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침만 같아라

담마다사 이병욱 2023. 6. 26. 08:15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침만 같아라
 
 
비 내리는 차분한 아침이다. 우산을 쓰고 길을 갔다. 폭우로 안양천에 내려 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었다. 출입금지 줄까지 걸려 있다. 그러나 심한 정도는 아니다. 징검다리만 잠겼을 뿐이다.
 
무지개 다리를 통하여 하천을 건넜다. 언제나 그렇듯이 비 오는 날은 마음이 착 가라 앉는다. 흥분된 세상, 먼지로 가득한 세상을 가라앉게 하는 듯한 비이다.
 

 
어제는 무척 뜨거웠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삐질삐질 솟아 났다. 이런 때 비가 내리다니! 급시우라 하니 할 수 없다. 이렇게 하늘은 때가 되면 비를 내려 주는 것 같다.
 
비를 맞고 걸으면 마음이 청정해지는 것 같다. 아마 그것은 대지가 청정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비가 오면 모든 것을 쓸어 가버리는데 마음의 찌꺼기도 씻어 내는 것 같다.
 
매일 아침 샤워를 한다.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면 하루가 상쾌하다. 이런 기분이 하루 종일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런데 비가 오면 세상도 깨끗해진다는 것이다. 도시의 더러운 기운을 말끔히 씻어내는 것 같다.
 
청소를 하면 마음이 청정해지는 것 같다. 바닥을 쓸고 바닥을 닦으면 깨끗해진다. 이때 마음도 깨끗해 짐을 느낀다. 마음이 깨끗해지면 세상도 깨끗해질 것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마음이 오염되므로 뭇삶이 오염되고, 마음이 청정해지는 까닭에 뭇삶이 청정해진다.”(S22.100)라는 가르침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어제 사무실 구조를 바꾸었다. 명상공간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그리고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렸다. 언젠가는 쓸 것이라 하여 가지고 있었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 같아서 과감하게 버렸다. 이를 미니멀라이프라 해야 할 것이다.
 
버려야 할 것은 물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 속의 찌꺼기도 버려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켜켜이 쌓여 온 부정적 감정들을 버려야 한다. 아무리 아침에 샤워를 하고 아무리 주변을 청소해도 마음의 오염원을 버리지 않는 한 청정한 삶을 살 수 없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침만 같아라. 뉴스 보지 않은지는 오래 되었다. 뉴스를 보는 순간 마음이 혼란된다. 미움과 중오, 적대적 감정이 일어난다. 인터넷 포털을 접해도 의도적으로 눈길을 주지 않는다. 뉴스 없는 세상에 사니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아직 유튜브도 열어 보지 않았다. 유튜브는 판도라 상자와도 같다. 어떤 것들이 튀어 나올지 모른다. 페이스북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자신을 자랑하는 자, 자신의 얼굴에 집착하는 사람을 빼면 볼만하다. 카톡방은 어떠한가? 이념투쟁의 장이 된 것 같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렇게 아침에 글쓰기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글을 쓸 때는 마음이 청정해지기 때문이다. 더러운 마음에서는 글이 나오지 않는다. 새벽이 되면 좋은 생각이 샘 솟는다.  마음이 청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어떻게 청정하게 살아야 할까? 가장 먼저 걸어 오는 것부터 실천했다. 차를 타고 오고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온다면 기계의 힘, 문명의 힘을 비는 것이 된다. 편리만을 추구했을 때 자만이 생겨난다.
 
아침을 샌드위치로 먹었다. 사무실에 샌드위치가 준비되어 있다. 파리바케트에서 3,400원에 산 것이다. 하루에 두 쪽씩 먹으면 일주일 식량이 될 것 같다. 여기에 샌드위치햄과 치즈를 곁들였다. 그리고 집에서 삶아 온 달걀을 추가 했다.
 

 
토스터기에 굽고 전자레인지에 데우니 한끼 식사가 되었다. 여기 절구커피를 곁들였다. 어느 것 하나 시켜서 먹는 것이 아니다. 또한 대접 받으면서 먹는 것도 아니다. 남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드는 것도 아니다. 설거지와 같은 뒷정리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뒷정리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 이 음식이 여기까지 오게 되기 까지 관련된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는 것이다. 사마타로 먹는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는 천천히 알아차림 하며 먹어야 한다. 음식을 들 때도 알아차리고, 음식을 입에 넣을 때도 알아차리고, 음식을 목구멍에 넘길 때도 알아차림 해야 한다. 위빠사나로 먹는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는 몸을 유지한다는 마음으로 먹어야 한다. 음식을 즐기기 위해서 먹어서는 안된다. 음식을 계율로 먹는 것을 말한다. 나는 과연 이렇게 하고 있는가?
 
사무실에 앉아 있으니 고요하다.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산사, 암자에 있는 것 같다. 먼저 메일을 열어본다. 주거래업체에서 마감요청서가 왔다. 오늘이 26일이니 올만도 하다. 벌써 월말이 된 것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이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앉아 있으려고 한다. 좌선을 말한다. 한시간 이상 좌선하는 것이다. 명상공간도 확장되었다. 환경은 잘 갖추어졌다. 이런 환경을 갖춘 사람은 드물 것이다.
 
명상을 하면 마음이 청정해진다. 샤워하는 것과 비할 바가 아니다. 추적추적 비내리는 아침이다. 아침과 같은 마음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2023-06-2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