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불교연대

내가 성큼성큼 올라간 것은, 23년 8월 청계산 정진산행

담마다사 이병욱 2023. 8. 20. 17:57

내가 성큼성큼 올라간 것은, 23년 8월 청계산 정진산행

 


"어떻게 빨리 올라 갔나요?" 산행 중에 도반이 물어 봤다. 이에 "호흡관찰하듯이 올라 갔습니다."라고 말했다.

오늘 8월 20일 정진산행을 했다. 장소는 청계산이다. 신분당선 청계산 입구역에서 모여 올라갔다.

 


오늘 산행에서는 네 명 참여했다. 김광수, 임정미, 권정화 선생이 참여했다. 많이 참석하지 못했다. 각자 일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날씨가 더운 것도 이유가 되는 것 같다.

 


오늘 컨디션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어제 2박3일 일정으로 자연휴양림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일요일이기도 해서 쉬고 싶었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한달에 한번 있는 산행모임은 참여하고자 한다. 건강에도 좋고 친목에도 좋다. 무엇보다 수행에도 도움이 된다. 일상에서 수행을 실천하기에 산행보다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산행을 하면 몸에 변화가 일어난다. 다 죽어 가는 사람도 산행을 하면 살아나는 것 같다. 마치 낡은 자동차를 시동 거는 것 같다. 몸 구석구석 아픈 사람이 속된 말로 "빡세게"산행하고 나면 다 나아버리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컨디션은 경계에 있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집에서 편히 쉬어야 할 몸이었다. 그럼에도 끌고 나온 것은 믿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자동차 시동론이다.

자동차가 어렵게 시동이 걸리면 그 순간부터 활성화된다. 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기진맥진한 몸에 활력을 불러 넣으려면 쉬는 것보다 운동하는 것이 낫다. 산행보다 더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자연속에서 산행하면 전신운동이 된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헐떡이며 올라갈 때 몸이 활성화된다. 여기에 땀까지 나면 독소와 노폐물이 흘러나오는 것 같다.

산행을 할 때 요령이 있다. 먼 데를 보지 않는다. 바로 앞만 쳐다 본다. 바로 일보 앞만 쳐다 보며 걷는 것이다. 한발 한발 오를 때 발에만 마음을 둔다. 마치 좌선할 때 배의 부품과 꺼짐에 마음을 두는 것과 같다.

현재 안거중이다. 이를 재가안거라 하여 매일 좌선을 하고 있다. 하루에 한시간 하는 것이 목표이다. 오늘로서 21일차이다. 테라와다 재가안거를 말한다.

좌선할 때는 배에 집중한다. 배의 움직임, 배의 부품과 꺼짐에 마음을 집중한다. 한시간 내내 부품과 꺼짐을 새기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부품과 꺼짐에 마음을 새기면 잡념이 일어나지 않는다. 부품과 꺼짐이라는 물질과 이를 새기는 정신만 있게 되는데 여기에 나는 없다.

산행에서는 발에 마음을 둔다. 좌선할 때 배에 마음을 두는 것과 같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움직이는 대상에 마음을 둔다는 것이다. 이렇게 왼발, 오른발에 마음을 두었을 때 나는 없다.

산행이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내가 개입되었을 때이다. "내가 걷는다."라고 생각했을 때 산행이 힘들어진다. 그래서 "아이고 힘들어 죽겠다."라고 말한다. 또한 마음은 저 높은 고지에 가 있는 것이다. 저 고지에 빨리 도달하고자 할 때도 산행이 힘들어진다.

산행을 좌선하듯이 해야 한다. 오로지 배의 부품과 꺼짐에만 마음을 두는 것처럼, 발에만 마음을 두어야 한다. 여기에 나는 없다. 내가 없으므로 다리가 아파도 내가 아픈 것이 아니다.

다리가 아픈 것은 물질이 아픈 것이다. 몸과 마음을 분리해서 보면 마음으로까지 전이 되지 않는다. 제3자가 관찰하듯이 보면 남의 다리를 보는 것 같다.

 


청계산은 옥녀봉까지 올라갔다. 청계산 입구에서 2키로 거리에 있다. 오로지 오르막만 있는 길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나라는 개념을 빼버렸기 때문이다.

마치 밧데리가 방전된 것처럼 위태위태했었다. 그러나 산행을 하면 할수록 충전되는 것 같았다. 해발 375미터의 옥녀봉 정상에 올랐을 때는 완전히 충전되었다.

 


무엇이든 방법을 알면 간단하다. 산행하는 것도 방법을 알면 산행이 쉬워진다. 오늘 같이 무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며 산행해도 전혀 힘들지 않은 것은 나를 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오온이 올라간 것이다. 물질과 정신이 올라간 것이다.

산행이 끝나고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기전에 맥주를 마셨다. 산행에서 땀을 흘린 대가이다. 이럴 때 마시는 맥주는 가치가 있다. 하릴 없는 자가 취하고 싶어서 마시는 것과 다르다.

 


노동한 후에 먹는 밥은 가치가 있다. 하릴 없이 노는 자가 때 되면 밥 먹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점심은 보리밥으로 했다. 허기에 갖가지 나물로 비벼 먹으니 이 세상에서 제일 맛나는 음식이 되었다.

두 달만에 산행을 했다. 무더운 날에 땀을 흠뻑 흘렸다. 이렇게 여름 날에 땀을 흘리고 나면 면역에도 좋을 것이다. 여름에 땀을 흘리면 여름답게 사는 것이 된다. 에어콘 바람으로 여름을 보내거나 서늘한 나라에서 지내는 것 보다 훨씬 낫다. 그러나 무엇보다 동료들과의 우정이다. 정진산행은 수행의 산행일뿐만 아니라 우정의 산행이기도 하다.

2023-08-20
담마다사 이병욱