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하루일과를 명상과 함께

담마다사 이병욱 2023. 7. 26. 10:38

하루일과를 명상과 함께


세상이 편안하다. 가만 앉아 있으니 이렇게 편안할 수 없다. 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 이런 기분을 계속 유지 하고 싶다.

이제 좌선이 정착되어 가는 것 같다. 명상공간을 만들어 놓은지 3년 되었는데 최근에야 이르러 제대로 활용하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에 한시간 앉아 있었다.

아침에 일찍 일터에 온다. 이전에는 오자마자 글쓰기에 바빴다. 맑은 정신일 때 숙제를 하는 것이다. 하루라도 글쓰기 숙제를 하지 않으면 찜찜했다. 그런데 요즘은 좌선으로 바뀌었다.

사람에게는 계기가 있다. 한번 마음 먹은 것이 있으면 그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글쓰기도 그랬다. 실의와 좌절의 나날을 보내던 40대 중후반에는 글쓰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오늘 아침 일터에 일찍 와서 먼저 한 일은 좌선하는 것이었다. 먼저 아침을 간단히 차려 먹었다. 집에서 감자를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것 하나, 계란을 물에 찐 것 하나를 가져왔다. 사무실에 있는 샌드위치 한조각과 꿀물로 아침을 먹었다.

일터는 혼자 사용한다. 도심에 사무실이 있지만 혼자 있다보면 산중에 암자에 있는 것 같다. 더구나 사무실에는 온갖 열대식물로 가득하다. 이런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일을 하는 사업자이다. 당연히 가장 먼저 메일을 열어 보아야 한다. 주문이 왔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품질사고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른 아침에는 열어 보지 않는다. 고객사 담당들이 출근하기 이전인 9시까지는 내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메일을 열어서 혹시라도 좋지 않은 것을 발견하면 그날은 후회와 회환으로 보내기 쉽다.

 


아침부터 좌선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우선 가장 편한 복장을 갖추고자 했다. 집에서 가져온 추리닝 바지가 있다. 추리닝 바지로 갈아 입으면 매우 편하다. 너무 편해서 계속 입고 있다. 혼자 있다 보니 찾아 올 사람도 없는 것이다.

좌선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예비수행을 해야 한다. 가볍게 경행하는 것이다. 명상공간을 몇 바퀴 도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에는 경행대에서 행선을 하는 것이다. 육단계 행선을 한다. 발을 들어서, 올리고, 밀고, 내리고, 딛고, 누르는 육단계를 말한다. 이렇게 동작 하나하나를 알아차림하면 어느 정도 집중이 된다. 이 집중을 그대로 좌선으로 가져 가고자 한다.

자리에 앉았다. 늘 그렇듯이 평좌를 한다. 평좌를 하면 오른쪽 다리가 아프기 때문에 바깥으로 한다. 이런 자세로 가만 있는다. 눈은 감는다. 그러나 처음부터 잘 될리가 없다. 온간 번뇌망상이 일어난다.

번뇌망상이 일어나면 5분 앉아 있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가장 강한 대상인 배의 부품과 꺼짐에 집중한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준비가 덜 된 것이다. 이럴때는 뒤로 벌러덩 나자빠진다.

새벽에 일어나면 잠이 부족하다. 명상공간에서 누워 있다 보면 어느 때 스스르 잠들 때가 있다. 아주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잠깐 눈을 붙이고 나면 매우 상쾌하다. 이때를 놓쳐서는 안된다. 몸과 마음이 이완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때이다.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스마트폰 타이머를 하시간에 세팅해 두었다. 언제나 그렇듯이오늘도 기필코 한시간 앉아 있는다.”라고 다짐한다.

조짐이 좋다. 아까 벌러덩 나자빠져서 쉰 것이 효과가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띠가 확립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몸은 남의 몸이나 다름 없다. 몸은 나무토막 같은 것이 된다. 몸은 자루와 같은 것이 된다. 입구와 출구가 있는 자루를 말한다. 그 자루 안에는 각종 장기가 들어 있다. 내가 관여하지 않아도 음식만 공급되면 스스로 신진대사작용을 한다.

사띠가 확립되면 시간은 문제 되지 않는다. 번뇌망상은 치고 들어 오지 않는다. 또한 오장애도 없다. 사띠가 확립되었을 때 감각적 욕망, 분노, 해태와 혼침, 흥분과 회환, 의심 같은 불선법은 발 붙이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 가면서 욕심만 내려 놓아도 삶이 가볍다. 그런데 좌선할 때는 욕망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노도 일어나지 않는다. 만일 좌선 중에 욕망과 분노가 일어나면 5분도 앉아 있기 힘들다.

죄선 중에는 오장애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사띠가 확립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전에 본 문구나 논서에서 본 것은 생각이 난다. 왜 경전 문구가 떠오르는 것일까? 아마 그것은 법념처이기 때문일 것이다.

명상중에는 달리 할 것이 없다.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보통 호흡을 관찰한다. 배의 부품과 꺼짐을 말한다. 이것이 몸관찰 신념처이다. 그러다가 다리 통증이 시작되면 그 느낌을 관찰한다. 이것이 느낌관찰 수념처이다. 3자의 입장에서 남의 다리 보듯이 관찰하는 것이다. 경전문구가 떠오르면 경전문구를 관찰한다. 이것이 법관찰 법념처일 것이다.

오른쪽 다리 통증은 고질적이다. 좌선을 시작하면 30분가량 되면 나타난다. 이럴 때는 자세를 바꾸어 준다. 오른쪽 다리를 안으로 해준다. 그리고 다시 좌선을 한다. 이 기분을 깨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띠가 확립되면 좌선은 할만하다.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 즉 호흡을 관찰하면 된다. 그러다가 통증이 시작되면 통증을 관찰하면 된다. 강한 대상이 나타나면 강한 대상으로 가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생멸을 관찰하기 위한 것이다.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현상이 스스로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다. 내가 개입할 것은 없다. 지켜만 보면 된다. 내것이 아님을 아는 것이다. 내것이 아니기에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앉아 있으면 마음이 평안하다. 이런 평안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갑자기 앞이 환해 진다. 불을 끈 상태이기 때문에 자연채광이다. 구름에 가렸던 해가 나타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내 환한 빛은 사라진다.

오늘도 한시간 좌선을 했다. 이제 좌선이 정착 되어 가는 것 같다. 앞으로 아침에 일터에 오자 마자 한시간 좌선을 하려 한다. 하루일과를 명상과 함께 하는 것이다.


2023-07-2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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