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마음청정이면 중생청정, 비 갠 안양의 하늘 아래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3. 6. 22. 07:36

마음청정이면 중생청정, 비 갠 안양의 하늘아래에서
 
 
하늘이 맑고 깨끗하다. 어제 비가 와서 일 것이다. 대개 비가 갠 다음날은 맑다. 하늘에 구름이 끼여 있지만 도시는 청정한 느낌이다. 비로 인하여 오염물질이 씻겨 나간 것 같다.
 
오늘 새벽 5시 50분에 길에 나섰다. 보통 오전 6시가 새벽과 아침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6시 이전이면 새벽이고, 6시 이후이면 아침인 것이다.
 
새벽에 나선 것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주문 받은 것을 마무리 작업 해야 한다. 오늘 중으로 파일을 넘겨 주어야 한다. 무려 일주일 된 것이다. 단계적으로 하다 보니 최종 마무리단계에 이르렀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걸어 갔다. 요즘 같은 날씨는 차로 일터에 가는 것 보다 걸어 가는 것이 훨씬 낫다. 걸어서 20여분 걸리는 거리이지만 걷다 보면 새로운 활력이 솟는 것 같다. 특히 오늘 같은 날이다.
 

 
비가 갠 다음 날은 세상이 청정해 보인다. 도시도 청정해 보인다. 세상이 청정해 보이니 마음도 청정해지는 것 같다. 국토청정이 심청정이 된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심청정이면 국토청정도 가능할 것이다.
 
마음이 아름다우면 세상도 아름다워 보인다. 연애를 하는 사람은 세상 사람 모두가 아름다워 보이고 세상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청정하면 세상 사람도 아름다워 보이고 세상도 청정해 보일 것이다. 심청정이면 국토청정인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유행화’라는 그림의 그 다양성은 마음에서 생겨난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마음은 그 걸작보다도 다양한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그러므로 그대들은 반복해서 자신의 마음을 이와 같이 ‘오랜 세월동안 이 마음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물들어 왔다.’라고 관찰해야 한다. 수행승들이여, 마음이 오염되므로 뭇삶이 오염되고 마음이 청정해지는 까닭에 뭇삶이 청정해진다.”(S22.100)
 
 
부처님은 마음을 유행화로 보았다.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풍속화를 말한다. 요즘 시대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것이다. 유튜브도 해당된다. 페이스북과 같은 에스엔에스도 해당된다. 사람들의 마음이 투영된 것이다.
 
마음은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 놓은 것과 같다. 도화지에는 갖가지 그림이 있다. 모두 자신이 그린 것이다. 풍경화도 있고 인물화도 있고 추상화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삶 역시 마음이 그려 놓은 것이다. 글도 마음이 쓴 것이다.
 
부처님은 유행화에 대하여 마음이 오염된 것으로 보았다. 본래 마음은 하얀 도화지 같은 것이었는데 마음이 그린 그림으로 인하여 더러워졌다는 것이다. 그 오염된 마음에 대하여 탐, 진, 치라고 했다. 그래서 부처님은 “오랜 세월동안 이 마음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물들어 왔다.”(S22.100)라고 한 것이다.
 
하얀 도화지에 그린 그림은 지울 수 없다. 다시 예전의 하얀 상태로 돌아 갈 수 없다. 삶의 과정에서 탐, 진, 치로 물든 마음도 지우기 힘들다. 어떻게 해야 할까? 부처님은 관찰하라고 했다. 사띠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유마경에 “심청정이면 국토청정”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원조는 상윳따니까야에 있다. 부처님이 “마음이 청정해지는 까닭에 뭇삶이 청정해진다.”(S22.100)라고 말한 것이 심청정국토청정의 오리지널 버전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떤 것이든지 초기불교에 근원이 있다.
 
부처님은 마음이 청정하면 중생이 청정해진다고 했다. 심청정이면 국토청정과 같은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중생은 일반사람들을 말한다. 또한 중생은 여러 생에 걸쳐서 윤회해 온 자기자신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중생은 아직 성자의 흐름에 들어가지 않은 모든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된다.
 
성자와 중생의 차이는 탐, 진, 치에 달려 있다. 누군가 탐, 진, 치로 살면 중생이 된다. 이는 세상의 흐름대로 사는 사람들이다. 본능대로, 감각대로 사는 사람들이다. 누군가 무탐, 무진, 무치로 산다면 성자가 된다. 성자는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가는 역류도(逆流道)의 삶을 사는 사람이다.
 

 
안양천 징검다리를 건넜다. 징검다리에서 본 안양시의 하늘과 땅은 맑고 깨끗했다. 일년 중에 몇 번 볼 수 없다. 세상이 깨끗하자 마음도 깨끗해지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마음이 청정한 상태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오염될 것이다.
 
메일에서 품질관련 사고라도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격정에 휘말릴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면 분심에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다. 늘 새벽과 같은 마음, 늘 이른 아침과 같은 마음만 있기를 바란다.
 

 
굴다리를 지나서 일터에 왔다. 오늘 같이 맑은 날 안양시내를 보고 싶었다. 오피스텔 꼭대기층인 18층으로 올라 갔다.

18층에서 안양시내를 바라 보았다. 구름이 낀 하늘은 맑고 깨끗했다. 도시는 맑고 청정했다. 서쪽에 있는 수리산은 초록으로 가득하다. 밑변이 긴 안정된 삼각형 모양의 수리산은 언제 보아도 젊은 산이다.
 

 
사무실에 들어 왔다. 가장 먼저 본 것은 보리수이다. 보리수가 폭염과 염천에 이파리가 타버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어제 발견한 것이다. 긴급하게 이동하여 분무기로 물을 뿌려 주는 등 조치를 했다. 그리고 만 하루가 지났다. 상태는 어떠할까?
 

 
보리수 상태는 어제 보다 나아 졌다. 새로 나온 이파리의 꼬리 부분이 길어진 것을 보니 밤새 자란 것 같다. 햇볕으로 그을린 듯한 이파리는 그을린 부분이 점차 줄어 드는 것 같다.
 

 
어제 보리수에 대한 염려의 글을 썼다. 이에 어떤 페이스북친구가 격려의 글을 달았다. 페친은 “담마다사 정성과 적당한 관심이 결국 보리수 어린 나무에 새로운 생명의 어네지를 넣어 줄 것으로 믿는 한사람입니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공감해 준 페친에게 감사드린다.
 
오늘 해야 할 일이 있다. 주문한 도면에 대한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한다. 이제까지 작업하던 것 중에 가장 까다로운 것 같다. 그것은 신호선 패턴 길이를 모두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십개에 달하는 신호패턴을 맞추는 작업은 단순노동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예술작품을 만들듯이 그려야 한다. 그래서 인쇄회로기판(PCB) 설계를 아트워크(Artwork)라고 하지 않던가? 작품은 수천번의 클릭으로 완성된다. 오늘 하루 일과도 이렇게 시작된다.
 
 
2023-06-2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