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니까야모임

스님으로부터 받은 카네이션

담마다사 이병욱 2023. 5. 15. 07:27

스님으로부터 받은 카네이션


카네이션을 받았다. 놀랍게도 스님에게서 받았다. 5 12일 금요니까야모임에서 도현스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5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이날을 맞이하여 금요니까야모임에서는 앞당겨서 행사를 하기로 했다. 5월 첫번째 금요모임날인 512일에 행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행사는 사전에 공지되었다. 카톡방에 간단한 선물이라도 준비하자고 했다. 사람들이 전재성 선생에게 어떤 선물을 할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 장계영 선생은 케이크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나는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 할까? 케이크가 있으면 빵과 음료와 과일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또한 종이컵과 종이쟁반도 필요로 했다. 일회용 포크도 필요했다.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출발했다.

모임에 늦었다. 6 40분에 도착했으니 평소보다 늦은 것이다. 사람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곧바로 음식준비가 시작되었다.

달콤한 케이크와 빵과 음료와 과일이 준비되었다. 도현스님이 스승의 날 노래를 부르자고 제안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참석자 모두 노래를 합창했다. 성악을 전공한 도현스님의 목소리는 맑고 청아했다.

 


두 개의 화분이 있었다. 도현스님이 준비한 것이다. 하나는 도자기 화분에 녹색식물과 분홍카네이션이 있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사각일반화분에 붉은색 카네이션만 있는 것이다. 놀랍게도 도현스님은 후자를 나에게 주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카네이션 받을 자격이 있을까? 생각지도 못하게 받게 되었다. 그것도 스님에게서 받았다. 대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스님이 나에게 카네이션 화분을 선물한 것은 아마도 글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라 생각된다. 모임에 참석하면 반드시 후기를 남겼기 때문이다. 그런 세월이 6년 되었다.

금요니까야모임이 처음 열린 것은 2017 2월의 일이다. 그때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서고에서 처음 열렸다. 도현스님과 정혜사신도들, 그리고 재가수행자들이 주축이 되었다. 이후 매달 두 번에 걸쳐 두 번째와 네 번째 금요일에 모임이 열렸다.

어떤 모임에서든지 후기를 작성한다. 강의나 강연을 들어도 후기를 쓴다. 매일 의무적으로 글쓰기하고 있기 때문에 후기를 작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금요니까야모임도 예외가 아니다.

 


2017년 말의 일이다. 도현스님이 그동안 쓴 글을 프린트해주기를 원했다. 스마트폰으로 보기에는 글자가 작아 잘 보이지 않고 눈이 침침하다고 했다. 이에 2017년 한해 동안 작성한 글을 프린트해서 드렸다.

다음해가 되었다. 2018년 연말에도 프린트하고자 했다. 그런데 이왕이면 책의 형식으로 만들고자 했다. 2017년과 2018년 글을 한데 모아 책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한번도 책을 써본적이 없다. 책을 쓰기 위한 글쓰기를 하지 않는다. 다만 써 놓은 글을 한데 모아 책의 형식으로 내는 것은 가능하다.

책처럼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문과 목차가 있어야 할 것이다. 먼저 목차를 만들었다. 시기별로 쓴 것을 나열하니 목차가 되었다. 다음으로 서문을 썼다. 책이 나오게 된 경위와 책의 내용에 대해서 대강 언급했다.

책이 완성되었다. 이제 인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출판사에 의뢰할 형편이 못되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안구청 맞은편 안양로에는 몇 개의 문구점이 있다. 그 중에 한일상사가 있다. 그 집에 인쇄와 제본을 맡겼다.

시험적으로 몇 권 만들었다. 이를 전재성 선생과 도현스님에게 드렸다. 책의 제목은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의 저녁으로 했다.

책을 만들자 주문이 들어왔다. 페이스북과 여러 카톡방에 소개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주었다. 그러나 숫자가 늘어나자 비용이 감당이 되지 않았다. 추가로 만든 책은 종이값 정도만 받았다. 100권 가까이 만든 것 같다.

한번 책을 만들자 탄력이 붙었다. 이제까지 쓴 글에 대하여 시기별로 카테고리별로 만들고자 했다. 2018년 이후 지금까지 5년동안 94권 만들었다.

금요니까야모임과 관련된 책은 네 권이다. 매년 연말 또는 연초가 되면 책을 만들어 전재성 선생과 도현스님에게 드렸다. 그 결과가 카네이션 화분으로 나타난 것 같다.

매일매일 의무적 글쓰기를 하다보니 뜻밖의 소리를 듣는다. 2주전 정혜사에서 옥외 연등설치 작업 했다. 그때 홍석화 선생으로부터 팬입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홍석화 선생은 전재성 선생의 대학 선배이기도 하고 또한 자타카 교정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공부하는 재가수행자이다. 그런 선생으로부터 글 잘 읽고 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팬입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매일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있다. 공감표현을 하지 않으면 누가 읽는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을 때 글을 읽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부끄럽고 창피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오해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은 글과 인격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공부하는 학인의 글 임에도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지행합일이 되어있지 않은 자에게는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 많이 배우지 못했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것도 아니다. 글과 인격은 다른 것이다. 다만 경전에 근거해서 썼을 뿐이다. 새겨두고 싶은 문구가 있으면 공유하고자 했다. 그럼에도 이를 감사히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도현스님의 카네이션도 그런 뜻으로 보인다.


2023-05-1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