?

 

 

유튜브에서 김창옥의 강연을 들었다. 김창옥은 방청객과 대화를 했다. 김창옥은어느 방청객에서 가장 갖고 싶은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중년의 여인은 명품 가방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여인은 왜 명품가방을 갖고 싶다고 했을까? 아마도 그것은 명품가방과 자신을 동일시 하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면 자신도 명품이 되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남자에게 로망은 무엇일까? 여자가 명품 핸드백을 가지고 다니고자 한다면 남자는 외제차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왜 그럴까?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외제차를 타면 외제차와 자신을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명품 핸드백을 가지면 자신도 명품이 되는 것처럼, 외제차를 갖고 있으면 자신도 명품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기 때문일 것이다.

 

육십평생을 살면서 아직까지 한번도 새 차를 가져 본 적이 없다. 세 번 차를 샀지만 모두 중고차를 샀다. 그것도 앞에 두 차는 폐차 할 때까지 탔다. 더구나 중고차를 살 때 마다 차종의 그레이드는 낮아졌다. 처음에는 1500씨씨를 탔고, 두 번째는 1300씨씨를 탔고, 세 번째는 999까지 내려 왔다. 그렇다고 나의 그레이드도 낮아 진 것일까?

 

물질적 소유로 본다면 나는 급이 낮은 사람이다. 재산으로 본다면 중산층이 아니다. 특히 차를 기준으로 한다면 급이 가장 낮은 사람이다.

 

은행에서는 재산으로 등급을 나눈다. 결혼정보회사에서도 사람을 등급화 한다. 그런데 차종으로 사람을 나눌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벤츠를 타고 다니면 상등급이 되고 모닝을 타고 다니면 하등급이 되는 것이다. 이는 물질적 구분방법이다.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면 자존이 없는 세상이 되기 쉽다. 등급에 들기 위해서 애를 써야 하는 자존심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소유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물질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면 자존이 없는 삶이 되기 쉽다왜 그런가세상에는 나보다 돈이 많은 자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지금 10억 가진자가 20억 가진자를 생각한다면 자존심이 낮아질 것이다이 세상에 최고로 부자 한사람 빼고 모두 자존심이 낮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그러나 삶의 방향을 화폐에서 가치로 바꾸면 자존(自尊)의 삶을 살 수 있다비록 가진 것이 별로 없어도 베풀고 나누는 삶을 산다면 자존 있는 삶이 된다.

 

 

장자여향유의 행복이란 무엇인가장자여세상의 고귀한 가문의 아들은 근면한 노력으로 얻고완력으로 모으고이마의 땀으로 벌어들인 정당한 원리로 얻어진 재물을 향유하며 공덕을 베푼다그는 이와 같이 ‘나는 근면한 노력으로 얻고완력으로 모으고이마의 땀으로 벌어들인 정당한 원리로 얻어진 재물을 향유하며 공덕을 베푼다.’라고 생각하며 행복을 얻고 기쁨을 얻는다장자여이것을 향유의 행복이라 한다.” (A4.62)

 

 

많이 소유한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탐욕을 줄였을 때 만족한 삶을 산다더 좋은 것은 베풀고 나누는 삶이다적게 소유한 자도 베풀고 나누는 삶을 살았을 때 이를 ‘향유의 행복이라고 했다이는 다름아닌 소유의 행복이다.

 

베풀고 나누는 삶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삶이다이것이 자리이타행으로 최상의 삶이다그러나 무엇보다 자존의 삶이 된다나는 소유의 행복과 향유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가?

 

명품핸드백을 들고 다닌다고 하여 명품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벤츠를 타고 다닌다고 하여 벤츠급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질적 부로 차별화를 시도하려 한다면 이 세상은 불만으로 가득한 세상이 될 것이다. 이 세상에서 최고로 부자인 한사람을 제외 하고 모두 자존심이 낮은 사람이 된다.

 

물질적 부가 그 사람의 급을 결정할 수 없다. 물질적 부로 그레이드를 나누려 한다면 자존심이 낮은 사회가 된다. 비교에 의해서 그 사람을 평가 했을 때 자존심이 낮은 자는 항상 불행하다. 이럴 때는 자존심으로 살 것이 아니라 자존으로 살아야 한다.

 

자존의 삶을 살려면 시선을 내부로 돌려야 한다. 그래서 정신적 능력을 계발해야 한다. 디가니까야 견고한 믿음의 경에 따르면 양면으로 해탈한 자, 지혜로 해탈한 자, 몸으로 깨우친 님, 견해를 성취한 님, 믿음으로 해탈한 님, 진리의 행자, 믿음의 행자”(D28.10)가 있다. 정신적 능력을 7단계로 구분한 것이다. 나는 어느 단계에 있을까?

 

사람들은 물질적 급수를 올리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비교로 인하여 자존심으로 산다면 불행한 삶을 살기 쉽다. 정신적 급수를 올려야 한다. 마음을 내부로 돌려 자존의 삶을 사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는 자존심의 삶을 살 것인가, 자리이타의 자존의 삶을 살 것인가?

 

 

2023-04-1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