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사무실에 경행대를 만들고

담마다사 이병욱 2023. 7. 20. 11:32

사무실에 경행대를 만들고
 
 
경행대를 만들었다. 사무실 한켠 벽을 따라 만든 것이다. 만들고 나니 그럴 듯 하게 보인다. 이제 행선을 과학적으로, 본격적으로 하게 될 것 같다.
 

 
사무실 반쪽을 명상공간으로 만들었다. 약 4평가량되는 공간이다. 양 옆에 화분 공간을 제외하면 3평된다.
 
명상공간에 매트를 깔았다. 두께가 15미리 되는 층간소음방지용 매트이다. 사이즈는 1.1미터에 1미터 되는 것으로 9개 깔았다. 매트 사이즈는 3.3미터 곱하기 3미터가 된다. 3평정도 되는 공간이 확보 되었다.
 
명상공간에서 행선도 하고 좌선도 한다. 행선을 할 때 매트 사이드로 해서 한바퀴 도는 식으로 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매트 두께가 15미리가 되어서 쿠션이 있는 것이다.
 

 
쿠션이 있는 매트에서 행선하기가 쉽지 않다. 발을 옮길 때 쿠션으로 인하여 뒤뚱거리기 때문이다. 명상공간에서 좌선은 가능하지만 행선은 가능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 올랐다. 그것은 칸막이 복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명상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칸막이를 설치 했는데 벽과 함께 달려서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통로를 행선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바닥이 딱딱해서 좋다. 쿠션이 없는 것이다. 신발을 벗고 해야 한다. 맨발로 하는 것이다. 그래야 감촉이 좋다. 행선할 때 바닥에 닿는 느낌이 확실한 것이다.
 
통로에서 행선을 해 보았다. 직선 거리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거리도 확보 되었다. 4미터가 약간 넘기 때문이다. 행선 하다가 더 좋은 생각이 떠 올랐다. 그것은 걸음걸이 표시를 하는 것이다.
 
행선할 때 보폭이 있다. 측정해 보니 30센티가 적당하다. 시작점에서 끝점까지 30센티 간격으로 표시 했다. 검은 절전용 테이프를 활용했다. 모두 14보가 되었다. 길이는 4.2미터이다. 이를 경행대라고 이름 붙였다. 행선도 하지만 가볍게 몸을 푸는 경행도 하기 때문이다.
 
위빠사나 수행처에 가면 경행대를 볼 수 있다. 좌선 공간에서 행선도 함께 하지만 별도로 경행대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양곤에 있는 마하시 선원에서 봤다.
 

(양곤 마하시선원 경행대)

 
양곤에 마하시센터가 있다. 센터에 가면 마하시사야도 방을 볼 수 있다. 세 개 정도의 방을 지나면 가장 끝 무렵에 경행대가 있다. 붉은색 티크로 된 경행대이다. 길이는 20미터가량 되는 것 같다.
 
마하시 사야도의 방에 경행대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입적하기 전까지 행선을 했음을 말한다. 시간 날 때마다 경행을 했을 것이다.
 

(양곤 마하시사야도 경행대)

 
마하시 전통에서는 행선을 좌선 못지 않게 중요시 한다. 한시간 좌선을 하면 반드시 한시간 행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행시간표를 보면 짝수 시간은 좌선 시간이고, 홀수 시간은 행선시간이다. 오전 8시에 한시간 좌선을 하면, 오후 9시에는 한시간 행선을 하는 식이다.
 
행선을 하면 이익이 많다. 위빠사나 수행 1단계와 2단계가 가능하다. 행선을 함으로 인하여 정신과 물질이 구분되는 지혜, 원인과 결과를 아는 지혜가 가능한 것이다.
 
행선을 하면 좌선 하는데 도움을 준다. 행선으로 인한 집중을 좌선으로 가져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역은 성립되지 않는다. 좌선의 니밋따를 행선으로 가져 갈 수는 없는 것이다.
 
행선은 육단계가 꽃이다. 발을 떼고, 들고, 밀고, 내리고, 딛고, 누르는 여섯 단계 동작을 말한다. 이 여섯 단계를 모두 알아차려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천천히 발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
 
행선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좌선하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그것 못지 않게 행선하는 모습도 아름답다. 마음을 집중해서 다리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모습은 거룩해 보이기까지 하다.
 

 
행선을 할 때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다. 눈 앞에 보이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발을 떼는 동작에서부터 발을 누르는 동작에 이르기 까지 여섯 단계를 알아차림 한다. 특히 발을 밀 때는 경쾌하다. 가장 긴 시간이기도 하다. 집중이 되면 마치 비행기를 타는 것 같고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
 
경행대를 만들었다.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오늘 갑자기 생각이 나서 만들었다. 행선은 경행대에서 하고 좌선은 명상공간에서 하면 될 것 같다.
 
 
2023-07-20
담마다사 이병욱
 
 

'수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가수행자의 밥값  (1) 2023.07.25
한시간 앉아 있었는데  (0) 2023.07.24
안팍으로 생멸(生滅)에 사무치고자  (1) 2023.07.18
명상공간용 매트를 구입하고  (0) 2023.07.14
마음이 황무지가 되었을 때  (1) 2023.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