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가난의 삶을 살고자
어떤 바이커가 글을 올렸다. 인도대륙을 여행하고 있는 바이커는 “목적없이 일정없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한 대의 오토바이로 생각나는 대로 내키는 대로 여행하는 것이다.
삶에는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방향이 없으면 방황하기 쉽다. 인생길에서 방랑자가 되기 쉽다. 인생의 방랑자가 되기 보다는 나그네가 되어야 하고, 나그네가 되기 보다는 수행자가 되어야 한다.
내버려 두면 엉망된다. 엔트로피법칙이 작동되는 것이다. 빈 집은 무너지고, 자녀를 교육시키지 않으면 불량학생이 되고, 회사를 관리하지 않으면 부도의 길로 나아가게 되어 있다. 엔트로피법칙은 자연에서 뿐만아니라 사회에서도 적용됨을 알 수 있다.
엔트로피법칙은 가차없다. 질서에서 무질서로 인정사정없이 진행된다. 경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그것이다.
7월 정평법회가 21일 우리함께빌딩 6층에서 열렸다. 토요일 행사가 많은 관계로 금요일에 열렸다. 그것도 저녁에 열렸다. 저녁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열렸다. 이번이 70회째이다.
2023년 7월 정평법회 법사는 김광수 선생이다.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번 주제는 '신자유주의와 상생의 불교경제학'이다.
법문은 김광수 선생이 최근 지은 책을 중심으로 진행 되었다. 책 제목은 '신자유주의와 상생의 불교경제학'이다. 주로 책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글을 쓰고 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매일 한두편 올리고 있다. 가능하면 의미와 형식을 갖춘 글을 쓰고자 한다. 수천개의 글을 쓰고 백권가까이 되는 책을 만들었지만 아직까지 나의 사상을 정리한 책은 없다. 그저 시기별로 또는 카테고리별로 엮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김광수 선생은 언제 이런 책을 썼을까?
김광수 선생을 잘 알고 있다. 2017년 이후 알고 지냈으니 6년 되었다. 무엇보다 산행을 통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정평불에서 한달에 한번 있는 '정진산행'을 말한다. 걸으면서 나누는 대화에는 진실이 있다. 평소 김광수 선생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한권의 책으로 나온 것이다.
김광수 선생이 늘 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아파트 가격에 대한 것이다. 지방에 가면 싼 아파트값이 널려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수십억짜리 아파트는 지방에 가면 이삼억이면 가능하고 더 먼 지역에는 일억짜리도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일자리 때문일 것이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진다. 서울로만 가다 보니 서울은 포화되었다. 이제는 경기도가 인구가 더 많아졌다. 경기도 인구는 무려 1,400만명이다. 경기도에는 백만명 도시가 즐비하다.
인구가 특정도시에 쏠리는 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사람들이 대도시에 몰려 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인지 모른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거대 도시로 몰려든다.
도시가 비대해진 것은 관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난개발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면적 11%되는 서울과 경기도에 전체인구의 60%가까이 사는 나라가 되었다.
관리가 되지 않으면 엉망이 된다. 경제적 관점에서 본 거대도시는 어쩌면 엔트로피가 극대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볼 수 있다.
경제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 폐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경제는 경제의 막장과도 같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약육강식의 승자독식의 시스템이다. 또한 만인의 만인에 의한 투쟁의 장이기도 하다. 동물적 본능이 지배하는 신자유주의는 모두를 파멸로 이끌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블랙홀 같은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엔트로피가 극대화 된 것 같다.
김광수 선생이 법문한 것은 신자유주의 폐해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자유시장에서 자유란 강자의 자유이다. 약자의 자유는 보호받지 못한다."라고 했다.
자유는 강자의 자유라고 한다. 신자유주의는 강자에게 유리한 제도이다. 자본이 많은 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시장에서 모든 규제를 풀어 자유롭게 경쟁하게 했을 때 돈이 많은 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에서 자유는 결국 기득권자의, 기득권자에 의한, 기득권자를 위한 자유라고 볼 수 있다.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미래는 암울하다. 갈수록 양극화는 심화되고 삶의 질은 저하된다. 자원은 고갈되고 환경은 파괴된다. 기후위기로 인류는 멸망할지 모른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광수 선생은 신자유주의경제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리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것은 불교적 삶의 방식이다.
불교적 삶의 방식은 무엇인가? 이는 자발적 가난과 소욕지족, 그리고 불교생활공동체의 실현으로 볼 수 있다.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이에 대하여 김광수 선생은 법문을 시작할 때 세 가지 실천을 말했다. 사치재는 불필요하기 때문에 줄여야 하고, 편리재는 불편을 감수해서 극복해야 하고, 필수재는 소욕지족의 삶으로 최소화 해야함을 말한다.
이번 법문에서 가장 인상적인 말을 들었다. 그것은 '자발적 가난'이라는 말이다. 어떻게 자발적 가난이 가능할까? 소욕지족으로 사는 것이다. 지금 현재 조건에 만족하는 삶이다. 부처님도 강조하신 것이다. 그래서 법구경에서는 “어떠한 것이든 만족하는 것이 행복이다.”(Dhp.331)라고 했다.
자발적 가난과 소욕지족의 삶을 살고자 한다. 가능하면 걸어 다니고자 한다. 차는 경차를 타고 다닌다. 도시락을 싸갖고 다닌다. 새 것을 사기 보다 재활용품을 이용한다. 아름다운 가게, 굿윌스토어, 당근마켓에 자주간다.
김광수 선생이 좋아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아나바다'라는 말이다. 아껴쓰고, 나누어쓰고, 바꾸어쓰고, 다시쓰는 것이다. 이렇게 살면 기업이 망할지 모를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무너질지도 모른다. 자발적 가난이야말로 폭주하는 신자유주의에 제동을 거는 것인지 모른다.
법회에서 책을 하나 받았다. 김광수 선생의 '신자유주의와 상생의 불교경제학'이다. 평소 김광수 선생이 말하고자 한 내용이 다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아나바다를 실천하는 입장에서 공감하는 것이 많다. 특히 자발적 가난이 그렇다.
자본주의가 폭주하고 있다. 마치 목적도 일정도 없이 방황하는 것 같다. 그 끝은 어디일까? 인류의 파멸일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인류를 공멸로 몰고 가고 있다. 현재 신자유주의는 동타지옥(同墮地獄)이다. 모두 타락하게 하여 지옥으로 떨어지게 만든다. 이런 때 방향을 제시해 주는 책이 나왔다. 자발적 가난, 소욕지족, 수행공동체 등에 대한 것이다. 세상의 흐름과 역행하는 삶의 방식이다.
세상사람들은 탐, 진, 치로 살아간다. 이것이 세상의 흐름이다. 그런데 부처님은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살라고 말씀하셨다. 무탐, 무진, 무치의 삶을 말한다.
부처님 가르침은 역류도역류도(逆流道: paṭisotagāmī)이다. 세상의 흐름과 반대되는 삶이다. 어쩌면 김광수 선생의 역저 '신자유주의와 상생의 불교경제학'은 역류도의 삶에 대한 것인지 모른다.
2023-07-22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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