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한시간 앉아 있었는데

담마다사 이병욱 2023. 7. 24. 18:03

한시간 앉아 있었는데
 
 
결국 한시간 채웠다. 오후 4시 44분에 좌선에 들어가서 5시 44분 종 칠 때까지 앉아 있었다. 며칠전부터 여러 번 시도한 후에 비로서 성취한 것이다.
 

 
한시간 좌선이 완전한 것은 아니다. 도중에 한번 자세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른쪽 다리의 극심한 통증 때문이다. 평좌를 한 상태에서 다리저림 현상은 좌선을 시작하고 나서 20-30분 이후부터 나타난다.
 
오후 좌선은 오전과 비교했을 때 질적으로 달랐다. 오전 좌선은 사띠가 확립이 되지 않았다. 그에 따라 번뇌망상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오후 좌선에서는 어느 시점에서 사띠확립이 되었다.
 
좌선의 생명은 사띠가 확립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사띠가 확립되지 않으면 좌선은 고행이 된다. 버티기가 된다. 그러나 이런 과정 없이 사띠가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
 
좌선 중에 졸음이 왔다. 몇 번 졸았다.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다. 잠시 깜박깜박 졸음이 온 것이다. 그런데 이 고비를 넘기자 몸 상태가 달라졌다. 사띠가 확립된 것이다.
 
평좌한 오른쪽 다리가 점점 아프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띠가 확립된 상태에서 통증은 남의 다리나 다름 없다. 지켜 보는 마음, 관찰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남의 다리처럼 보이는 것이다.
 
다리에 통증이 있을 때 사라지기를 바래야 한다. 끊어질 듯 아플 때 이를 남의 다리 보듯이 지켜 보면 통증이 사라질 때가 있다.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느낌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이다.
 
위빠사나 명상은 현상의 생멸을 보는 것이다. 오온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일어나고 사라짐을 관찰하는 것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띠가 확립되어야 한다.
 
사띠가 확립된 상태가 되면 몇 시간이든지 앉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오른쪽 다리가 너무 아프다. 이 시점에서 자세를 바꾸어 주고자 했다. 사띠가 확립된 상태에서 행복과 평안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세를 바꾸어 주었다. 오른쪽 다리를 폈다. 피가 돌았다. 불구가 될 것처럼 아픈 것은 두려움이었다. 통증을 느꼈을 때 몸이 아픈 사람들을 생각했다. 수술 받고 난 다음 죽을 듯이 통증이 밀려 온다고 하는데 이런 느낌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세를 바꾸었다. 이번에는 오른쪽 다리를 안으로 하여 평좌했다. 사띠는 계속 유지 되었다. 이런 상태를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좌선을 여러번 시도하여 한두번 될까말까한 것이다. 앉아 있는다고 하여 모두 사띠가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
 
마침내 종이 울렸다. 스마트폰으로 세팅해 놓은 알람이 울린 것이다. 아쉬웠다. 더 앉아 있을 수도 있지만 다음 일정이 있어서 오늘은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2023-07-2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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