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차(茶)명상은 어떻게 하는가? 서울대 관악수목원 개방의 날에

담마다사 이병욱 2023. 4. 16. 02:19

차(茶)명상은 어떻게 하는가? 서울대 관악수목원 개방의 날에

 


서울대 관악수목원이 개방되었다. 4월 15일부터  5월 7일까지 3주동안 한시적으로 개방된다. 작년에 딱 하루만 개방한 것에 비하면 획기적 조치라 아니할 수 없다.

 

 


관악수목원은 금단의 영역이었다. 언젠가부터 들어 갈 수 없었다. 그러나 나올 수는 있다. 하산하는 등산객에게는 문을 열어 준 것이다.

서울대 수목원은 안양예술공원 끝자락에 있다. 그곳에서부터 수목원은 시작되는데 2키로 가까이 된다. 그러나 이제까지 일년 365일 닫혀 있었다.

 


수목원은 비밀의 정원이나 다름없다. 들어갈 수 없는 금단의 영역에는 갖가지 수목이 있다. 그 중에 가장 눈에 띈 것은 수양벚꽃이다. 이를 수목원에서는 '처진올벚나무’라고 했다.

 

수양벚꽃은 수목원에서만 볼 수 있다. 산중에 있어서 도심보다 일주일가량 늦게 개화한다. 재작년(21년)에 포스팅한 것을 보니 4월 8일이었다. 올해도 볼 수 있을까? 4월 15일이기 때문에 다 졌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이제 절정을 맞이한 수양벚꽃도 있었던 것이다!

 


오늘 개장 오픈 행사가 있었다. 안양시장 최대호 시장도 봤다. 최시장은 작년 지방선거에서 살아 남았다. 민주당에서 몇 안되는 사람이다. 한번 명함을 주고 받은 적이 있어서 아는 체 했다.

개방일 날에는 체험 부스도 있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차명상 부스이다. 자리에 앉자 차명상 체험이 시작되었다.

 


차명상은 산림치유지도사가 진행했다. 다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위빠사나 수행에 대한 것이다. 차 마시는 것도 명상이 됨을 알았다.

차명상 지도사는 알아차림을 강조했다. 알아차림은 익숙한 말이다. 마음챙김이라 하지 않고 알아차림이라 한 것이 신선하다. 대부분 위빠사나 명상에서 사띠하는 것에 대해서 마음챙김이라 하기 때문이다.

차 마실 때 알아차림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지도사는 먼저 "차명상하는 것은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입니다."라고 말했다.

나와 차는 어떻게 만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 지도사는 네 단계로 설명했다.

첫째, 차를 찻잔에 따를 때 소리를 알아차림한다.
둘째, 차를 코로 냄새를 맡을 때 향기를 알아차림한다.
셋째, 차를 입에 물고 있을 때 맛을 알아차림한다.
넷째, 차를 목구멍으로 넘길 때 감촉을 알아차림한다.

흔히 차를 마신다고 말한다. 그러나 차명상에서는 차를 알아차림한다고 말한다. 차는 마시는 대상이 아니라 알아차림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차는 마셔야 한다. 마시긴 마시되 오감으로 마셔야 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향기를 맡고, 혀로 맛을 보고, 목구멍으로 감촉을 느껴야 한다. 차명상이 되려면 이 모든 과정을 알아차려야 한다.

매일 커피와 차를 마시고 있다. 하루일과가 시작되는 오전에는 커피를 마시고, 점심 시간 이후에는 홍차를 마신다. 나에게 커피와 차는 마신다기 보다는 넘긴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왜 그런가? 아무 생각없이 마시기 때문이다.

커피와 차를 단지 넘기는 것에 그친다면 먹는다고 보아야 한다. 커피와 차를 마시는 것이 되려면 음미하며 마셔야 한다. 오감으로 음미하며 마시는 것이다. 커피와 차를 마시는 것이 명상이 되려면 알아차림하며 마시는 것이다.

흔히 와인을 마실 때 오감으로 마시라고 말한다. 값비싼 와인을 소주 마시듯 꺽는다면 먹는 것이 된다. 마찬가지로 값비싼 차를 물 마시듯이 먹을 수 없다.

오감으로 마시는 와인과 차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와인은 즐기기 위해서 마시는 것이고 차는 알아차림하기 위해서 마신다. 와인은 취하기 위해서 마시고 차는 수행을 위해서 마신다.

와인은 마시면 마실수록 취한다. 반면에 차는 마시면 마실수록 정신이 명료해진다. 똑같이 오감으로 마시지만 결과는 극과 극이다. 즐기며 마시면 악덕이 되고, 알아차림하며 마시면 공덕이 된다.

“윤회속에서 유전하는 어리석은 자는
인도해줄 자가 없는 것처럼
어떤 때는 공덕을 짓고
어떤 때는 악덕을 짓는다.”(Vism.17.119)

스승이 없는 자는 눈먼 봉사와 같다. 때로 평탄한 길로 가기도 하고 때로 울퉁불퉁한 길을 가기도 한다. 그러나 스승이 있는 자는 눈이 있는 자와 같아서 평탄한 길을 가게 된다. 차 마시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직까지 차에 대해서 배워 본적이 없다. 다도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아무생각없이 먹었다. 그런데 오늘 서울대 관악수목원 개방하는 날에 차를 배웠다. 산림치유지도사로부터 차명상을 배운 것이다.

 


찻잔에 차를 따르는 소리를 알아차림하고, 찻잔을 들어 코로 향기를 알아차림하고, 차를 입에 넣어서 혀로 맛을 알아차림하고, 마지막으로 차를 목구멍으로 넘겼을 때 감촉을 알아차림해야 한다. 이것이 차명상이다.

 


차명상을 하면 생각을 쉬게 된다. 차의 각성 효과로 인해서 심신이 이완 되어서 편안한 상태가 된다.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이다. 번뇌와 망상에서 자유롭게 된다. 오늘 수목원 개방하는 날에 큰 것 하나 배웠다.

2023-04-1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