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니까야모임

정혜사에서 연등교체작업을 했는데

담마다사 이병욱 2023. 5. 1. 06:47

정혜사에서 연등교체작업을 했는데



불자들은 부처님오신날에 등을 단다. 자신과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소원등을 단다. 이와 같이 등을 다는 것은 부처님 당시에도 있었던 것 같다.
 
 
먹을 것을 베풀어 힘을 주고
옷을 베풀어 아름다움을 주고
탈 것을 베풀어 안락을 주고
등불을 베풀어 밝은 눈을 주네.”(S1.42)
 

 
부처님은 보시에 대하여 먹을 것, 옷, 탈 것, 등불로 설명했다. 흔히 사대필수품이라 하여 먹을 것, 입을 것, 와좌구, 필수약품을 보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게송을 보면 탈 것도 있고 등불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처님 당시에는 등불도 보시했던 것 같다. 밤에 어두울 때 기름 등불을 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했을 때 캄캄한 어둠에서 잘 보일 것이다. 마치 대낮에 눈을 갖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래서 “등불을 베풀어 밝은 눈을 주네.”(S1.42)라고 한 것이다.
 
등불보시는 오늘날 연등 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절에 연등을 달면 불을 밝히게 되는데 이는 도량의 불을 밝히는 것도 되고 부처님의 가르침의 등을 켜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어지는 게송을 보면 “살집을 베푸는 자는 모든 것을 주는 자이지만, 가르침을 베푸는 사람이야말로 불사의 삶을 주는 자이네.”(S1.42)라고 했다.

2023
년 4월 30일 일요일 오전 정혜사에 갔다. 인덕원에서 김우헌 선생을 카풀했다. 팔당역에서는 홍광순 선생과 방기연 선생을 카풀 했다. 정혜사에 도착하니 전재성 선생과 홍석화 선생이 벌써 9시 이전에 도착해 있었다. 김경예 선생은 조금 늦게 도착했다. 오늘은 정혜사 연등교체작업하는 날이다.

 


정혜사는 남양주 조안면에 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아래 지점에 있다. 또한 정혜사는 다산 정약용 생가가 있는 다산공원 가까이 있다. 이와 같은 지역은 대한민국 최고의 풍광을 자랑한다. 어느 정도일까? 어떤 외국인은 스위스에 있는 호수 못지 않다고 했다.

 


연등교체작업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그제 금요니까야모임 시간에 장계영 선생이 제안했다.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앞두고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도현스님을 도와 주자고 한 것이다. 그날 도현스님은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나오는데 결석할 정도로 절 일이 바빴던 것 같다.

가족등은 달아 봤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한 등은 달아 본적은 없다. 가족등은 이 절 저 절에 달아 봤지만 도량을 장엄하고 신도들을 위한 연등교체작업을 해 본적이 없다.

연등교체하기 제안을 받았을 때 꽤 어렵고 까다로운 작업일 것으로 생각했다. 절 마당은 물론 도로에도 달아야 한다. 사다리를 이용한 고공작업이기 때문에 위험한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럴 때는 힘 좀 쓰는 사람이 필요했다.

금요니까야모임 카톡방에 공지했다. 공덕 짓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그것도 절 일이다. 등을 다는 것도 공덕이지만 등을 설치하는 공덕과는 비교 되지 않을 것이다. 이에 김우헌 선생에게 SOS를 쳤다.

김우헌 선생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들어 준다. 이번 한번뿐만은 아니다. 이전에도 여러번 그랬다. 작년 이맘때 전재성 선생 식사모임 때도 흔쾌히 참석했다. 작년 여름 재가불교단체 연합수련회 때도 흔쾌히 참여했다. 김우헌 선생은 거절하는 법이 없다. 김우헌 선생은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오전 9시 도착하자 마자 작업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도로에 연등을 달았다. 먼저 이전에 단 연등을 제거 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새 연등으로 교체작업한 것이다.

 


연등은 컬러풀하다. 빨강연등, 파랑연등, 분홍연등, 노랑연등, 초록연등이다. 같은 색깔의 연등을 연이어 달면 안된다. 섞어 달아야 한다. 두 팔 너비로 두 번 되는 지점에 달았다.

 
도로에 연등 다는 작업은 까다롭고 힘들고 어려웠다. 먼저 낡은 줄과 낡은 연등을 제거 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새 줄을 기존 전구 줄과 함께 붙들어 매어야 한다. 그 다음에 새 연등을 다는데 전구를 안으로 집어 넣어 고정해야 한다.

 


옛날 경춘가도에서 작업했다. 구불구불한 길이 특징이다. 요즘은 고속도로와 같은 국도와 고속도로가 개통되어서 낭만길이 된 것 같다.

낭만길은 일요일 휴일을 맞이 하여 차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신록의 화창한 봄날에 오토바이를 탄 무리들도 있었다. 왕복 2차선 비좁은 도로에서 사다리를 이용해서 다소 위험한 작업을 했다.

도로연등 교체와 설치작업이 끝났다. 다음으로 도량을 장엄할 연등설치 작업을 했다. 마당을 장엄한 연등은 컬러를 세 개 단위로 했다. 도로에 단 것과 방식을 달리했다. 같은 색깔의 연등 세 개를 연이어 단 것이다.

 


마당은 여러 가닥의 연등줄로 장엄되었다. 다음으로 건물을 장엄해야 한다. 마치 펜션처럼 보이는 세 동의 건물에 연등으로 두르는 것이다. 먼저 낡은 줄을 버리고 새 줄로 교체 했다. 또한 낡은 연등을 떼 버리고 새것으로 교체 했다.

 


절에서 부처님오신날은 가장 큰 행사이다. 절에서는 이 날을 맞이하여 새단장을 해야 한다. 이에 연등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울긋불긋 연등을 달면 잔치날 같기도 하고 축제일 같기도 하다. 이런 때 낡은 연등이 달려 있으면 폐가처럼 보일 것이다.  

 
절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연등을 교체하지 않을 수 없다. 비바람에 파손된 낡은 연등으로 신도들을 맞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한달 전부터 연등 교체 작업을 해야 한다.

 


기존 연등은 몹시 낡아 보였다. 몇 년 된 것 같았다. 도현스님에 따르면 놀랍게도 일년도 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왜 이렇게 수명이 짧은 것일까? 그것은 비바람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연등은 두세달만 지나도 낡은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6개월에 한번 연등을 교체한다는 것이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절에서 연등교체 작업이 매우 큰 일임을 알 수 있다.

연등교체작업을 하다보니 오전이 훌쩍 지나갔다.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었다. 고된 노동 끝에 먹는 점심은 꿀맛이다. 갖가지 나물과 신선한 야채, 그리고 상추와 같은 제철 음식이 제공되었다.

 


점심공양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재성 선생과 함께 온 홍석화 선생이 말을 건넸다. 홍석화 선생은 전재성 선생의 대학 선배이다. 이번 자타카 출간 때 꼼꼼한 교정을 보기도 했다. 수염을 기른 모습이 도인을 연상케 한다. 석지현 스님과 비슷한 인상이다.

 


홍선생은 글을 잘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자 당황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다. 홀로 수행하는 수행자이자 공부를 많이 한 도인 같은 분에게 의외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부끄럽습니다."라고 말 했다.

나에게도 펜이 있었던가? 내 글을 읽으면 펜이 되는 것일까? 분명한 사실은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감 표현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요즘 정보통신과 인터넷 시대이다. 네트워크만 깔려 있으면 산간이나 벽지를 막론하고 접속할 수 있다. 외국에서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때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려 놓으면 누군가 볼 것이다. 그런 사람 중에 홍석화 선생도 있었던 것이다!

점심공양이 끝나고 마무리 작업했다. 산신각을 노랑연등으로 장엄하는 작업을 했다.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을 때 방기연 선생의 일정이 급했다. 오후 3시에 종로에서 상담이 있다고 했다. 이에 제기역까지 카풀해 주었다.

 


이제까지 절 일을 해 본적이 없다. 절에 가면 가족등 하나 다는 것이 큰 공덕 짓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연등교체작업을 해 보니 절 일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잡초제거도 큰 일 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스님들은 틈만 있으면 풀을 뽑는 것 같다.

도현스님과 인연 맺은지 만 6년 되었다. 스님은 2017년 2월에 금요니까야모임이 처음 시작된 이래 거의 빠짐없이 참석해 왔다. 그런 스님은 한국빠알리성전협회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도현스님은 부처님오신날 철이 되면 가장 바쁜 것 같다. 이런 때 금요니까야모임 멤버들이 도움을 주었다. 아니 공덕을 쌓았다.

 


정혜사가 새단장 되었다. 도량을 새연등으로 장엄하니 새옷을 입은 것 같다. 이제 신록이 막 시작되는 연두빛 세상에 도량과 도로에는 울긋불긋 연등이 선명하다. 밤이 되면 밤새도록 불을 밝힐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이 머지 않았다.



2023-04-3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