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당근마켓에서 구입한 소형냉장고

담마다사 이병욱 2023. 4. 25. 16:20

당근마켓에서 구입한 소형냉장고
 
 
긍정적인 답을 할 때 “당근이지”라고 말한다. 왜 당근이라고 했을까?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검색해 보니 “당연함의 근본이지”의 준말이다.
 
당근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는 은어였다. 이제 폭넓게 사용되어서 속어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 보통어 단계는 아니다. 그렇다면 당근이라는 말과 당근마켓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지역 안에 인터넷 재활용 사이트가 여러 개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당근마켓이다. 스마트폰에는 앱도 있어서 깔아 놓으면 직거래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당근마켓이라고 했을까?
 
요즘 키워드 검색만 하면 왠만한 것은 대부분 찾아 낼 수 있다. 당근마켓의 어원은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뜻이다. 살고 있는 지역 안에서 직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속어 “당근이지”는 채소 당근과 관계 없는 말이다. 지역내 재활용 사이트인 ‘당근마켓’에서 당근은 역시 채소 당근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말이다. 말을 줄여서 하다 보니 그렇게 부른 것이다.
 

 
오늘 당근마켓에서 소형냉장고를 하나 샀다. 용량은 46리터이고 사이즈는 440X450X470mm 이다. 거의 정사각형에 가깝다. 가격은 5만원이다.
 
사무실에 냉장고가 있을 필요성을 느꼈다. 그것은 점심식사와 관련이 있다. 주문은 갈수록 줄어 들어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 임대료와 관리비는 고정인 상태에서 수입이 줄다 보니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한다. 점심값을 줄이기로 했다.
 
요즘 점심값은 제대로 먹는다면 8천원 이상이다. 대게 6천원이나 6천5백원 하는 한식부페를 이용한다. 그 마저 여의치 않으면 집에 가서 먹는다. 일인사업자에게는 이동의 자유, 자유 근무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두번은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고자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김치 등 신선 식품을 담아 놓을 수 있는 냉장고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당근마켓을 검색하게 되었다.
 
당근마켓에는 없는 것이 없다. 삶에 필요한 것들은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내도 당근마켓에서 사고 팔고, 아들도 사고 판다. 나도 전에 산 적이 있다. 박완서 작가의 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당근마켓에서 산 바 있다.
 
소형냉장고 46리터짜리는 사무실에 놓고 쓰기에 적당하다. 가격도 5만원으로 살만하다. 당근마켓에서 통화는 하지 않는다. 오로지 채팅으로만 대화한다. 군포로 차를 몰았다. 주소지에서 마치 접선하듯이 만나 물건을 건네 받았다.
 

 
소형냉장고는 차에 들어 갔다. 차가 경차로서 사이즈가 아주 작지만 정사각형 모양의 냉장고가 들어가기에 충분했다. 다만 무게가 꽤 나가서 혼자 들기에 무거웠다. 그러나 들만 했다.
 
무엇이든지 소유하면 즐거움이 따르는 것 같다. 물건을 싣고 차로 이동 중에 마음이 뿌듯했다. 사무실에 입주한지 16년만에 처음으로 냉장고를 구입한 것이다.
 

 
냉장고를 어디에 놓아야 할까? 사무실 입주 16년 동안 살림은 꾸준히 늘었다. 책장은 이제 다섯 개가 되었다. 그래도 부족하다. 하나 더 사야 할 것 같다.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식물이다. 식물키우기를 취미로 하다 보니 화분이 30개 가까이 된다.
 
냉장고 놓을 위치를 발견했다. 그것은 차기가 있는 탁자에 놓으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차기를 치워야 한다. 차기를 회의용 탁자 한켠에 몰아 두었다.
 

 
냉장고는 책상 바로 옆에 있다. 앞으로 음료수 등 신선한 상태를 요하는 것들을 넣어 놓고자 한다. 김치 등을 준비해서 점심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점심을 먹을 때 뜨거운 국물도 있어야 한다. 마침 집에 라면 끊여 먹는 전기포트가 있었다. 아내 말에 따르면 아들 주려고 사 놓았는데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라면포트가 이제 시절인연을 만난 것 같다. 마트에서 조리된 냉장식품, 예를 들어 갈비탕 같은 것을 사가지고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라면포트에 데워 먹으면 좋을 것 같다. 물론 밥은 아침에 싸 와야 한다.
 
왠만한 것은 재활용한다. 사무실 입주이래 재활용한 것이 많다. 이사 갈 때 놓고 간 것을 가져 오는 경우가 많다. 탁자도 그랬고 책장도 그랬다. 대형화분도 몇 개 된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로비에 가면 종종 사무용 기기를 발견한다. 이사 갈 때 놓고 간 것이다. 누구든지 가져가라고 내 놓은 것이다. 며칠 전에 컴퓨터 탁자를 발견했다. 마침 탁자가 필요했는데 딱 걸렸다.
 

 
프린터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서랍에 올려 놓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마침 컴퓨터 탁자가 생겨서 그 위에 올려 놓으니 제자리를 찾아 간 것 같다.
 
냉장고가 들어 옴에 따라 구조가 약간 바뀌었다. 작은 변화이지만 정리를 해 놓고 보니 새로운 기분이 든다.

사무실은 일년 삼백육십오일 거의 매일 살다시피 하는 곳이다. 또한 하루 일과 대부분을 보내는 곳이다. 잘 꾸며 놓고 살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새것을 찾는다. 집도 새집으로 가고 자동차도 새 차를 산다. 가구나 가전제품도 새것으로 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자원낭비일 수 있다. 중고제품도 물건이다. 잘만 활용하면 새것 못지 않다.
 

 
이제까지 새 차를 사본적이 없다. 운전경력이 삼십년가까이 되는데 중고차만 샀다. 그것도 소형이나 경차이다. 지금은 중고 경차를 타고 다닌다.

사무실 냉장고를 새 것으로 살 수도 있었다. 생각보다 비싸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근마켓에서 중고제품을 사고자 한 것은 싼 맛에 산 것이고 또한 재활용에 동참하기 위해서 산 것이다.
 
새 물건든 중고물건이든 누구에겐가는 필요한 것이다. 중고라도 인연이 되면 내것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원의 재활용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가 미덕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미덕은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는 것 아닐까?
 
 
2023-04-2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