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요일(雨曜日)에 마음이 충만했는데
오늘은 우요일이다. 하루 종일 내릴 모양이다. 내일은 물론 모레까지 갈 것 같다고 한다. 반갑지 않은 가을 장마와도 같다.
오늘은 일요일이고 또한 우요일(雨曜日)이다. 비 내리는 아침임에도 백권당으로 향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쉬는 날이 없다. 하루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한다면 놀려둘 수 없다.
백권당에서 아침을 먹는다. 집에서 고구마 찐 것과 계란 찐 것을 가져 온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준비하는 것이다. 찜기에 넣고 찌면 된다.
어제 밤에 택배 한박스가 도착했다. 시킨 것이 없는데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해남이라는 글자를 보고서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0.5초도 걸리지 않았다. 해남 친구가 보내 온 것이다.
지난 10월에 해남 황토고구마 한박스를 받았다. 매일 아침 고구마를 주식으로 하다 보니 이제 몇 개 남지 않았다. 한박스 더 시키려던 참에 고구마가 도착한 것이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생각대로 되는 것이 있는 것 같다. 하이패스 단말기도 그런 것 중의 하나이다.
하이패스 단말기 트러블이 있다. 톨게이트를 통고할 때 인식을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왜 그럴까? 아마도 배터리 문제인 것 같다.
새 배터리로 교체했다. 교체한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배터리를 교체하십시오”라는 메시지가 뜬다. 하이패스 단말기 설계 문제로 보았다.
하이패스 단말기 회사에 전화해서 교환하고자 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단말기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3만 5천원만 더 내면 신형으로 교체해 주겠다는 것이다. 신형의 반값에 해 주겠다는 것이다. 기존 것은 회수할 것이라고 했다.
정말 생각 대는 것일까? 최근 두 건에서 그런 현상이 발생했다. 고구마를 추가 주문하려 했는데 고구마 박스가 도착해 있는 것이다. 하이패스 단말기 회사에 전화하려고 했는데 전화가 온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조건이 맞아서 그런 것이다.
고구마 한박스를 어떻게 해야 할까? 입금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아무 말 없이 보내 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 고구마 판매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보내 주었을 것이다. 이전에도 그런 적이 있다. 밤호박을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한박스 보내 주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마음이다. 이런 마음에 감사를 표해야 한다. 친구 처에게 “고구마 보내 주셨네요. 고구마 매일 아침 주식으로 먹고 있습니다. 며칠 지나면 소진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라고 메세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늘 고맙습니다. 환절기 건강하시길 바랍니다.”라며 답변을 보내 왔다.
친구부부는 해남으로 귀촌하여 농사 짓고 있다. 봄에는 밤호박 농사, 가을에는 꿀고구마 농사가 주된 것이다. 이런 친구의 특산품을 홍보해 주고 있다. 칠팔년 된 것 같다. 이에 친구부부는 항상 감사해 하는 것 같다.
일주일 전에 백권당에서 담마와나선원 북콘서트가 열렸다. 그때 어느 도반이 황토고구마 이야기를 했다. 밴드에 올린 홍보 글을 보고 한박스 신청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반갑고도 고마운 말이다.
홍보용 글을 블로그, 페이스북, 밴드, 카톡에 올렸다. 글을 본 독자들은 팔아 주는 것 같다. 이는 친구 처가 카톡으로 알려 주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작가님 글 효과가 큽니다. 몇 분께서 작가님의 좋은 글 읽고 주문 주신다고 하시네요. 힘은 들어도 작가님 글 덕분에 큰 힘이 되는 것을 감사히 여깁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단지 귀촌한 친구 부부의 농산물을 홍보해 주었을 뿐인데 글을 읽고 감동받아 주문했다고 한다. 인터넷과 정보통신시대에 훈훈함을 느낀다.
선물은 주어서 좋고 받아서 좋은 것이다. 누구도 선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자애수행의 최종단계는 주는 것이라고 했다.
발렌타인데이가 있다. 연인에게 초코렛 주는 날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는 행위이다. 백번, 천번 말로 하는 것보다 한번 주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다.
선물을 마음을 움직인다. 선물은 원한 맺힌 자의 마음도 녹일 수 있다. 그러나 선물이 뇌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준다면 속마음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선물을 아무에게나 받아서는 안된다. 스님에게 선물 받는 것은 피한다. 출가자는 공양의 대상이지 내가 공양받을 대상은 아닌 것이다. 이런 이유로 스님이 선물 하겠다는 것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거절한다.
오늘은 우요일이다. 그럼에도 마음이 충만했다. 그것은 아름다운 마음을 낸 친구 부부의 황토고구마 한박스 선물 때문이다.
2023-11-05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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