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음식은 제때에 먹어야, 해남의 명품 밤호박을 접하고
눈만 뜨면 밥만 먹으면 아지트로 달려 간다. 요즘 같이 날이 훤한 날은 여섯 시 이전에 출발한다. 아침은 일터에서 먹는다. 사무실에는 샌드위치와 치즈가 있다. 집에서는 계란 하나 삶은 것 가져 간다.
일터에 가기 위해 문을 여는 순간 박스를 하나 발견했다. 택배 박스이다. 아파트의 경우 문 앞에 놓고 간다. 순간 직감 했다. 해남에서 올라 온 밤호박인 것을 인지하는데 0.5초도 걸리지 않았다.
며칠전에 친구 처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해마다 이맘때쯤 연례행사처럼 주고 받는 카톡이다. 그것은 밤호박에 대한 것이다. 밤호박이 출하 되어서 알리는 것이다.
해마다 밤호박 홍보를 하고 있다. 해남으로 귀촌하여 농사 짓고 있는 친구의 특산품을 알리는 것이다. 7월에는 밤호박을 홍보하고, 10월에는 꿀고구마를 홍보한다. 이런 세월이 칠팔년된 것 같다.
친구 처는 사연을 보내 왔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이작가님 잘 지내시죠?
올해는 조금 늦었네요.
물량이 작년보다 반정도 줄었습니다.
씨가 열 받아서 손실이 있었네요.
7월 초부터 출하 하려고 합니다.
드시던 분들께만 문자 남기려고
합니다. 일부 첫 과는 지금 숙성 중에
있습니다. 미리 주문 주신 분들께
화요일에 배송하려구요.
가격은 작년과 동일합니다.
친구는 7월15일부터 평가 일 하게 됐다고 합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친구 처는 나에게 항상 ‘작가’라고 말한다. 작품 하나 내지 않았음에도 작가라고 하는 것이다. 인터넷에 글을 쓰면 작가라고 보는 것 같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도 작가라고 할 수 있을까? 작가라는 타이틀은 소설가나 시인에게 붙여 주는 것이 타당한 것 아닐까? 그럼에도 작가라고 하니 받아 들이지 않을 수 없다.
밤호박 물량이 반으로 줄을 것 같다고 전한다. 둘이 농사 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점차 나이를 먹어 간다. 또 하나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친구가 공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카톡에는 평가사가 되었다고 한다.
농촌에서 농사만 지어 먹고 살 수 없다. 무언가 하나라도 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것은 정기적으로 수입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국가에서 인정하는 자격증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평가사는 아마 부동산과 관련된 것으로 본다. 친구가 자격증을 딴 것을 축하한다.
밤호박은 7월이 제철이다. 7월이 지나면 제철에 난 것이 아니다. 무엇이든지 제철에 나는 것이 최상의 음식이다.
고대 인도에 유명한 의사가 있었다. 그는 스승으로부터 과제를 하나 받았다. 들에 나가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구분하라는 과제를 받은 것이다. 그는 들에 나가 조사를 했다. 결론은 “제철에 나는 푸성귀는 약이 되지 않는 것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제철 음식은 재벌밥상도 부럽지 않다고 했다. 제철에 나는 것은 어느 것이든지 맛이 있다. 더 나아가 제철에 나는 것은 약이 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했다.
동네 정류장 한켠에서 할머니들이 파는 채소는 제철에 나는 것들이다. 상하지 말라고 방부제 처리한 것은 없다. 둥근호박, 호박순, 상추 등 제철에 나는 먹거리는 청정한 것이다.
제철에 나는 것은 보약이나 다름 없다. 제아무리 가공식품이 맛있다고 해도 먹을 때뿐이다. 방부제 처리된 것은 몇 주가 지나도 썩지 않는다. 냉동이나 냉장 보관하면 더 오래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제철 먹거리는 화학적 첨가물이 없기 때문에 바로바로 먹어야 한다.
해남 밤호박은 해남 특산품이다. 감히 밤호박을 해남 명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 그런가? 먹어 보니 맛을 알겠다는 것이다.
해남 황토에서 나온 밤호박은 다른 지역의 상품과는 차이가 있다. 맛이 파근파근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난다. 껍찔째 먹어도 된다. 설탕 등 별다른 첨가제가 없어도 된다. 전자레인지에 쪄서 그냥 먹어도 된다. 제철 먹거리의 진수를 보여 주는 것 같다.
해남 밤호박은 해남 특산품이자 명품 밤호박이다. 이와 같은 명품을 접했을 때 귀한 음식을 접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두고두고 먹고자 했다. 아까워서 제대로 먹지 못한 것이다.
어느 해인가 밤호박을 몇 달에 걸쳐서 먹었다. 마지막 하나 남았을 때 차마 먹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한철이 지났다. 어느 날 냉장고에서 발견했을 때 깜짝 놀랐다. 찌그러져 있었던 것이다. 가운데가 움푹 들어 갔다. 너무 오래 보관한 것이다.
제철 먹거리는 제철에 먹어야 한다. 상추는 이삼일 이내에 먹어야 한다. 김치처럼 숙성되는 것이 아니다. 밤호박도 그렇다. 냉장보관해서 오래 먹을 수 있지만 받자마자 소비해야 한다. 제철 먹거리는 제철에 먹어야 약이 된다.
오늘 해남 황토농장에서 밤호박을 받았다. 명품 밤호박을 아껴 먹지 않으려고 한다. 하루나 이틀에 하나씩 먹으려고 한다. 더 먹고 싶으면 신청하면 된다. 7월 까지는 생산이 된다.
해남 밤호박이 명품이 된 것은 품질관리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작년 친구 농장을 방문 했을 때 알게 되었다. 가지에 몇 개 달리지 않게 관리한다는 것이다. 너무 많이 달리면 맛이 없다고 한다. 밤호박 특유의 파근파근하고 달짝지근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마치 가지치기 하듯이 품질관리 함을 말한다.
밤호박 가격은 작년과 동일하다. 4키로 한박스에 택배비 포함해서 3만원이다. 두 박스 신청하면 5천원 할인 하여 5만5천원이다. 물론 택배비 포함이다.
요즘은 택배 천국이 되었다. 코로나 때 택배가 크게 성장했다. 요즘은 왠만하면 택배로 물건을 주고 받는다. 농산물이나 특산품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황토농장으로 주소를 알려 주면 곧바로 발송될 것이다. 참고로 황토농장 전화번호는 010-8269-7230이고, 생산자는 진금선(황토농장)이다.
오늘 아침 명품 밤호박을 하나 쪘다. 원래 랩을 감아서 전자레인지에 찌라고 했으나 랩이 없어서 포장용 비닐을 감아서 쪘다. 작은 것은 5분이고, 큰 것은 7-10분이다. 7분 동안 가열했다.
밤호박은 노랗다. 황금빛이다. 일반호박과 달라서 보통 ‘단호박’이라고 한다. 그러나 해남에서는 ‘밤호박’이라는 브랜드로 생산하고 있다. 밤호박은 전국적으로 해남이나 함평 등 황토에서 잘 자란다. 그래서일까 이제 해남 밤호박은 밤호박의 대명사가 된 것 같다.
오늘 아침 일터에 나와 식사를 했다. 샌드위치와 치즈와 계란, 여기에 절구커피를 곁들였다. 오늘은 특별히 밤호박 한쪽을 가져 왔다. 밤호박은 가공식품과 여러 모로 비교 된다.
가공식품은 무언가를 첨가하거나 발라 먹어야 한다. 그러나 밤호박은 껍찔째 먹어도 된다. 가공음식은 먹을 때 뿐이고 먹고 나면 뒤끝이 좋지 않다. 그러나 밤호박은 먹을 때도 즐겁고 먹고 나서도 즐겁다. 가공된 것과 제철에 나는 것의 차이 일 것이다.
제철에 나는 것은 약이 된다고 했다. 제철음식은 재벌밥상도 부럽지 않다고 했다. 이제 명품 밤호박을 받았으니 빨리 먹는 일만 남았다. 아무리 아까워도 제철에 나는 것은 막바로 먹어야 한다. 아깝다고 오래오래 보관해서 먹으면 맛이 없다. 오늘부터 밤호박을 열심히 먹어야겠다.
2023-07-05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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