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직경이 230미리 오운산고차를 받았는데

담마다사 이병욱 2023. 6. 4. 15:48

직경이 230미리 오운산고차를 받았는데
 
 
차 직경이 230mm이다. 사람 머리만한 차 덩어리를 받았다. 석가명차 최해철 선생이 준 것이다. 가격은 알 수 없다. 이제까지 손바닥만한 것은 보았으나 사람 머리통만한 것은 보지 못했다. 이렇게 막 줘도 되는 것일까?
 

 
차문화대전 마지막날이다.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 국제차문화대전으로 굳어져 가는 것 같다. 영어로는 ‘티월드페스티벌(Tea World Festival)’이다. 매년 6월 초 이맘 때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는 2023년 6월 1일(목)부터 6월 4일(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20회 째이다. 오늘 마지막 날 가 보았다.
 

 
국제차문화대전은 대한민국에서 차와 관련된 가장 큰 박람회이다. 불교박람회 등 크고 작은 차박람회가 있지만 이 국제차문화대전에 훨씬 못 미친다. 특히 마시는 차와 관련된 것이 많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년에 한번은 꼭 가 보는 연중행사가 되었다.
 

 
오늘 차박람회장에 가고자 한 것은 아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이미 이전에 한번 만나 본 적이 있다. 온라인에서는 무수하게 만난다. 글로서 만나는 것이다.
 
글로서도 친구가 될 수 있다. 글에 공감하면 친구가 된다. 그러나 표현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좋아요’나 ‘최고에요’아이콘을 눌러 주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가장 좋은 것은 글을 남기는 것이다.
 
온라인 친구도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페이스북에서는 친구맺기가 있어서 이를 가능하게 해 준다. 그러나 항상 온라인에 머물러 있으면 가상공간에서 아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페이스북에서는 친구라고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친구가 아니다. 단지 알고 지내는 지인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친구가 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가?
 
친구가 되려면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어떤 조건인가? 이는 디가니까야 31번경에 명백히 나와 있다. 친구가 되려면 1)도움을 주는 사람, 2)즐거우나 괴로우나 한결 같은 사람, 3)유익한 것을 가르쳐 주는 사람, 4)연민할 줄 아는 사람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과연 이런 사람이 있을까?
 
페이스북에서 친구라 하지만 친구가 아닌 사람이 대부분이다. 단지 아는 사람에 지나지 않다. 친구가 되려면 공감을 해 주어야 한다. 진정한 친구가 되려면 위에 언급된 네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여기에다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다.
 
이제까지 친구는 학교친구나 같은 또래 친구인 줄 알았다. 그러나 친구의 개념은 바뀌어야 한다. 친구는 우정의 관계이기 때문에 우정을 나눌 수 있다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친구는 나이와 성별을 초월한다. 누구든지 자애의 마음과 자비의 마음, 기쁨의 마음을 가지면 친구가 될 수 있다.
 
친구의 조건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반갑게 맞이 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같은 아내에 대하여  “친구가 멀리서 오면 친구를 보고 기뻐하듯, 여기 아내가 남편을 보고 기뻐한다.”(A7.63)라고 했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친구는 기쁜 사람이다. 서로 기뻐하는 사이가 친구관계인 것이다.
 
오늘 국제차문화대전에서 세 명의 친구를 만났다. 모두 부스가 있는 친구들을 말한다. 가장 먼저 묘덕스님을 만났다. 부스는 ‘묘덕스님의 연잎밥’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스님은 아홉 번 덖은 차로 유명하다. 페이스북에 주소를 알려 놓아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묘덕스님에게 차를 얻어 마셨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온라인에서 글로서 나누는 것과 느낌은 다르다. 이미 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오래 본 사람처럼 스스럼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리를 뜰 때는 뽕잎차를 하나 구매했다. 그리고 연잎밥도 구매했다.
 
다음 행선지는 휴심선차이다. 김덕진 선생이 운영하는 상호 또는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페이스북에 부스 주소를 알려 놓아서 찾아 가는데 어렵지 않았다.
 

 
 
김덕진 선생은 올해 3월 불교박람회장에서 만난 바 있다. 온라인에서 보다가 오프라인에서 처음 보았다. 선생은 한눈에 나를 알아 보았다. 이미 글로서 소통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화는 막힘이 없었다.
 
김덕진 선생과는 두 번째 만남이다. 첫번째 만남이 초면이라면 두번째 만남은 구면이 된다. 그것은 글과 글의 만남이기도 하다. 글이 매개가 되어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마치 차가 매개가 되어 대화를 이끌어 가는 것과 같다.
 
다음으로 석가명차 최해철 선생을 만나러 갔다. 부수가 상당히 크다. 다른 부스보다 면적이 몇 배 넓다. 부스를 4개 이상 튼 면적이다. 안내하는 사람도 많고 구경하는 사람도 많다.
 

 
최해철 선생은 이제 구면이다. 작년 차박람회 때 처음 만났다. 글로서만 소통하다가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난 것이다. 첫만남에서부터 글에 대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선생은 놀랍게도 자리를 뜰 때 선물을 주었다. 그것은 보이차처럼 생긴 오운산 차를 준 것이다.
 

 
차 맛을 잘 모른다. 차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차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럼에도 차를 마시면 마음에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속이 더부룩할 때 마시면 “쑤욱 내려” 가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또 차를 주었다는 것이다.
 
작년에 준 것은 직경이 190mm이다. 이번에 준 것은 직경이 230mm이다. 불과 40미리 차이가 나지만 비교해 보면 크게 차이가 난다. 손바닥과 얼굴의 차이로 비교할 수 있다.
 

 
차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인사하러 간 것일 뿐이다. 평소 최선생의 글을 잘 읽고 있기 때문에 공감하는 것도 많았다. 글을 길게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다. 또한 글을 보면 깊이가 있다. 글을 읽는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최해철 선생과 글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최선생은 글이 긴 것에 대하여 불편해하지 않았다. 글이 길면 그만큼 의미와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잘 쓰는 것이라고 칭찬해 주었다. 이런 케이스는 드물다.
 
칭찬 받으면 고무된다. 칭찬에 고무 되어서 글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하게 되었다. 글을 쓸 때는 서너시간 집중해서 쓴다고 말했다. 그런 세월을 17년 살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글을 쓸 때는 “목숨 걸고 쓰듯 한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야기가 책으로 넘어 갔다. 이제까지 쓴 글에 대하여 시기별로 카테고리별로 묶어서 책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96권 만들었는데 100권째 만들었을 때 페이스북 친구들을 초청해서 식사모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108권째 책을 만들었을 때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커다란 쇼핑백을 주는 것이었다.
 
쇼핑백에는 커다란 차가 들어 있다. 판매용으로 파는 것 같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쇼핑백을 내민 것이다. 이렇게 막 주어도 되는 것일까? 최해철 선생은 왜 나에게 가격을 조금도 짐작할 수 없는 고가의 차를 주었을까?
 

 
글을 쓸 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암시를 주지 않는 것이다. 어느 해인가 방석에 썼더니 누군가 방석을 보내 주었다. 먹을 것을 쓰면 먹을 것을 보내 주는 것이었다. 경전에 대해서 쓰면 경전을 보내 주었다.
 
나는 출가자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다. 블로그에 매일 잡문(雜文)을 쓰는 블로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꾸 주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보아야 할까?
 
종종 글을 올리면 감사의 메시지를 받는다. 경을 인용해서 쓴 것임에도 공감한다는 글을 받는 것이다. 미천한 자의 글도 때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받기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거절만 해서도 안될 것이다. 주는 사람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감사히 받아야 한다. 이럴 경우 주는 사람은 공덕을 짓게 된다. 받는 사람은 공덕이 없다. 보시하는 자가 공덕이 되고 보시 받는 자는 공덕이 되지 않는다.
 
주는 자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 주어야 할까? 물질적인 것을 주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눈에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법보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주는 것에 해당된다. 어쩌면 글을 쓰는 것도 보시에 해당되는 것인지 모른다.
 
보시 중에 글보시도 있을까? 올린 글에 대하여 누군가 공감했다면 보시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공덕이 될 것이다. 어쩌면 나에게 무언가를 준 사람들은 나의 글을 보고서 준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과도한 것은 부담스럽다.
 

 
오늘 최해철 선생으로부터 귀한 선물을 받았다. 제품명은 오운산고차이다. 무게는 무려 1키로에 달한다. 차나무잎은 카멜리아시넨시스이다. 품질유지기간은 제조일로부터 30년까지라고 한다. 이와 같이 귀중한 차를 선물해 준 최해철선생에게 감사드린다. 더욱 더 글을 잘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2023-06-0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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