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지역 특산품을 팔아 주었다는 충만감으로

담마다사 이병욱 2023. 4. 23. 07:46

지역 특산품을 팔아 주었다는 충만감으로


귀가길 마음이 뿌듯했다. 배낭에는 먹거리가 잔뜩 있다. 손에도 먹거리가 들려 있다. 얻은 것도 있고 산 것도 있다.

어제 천장사 방생법회에 다녀왔다. 부여 금강에서 열렸다. 방생이 끝난 후에 세도 유채꽃 축제와 방울토마토 축제(4.21-4.23)에 갔다. 이어서 성주사지 참배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먹거리가 생겼다.

 


방생이 끝나면 음식을 나누어 갖는다. 떡과 과일이 주 대상이 된다. 방생에서는 쌀도 있었고 미역도 있었다. 마침 배낭을 가지고 갔었기 때문에 쌀과 미역을 챙길 수 있었다.

방생이 끝나자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은 황산대교 건너편 강경읍에서 먹었다. 전세버스 운전기사 추천을 받아 간 곳이다.

 

 


우리나라 여러 곳을 가 보았다. 그러나 가보지 않은 곳이 압도적으로 많다. 강경도 그런 곳중의 하나이다.

강경은 젖갈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도시 전체가 젖갈과 관련된 것이다. 가게에서는 거의 대부분 젖갈을 판매한다. 점심식사를 한 곳에서도 젖갈을 팔았다.

 


식당에서는 낙지젖갈 등 젖갈 4종세트를 제공했다. 절에서 준비해 온 나물 등 음식이 있었지만 젖갈에 손이 갔다. 젖갈 하나만 있어도 밥 한공기를 뚝딱할 정도로 식욕이 당겼다.

 


지역에 가면 지역특산품이 있다. 그 지역이 아니면 살 수 없는 것들이다. 젖갈 맛을 보자 구매욕구가 자극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팔아 주고 싶었다. 지역특산품을 사주고 싶은 마음이 강렬히 난 것이다.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 천원 때문에 점심 메뉴를 포기할 정도이다. 그러나 특산품은 아끼지 않는다.

해남으로 귀농한 친구가 있다. 6년전부터 해남 특산품인 밤호박과 꿀고구마를 홍보해 주고 았다. 이후 특산품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농산물을 직거래 하면 여러가지 이점이 있다. 가장 먼저 농촌살리기가 된다. 귀농한자에게 자립의 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다. 생산자는 중간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좋다. 소비자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판매하는 제철 음식을 접해서 좋다. 서로서로 좋은 것이다.  

두 종류의 젖갈을 팔아 주었다. 점심 때 낙지젖갈을 맛있게 먹었기 때문에 낙지젖갈 500그램을 샀다. 가격은 만5천원이다. 또 하나는 새우젖갈이다.

 


새우젖은 계절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오월에 담그면 오젖이고, 유월에 담그면 육젖이고, 가을에 담그면 추젖이고, 겨울에 담그면 동백하젖으로 불리운다. 김장김치에는 육젖이 가장 좋고 반찬으로는 오젖과 추젖이 좋다고 한다.  

 


새우젖은 귀한 식재료이다. 조미료가 되기도 하고 반찬이 되기도 한다. 특히 새우젖은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 돼지고기 편육을 먹을 때 느끼함을 상쇄시켜 주기 때문이다. 새우젖은 계란찜을 만들 때도 들어가고, 콩나물국을 끓일 때도 사용된다. 이런 사실을 알기에 구매하고자 했다.

 


새우젖에도 등급이 있다. 새우 형태가 분명하고 굵고 통통하고 또한 분홍색을 띠는 것이 상품이다. 그래서일까 매장에는 등급별로 가격이 다르다. 두 번째 등급에 해당 되는 것을 1키로에 3만원주고 샀다.

여행지에서 밥만 먹고 갈 수 없다. 새우젖갈 구매로 45천원 썼다. 어쩌면 의무적으로 산 것인지 모른다. 특산품을 팔아 주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 때문에 샀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사지 않았다. 일부만 구매했다.

 


사찰순례를 다니다 보면 절 입구에서 나물 등 먹거리를 파는 노점을 볼 수 있다. 순례단이 대규모이면 일시적으로 장이 서기도 한다. 이런 때 팔아주는 사람들이 있다.

사찰순례 다닌지 오래 되었다. 처음에는 길거리에서 파는 것을 일체 사지 않았다. 일종의 불량식품 정도로 생각했다. 마트에서 파는 것만이 좋은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어느 때인가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해남으로 귀농한 친구의 특산품을 접하고 나서부터 그랬다.

요즘에는 사찰순례나 여행을 가면  지역특산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한다. 작년 강원도 고성에 갔을 때는 고성특산품 시래기를 샀다. 강경에 왔으니 강경 특산품인 젖갈을 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젖갈 1.5키로 무게가 묵직했다. 돈은 아깝지 않았다. 팔아 주었다는 마음으로 충만했다. 이어서 토마토축제 현장에서도 팔아 주었다. 방을 토마토 한박스를 만5천원에 산 것이다. 대형마트에서는 25천원가량 될 것이다. 역시 사고나니 묵직했다.

농산물이나 특산품은 사는 것이 아니다. 팔아 주는 것이다. 가격불문하고 팔아 주는 것이다. 특히 직거래 하면 생산자와 소비자는 서로 이득이 된다. 농산물이나 특산품을 팔아주면 지역경제가 활성화 된다.

 


방생을 마치고 귀가 했을 때 뿌듯했다. 배낭에는 새우젖 등 먹거리로 가득했다. 한손에는 방울토마토박스 무게가 느껴 졌다. 근사한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것과 비교되지 않는다. 마치 착한 일한 기분이 되었다. 지역 특산품을 팔아 주었다는 충만감이다.


2023-04-2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