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박과 밤호박을 비교해 보니
마트에서 단호박을 세일하고 있다. 광고상품이라 하여 한통에 1,980원이다. 국내산임을 강조한다. 단호박은 밤호박과 어떻게 다를까?
밤호박을 먹고 있다. 단호박이 아니라 밤호박이다. 해남으로 귀촌하여 밤호박 농사를 짓고 있는 대학친구 부부가 보내 준 것이다. 7월 초에 한박스를 주문했는데 이틀 간격으로 먹다 보니 다 먹었다.
해남 밤호박은 해남 특산품이나 다름없다. 해남 지역에서만 나는 독특한 먹거리인 것이다. 이런 특산품에 대하여 홍보용 글에서 명품이라고 했다.
명품 밤호박을 보름만에 다 먹었다. 언제 다시 이런 명품 먹거리를 접할 수 있을까? 7월이 가기 전에 확보하고자 했다. 제철 먹거리는 철이 지나면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다. 아무리 보관기술이 발달 했다고 해도 제철에 먹는 것 만 못하다. 두 박스를 주문했다.
해남 황토농장에서 재배된 밤호박 두박스가 택배로 도착했다. 한박스에 9-10개 들어 있다. 한박스에 4키로 기준이다. 가격은 택배비 포함하여 3만원이다.
단호박과 밤호박을 비교해 보고 싶었다. 맛이 어떤지 보고 싶은 것이다. 밤호박은 7-8년 먹었으므로 맛을 알고 있다. 밤처럼 달콤한 맛에 파근파근한 느낌이 특징이다. 단호박도 그런 것일까?
마트에서 산 단호박은 사이즈가 무척 크다. 자로 재보니 직경이 150미리가량 된다. 이에 반하여 밤호박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다. 직경이 100-110미리 가량된다.
단호박과 밤호박은 크기에 있어서 차이가 난다. 두 개를 비교해 보면 단호박이 2-3배 큰 것 같다. 단호박은 마치 어린아기 머리통만하고, 밤호박은 어른 주먹보다 약간 더 크다. 중요한 것은 맛이다.
단호박도 밤호박 맛이 날까? 단호박의 일부를 잘라서 전자레인지에 4분 돌렸다. 충분히 익은 것 같다. 밤호박과 단호박을 한 그릇에 놓고서 번갈아 먹어 봤다.
단호박을 껍질째 먹어 보았다. 그러나 먹을 수 없었다. 껍질이 두꺼워서 마치 가죽을 씹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부페에서 단호박은 껍질이 벗겨진 채 진열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밤호박은 껍질째 먹을 수 있다. 처음에는 껍질을 벗겨 먹었으나 해남 친구는 껍질째 먹으라고 했다. 껍질째 먹었더니 씹는 맛이 났다. 껍질째 먹어야 맛이 더 나는 것 같다.
단호박 껍질을 벗겼다. 안쪽 부위만 취해서 맛을 봤다. 퍽퍽한 느낌이다. 단호박이라 하여 단맛을 기대했으나 단맛을 느낄 수 없었다. 매우 건조했다. 설탕 등 무언가에 찍어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밤호박은 껍질째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그것은 다름아닌 ‘밤맛’이다. 그래서 밤호박이라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식감이다. 파근파근한 것이 특징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침샘을 자극하는 것 같다.
단호박을 많이 먹어 보지 않았다. 부페에서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부페에서 먹어 본 단호박은 껍질이 없다. 물컹물컹한 것이 달기는 하지만 호박을 먹는 것 같기도 했다. 아마 첨가제를 사용하여 특별하게 가공한 것 같다.
이번에 마트에서 산 것을 전자레인지로 돌려보니 퍽퍽했다. 동일한 조건에서 밤호박은 파근파근했다. 퍽퍽한 것과 파근파근한 것의 차이이다. 아무 맛이 나지 않는 것과 달콤한 밤맛이 나는 것과의 차이이다. 껍질을 먹을 수 없는 것과 껍질을 먹을 수 있는 것과의 차이이다.
밤호박 두박스가 확보 되었다. 명품 음식이라 하여 아껴 먹으면 안된다. 제철음식은 제철에 먹어야 한다. 10월이 되면 친구의 황토농장에서는 꿀고구마가 생산된다. 이것도 해남 황토에서 재배된 명품 고구마이다.
오늘 아침 단호박과 밤호박을 비교하며 식사를 했다. 왜 밤호박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해남 황토에서 재배된 것은 사이즈가 작고, 밤맛이 나고, 파근파근하고, 껍질째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밤호박이라고 하는 것이다.
밤호박은 아침 한끼 식사로 충분하다. 밤호박과 감자, 계란, 샌드위치, 여기에 꿀차와 함께 하면 훌륭한 아침 한끼 식사가 된다. 밤호박 맛을 아는 사람은 찾게 되어 있다.
2023-07-24
담마다사 이병욱
'의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은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 때이른 입학동기 2023송년회 (17) | 2023.11.17 |
---|---|
우요일(雨曜日)에 마음이 충만했는데 (14) | 2023.11.05 |
제철음식은 제때에 먹어야, 해남의 명품 밤호박을 접하고 (0) | 2023.07.05 |
나는 진실한 친구일까? (0) | 2022.11.23 |
여지없이 계절은 꿀고구마철 (0) | 2022.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